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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문화기획- 경남미술 ‘솔직토크’로 길 찾기

경남미술 발전방안 라운드테이블 토론회

  • 기사입력 : 2014-11-1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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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 오후 6시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립미술관 3층 로비에서 열린 ‘경남미술 발전 방안 모색 라운드테이블’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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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 오후 6시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립미술관 3층 로비에서 열린 ‘경남미술 발전 방안 모색 라운드테이블’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침체된 경남미술을 활성화하기 위한 이야기 장이 열렸다. 2014 권역별 미술관협력망 사업 일환으로 마련된 것. 경남도립미술관·창원예총·경남전업미술가협회가 함께 준비한 자리였다.

    지난 13일 오후 6시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린 토론회는 정종효 경남도립미술관 학예팀장이 좌장을 맡은 가운데 토론자들은 사전에 준비된 원고 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았다.

    도시락으로 저녁을 해결하며 3시간 정도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미술작업의 환경 △법적·제도적 문제점 △창작활동을 위한 인프라 △아트페어·판매 활성화 방안 △글로벌 모색 △미술인의 고령화 등 다양한 문제점과 이에 개선책들이 제시됐다.

    지역 미술발전을 위한 열띤 토론을 펼쳤지만 시나리오가 없는 자유토론 형식으로 진행된 탓에 반듯하게 마무리된 내용이 도출되기는 기대할 수 없었다. 하지만 미술계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 나아가 개선책 모색에 대한 과제를 공유했다는 값진 성과가 있었다.

    △정종효= 이 자리는 경남미술의 발전과 활성화 방안을 찾기 위한 것이다. 참석자 모두 작가이거나 또 현장에 있는 만큼 생생한 이야기를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평소 가슴속에 담아뒀던 얘기들을 가감없이 해주길 바란다.

    △황무현= 젊은 작가들이 보이지 않는다. 경남미술의 미래가 없다는 얘기다. 기성 작가들이 자리를 만들어 주지도, 비전을 제시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학생들 작품은 신선하고 풋풋하다. 하지만 졸업과 동시에 붓을 꺾는다. 청년작가들이 왜 기성작가들과 교류하지 않으려고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미술관, 갤러리, 큐레이터 등 모두에게 주어진 숙제로 인식해야 한다.

    △이미경= 젊은 작가들이 작업을 중단하는 것은 작가를 해야 될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먹고사는 일이 학창시절 꿈꾸던 작가적 의지를 꺾는다. 기성작가들이 신경을 써주지도 않는다. 갤러리나 미술관이 문턱을 낮춰 작업을 지속하도록 해야 한다. 졸업 후 작업을 하지 않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데이터베이스도 필요하다.

    △천원식= 학교·교수·지도자 역할이 필요하고 상호 연결고리가 중요하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의지다. 젊은 작가들의 꿈과 이상이 얼마인지 되묻고 싶다. 본인이 열심히 하면 정책적으로 도움받을 일도 많다. 작가 스스로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밥상을 차려 먹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이강민= 모 대학 졸업작품전에 갔다. 작품들은 실험적이고 좋았다. 그런데 졸업생들은 미협에 가입하지는 않는다. 미협이 취미반 판이란 게 이유다. 하지만 제대로 공부한 사람이 들어와 풍토를 바꿔야 되는 게 아닌가. 젊은 작가들은 이전과 달리 이해(利害)에 민감하다. 관심도 품안에 들어와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춘근= 과연 기존 단체들이 젊은 작가들을 수용할 수 있는 구조가 돼 있는지 반성해야 된다. 솔직히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또 예산을 지원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경남 문화예술의 구조적인 문제다. 개인이나 단체가 발전한다고 미술이 발전할 수 있는가. 시스템적 성장 과정, 예술의 사회봉사적 개념을 생각해야 한다.

    △황무현= 그림만 그려서 중산층이 되는 경우는 없다. 젊은 작가들 비난할 일이 아니다. 창작은 국가의 동력이지만 기초예술에 대한 지원은 제로 상태다. 창작에 대한 지원제도가 없으면 젊은 작가는 설 자리가 없을 것이다.

    △구윤선= 갤러리 활성화가 해결책이 될 것이다. 동(洞)이나 구(區)별로 작가들이 전시를 할 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많은 작가들이 개인전을 하지만 자신들만의 잔치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과가 없는 것이 반복되면 작가로 살아가는 데 대한 회의가 드는 것은 당연하다. 전시 공간이지만 준비가 안된 곳도, 무상으로 전시할 수 있는 공간도 적다. 전시장이 동네에 있으면 일반인들의 접근도 쉽고 작가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전시공간을 친밀한 장소로 만들 수 있는 것, 개인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국가나 지자체가 정책적으로 풀어야 될 과제다.

    △이규석= 학교를 졸업한 후 진출하게 되는 미술시장의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세대간의 갈등 요소가 있고, 이는 소통이 필요한 문제다. 소통을 통해 새로운 시스템이 업그레이드돼야 할 것이다.

