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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갯길- 고영조

  • 기사입력 : 2014-11-2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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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할배 웅남장에 소 팔러 가실 때 송아지 팔지 말라고 울며 떼쓰는 나에게 “울지 말고 있거라 송아지 팔아서 자전거 사줄게” 하셨다 그러나 할배는 여우가 나온다던 밤이 돼도 안 오시더니 한밤중에 나를 깨워 고갯길 가리키며 “저기 고개에서 할배가 탁! 넘어져 자전거가 그만 산 아래로 굴러갔다 그 자전거 찾느라고 이제 왔다”고 은근히 말씀하셨다 나는 “할배야 우짜노? 낮에 자전거 찾으러 산에 가보자”며 발을 굴렀다 그날 할아버지가 가리키시던 고갯길은 달빛이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었다 마당에도 달빛이 허옇게 버석거렸다 나는 그 후 할아버지의 잃어버린 자

    전거가 고갯길에서 산 아래로 아래로 굴러오는 꿈을 날마다 꾸었다 그리

    고 가난한 유년이 흘러갔다

    ☞ 떼쓰기와 눈물바람으로 단단히 그러쥐었던 송아지 고삐를 자전거 사 준다는 말에 슬그머니 놓쳐버렸던 기억 속에는 여태 고갯길을 올라오지 못하는 자전거 한 대와 밤공기 서늘하게 밴 ‘할배’의 옷자락 감촉이 머물러 있습니다.

    가팔랐지만 달빛 그득했던 고갯마루를 할배는 이제도 올라오시는 중인지 자주 꿈길이 환합니다. 그예 잃어버린 자전거를 찾으셨는지 은빛 월륜을 밀어 올리며 자전거 바큇살을 들어 보이기도 하십니다. 조예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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