    △정종효= 미술활동은 현실적 상황에 직면한다. 다행히 지역에는 경남아트페어 등을 통해 시장 분위기는 다소 살아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직접적인 시장 말고 간접적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제도는 없는가. 없다면 이에 대비책이나 보완책을 찾아보자.

    △김종찬= 문화예술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적 문제는 미술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미술시장은 파이가 적은 게 사실이다. 젊은 작가나 원로작가, 단체 모두가 가난하다. 크게 볼 필요가 있다. 제도적·환경적 문제에 얽매이지 말고, 산업화나 관광화 등 시야를 넓혀보자. 개인의 의지나 실험과 도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창원의 경우 창원공단 전체를 도화지로 삼는 활기(浩氣)가 필요하다. 이는 젊은 작가들의 몫이다.

    △김재환= 아트마켓의 중요성은 알고 있다. 부산에서는 협동조합을 만들고 있다. 작금에 경남 미술생태계 고민해봐야 한다. 기획화랑도, 비평과 담론도 없다. 젊은 작가의 발굴과 지원은 미술관이 해야 할 일이다. 비평에 관한 문제도 만들어 가야 하고, 미술의 사회적기업 공동마켓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춘근= 단체나 개인에 대해 지자체나 기관이 지원해주면 발전할 수 있는가는 의문이다. 또 전시회나 아트페어가 잘되면 미술발전이 가능한가. 답이 없다. 전시에 관한 중지를 모아야 한다. 대규모 전시에 모든 걸 포함하는 미술산업구조에서 풀어가야 하는 것 아닌가. 미술계를 하나로 묶는 ‘붐’이 필요하다. ‘붐’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먼저 미술인들이 활동을 해야 할 것이다.

    △이규석= 경남아트페어 하나로 과연 미술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는가. 미술시장 활성화는 갤러리들이 모여 하는 것이다, 지역에는 갤러리가 적고, 따라서 전시 공간이 협소하다. 하지만 아시아미술제가 있고, 이 미술제가 발전해 나갔다면 젊은 화가들을 흡수할 수 있는 행사가 됐을 것이다. 왜 간과했는지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황무현= 경남은 부산의 사이드(side) 같은 생각이 든다. 정치·경제는 물론 문화 등 모든 게 다 그렇다. 문화 관련 예산 일괄 삭감, 젊은 작가를 배려하지 않는 도립미술관은 미술환경을 피폐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기관들도 미래에 대한 비전을 내놔야 하고 단체들도 지원해 달라는 투쟁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이병호= 경남아트페어를 보면 전년도 팔린 그림이 올해에도 팔린다. 특정 작품에 대한 선호도가 있다는 것이다. 작가 스스로가 ‘팔릴 수 있는 작품’을 창작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시장을 분석하라는 것이다. 미술단체들도 젊은 작가들을 영입하기 위해 매력을 키워야 한다. 전시보다는 해외전시 등의 비가격적 지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원에는 분명 결과가 나와야 한다. 보고서나 기획서를 잘 만드는 것도 스스로 설 수 있는 기술이다.

    △천원식= 전업작가란 다른 직업이 없는 사람들이다. 마음놓고 작업을 해줄 수 있도록 하는 게 협회가 할 일이다. 때문에 마켓 접목 방안을 고민했고, 올해 실시한 ‘기업과의 소통전’이 결실이다. 협회는 회원을 위해 전략적인 기획을 수립하는 고민을 해야 한다. 조금씩의 해결이 모이면 큰 힘이 될 수가 있다.

    △이강민= 협회 고령화 문제는 청년작가들의 의식과 연결돼 있다. 협회는 태생적으로 문제를 안고 있다. 청년과 중장년, 원로가 함께해 생산성있는 단체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젊은 작가들이 외면하기보다는 포용과 개척자적 사고를 가졌으면 좋겠다.

    △이규석= 얘기를 듣고 보니 도립미술관의 책임이 크다. 하지만 미술관은 누군가가 밖에서 지켜줘야 한다. 도립미술관에서는 고유의 업무가 있다. 미술 수요자를 개발해야 하지만 관 주도의 행사는 오래가지 못한다. 자연스러운 게 오래가는 법인데, 젊은 작가들을 자극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을 보여주는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

    △김재환= 경남미술을 비판하고 감시할 수 있는 소식지가 필요하다. 비판과 담론을 통해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관계 기관은 이를 지원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작품만 팔아서는 안 되고 재능을 팔 수 있는 방안도 생각해 보자.

    △황무현= 문제는 알지만 대안이 없는 게 갑갑하다. 정부나 지자체가 작품 구입비 등을 편성하고 창작지원센터 등 활성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향후 개인 작가나 단체들은 상품성 확보에 경주해야 한다. 컨설팅과 마케팅을 통한 가치가 있는 작품을 만들어 가야한다. 기성 작가들의 선구자적인 노력은 젊은 작가들에게 희망과 힘이 될것이다. 이문재 기자 mj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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