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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중국의 후강퉁 제도 시행- 이호진(밸류아이㈜ 대표, 창원대 경영학과 겸임교수)

  • 기사입력 : 2014-11-24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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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7일 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 자본시장에서 주목을 받은 주요한 이벤트가 있었는데, 바로 중국의 주식시장에서 이름도 특이한 ‘후강퉁 제도’가 시행된 것이다.

    후강퉁이란 별도의 허가 절차없이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 현지 증권사를 통해 상해증시와 홍콩증시의 상장 주식 800여 개의 종목에 대해 직접 투자하고 매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이다. 제도 적용 당일 하루에만 홍콩을 통해 중국 증시로 흘러들어간 자금이 약 2조원이 넘고 우리나라 투자자들도 약 150억원 내외를 투자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중국의 자본시장 개방양상을 보면 시진핑 지도부 출범 이후 자본시장 개방이 적극적이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02년 200억달러의 투자한도로 처음 도입된 QFII(적격 외국기관투자자) 제도 이후, 2012년 4월 800억달러, 2013년 7월 1500억달러 규모로 외국인 투자한도를 키워 오다가 바로 이번 달에 대규모로 확대, 개방한 것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이를 새로운 마케팅 포인트로 삼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투자처의 발굴’이라는 측면과 또 다른 기대(수수료 수익원)를 하는 셈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개방 과정과 최근 세계 주식시장 추세를 고려할 때 중국의 철도, 자동차, 전기 등 대표 기간산업 관련 종목이나 여행, 헬스케어 및 중약(中藥), 주류(白酒), 국방/군수 등 현 시진핑의 역점사업 수혜주, 우리나라보다 높은 배당률을 보이는 국내 동종 유사 대형주 등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하겠다.

    여기서 한 번 더 생각해 보면, 이런 기회를 중국이 우리(외국)에게 줬다고 좋아만 할 수 있을까? 일부 우리 기업의 비교우위적 U턴 현상을 기대하는 다소 빈약한 주장도 있지만, 아직 기반 약한 우리 시장에서 외국인 및 국내투자자 썰물현상, 중국 시장의 국제지수(MSCI 등) 편입으로 우리 시장의 상대적 위상 하락 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 신경이 쓰이는 것은 시장 확대에 대한 중국당국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외자유치를 위해 끌리다시피 개방했던 우리와는 대조적이다. 중국 증권감독위원회 샤오강 주석은 “후강퉁은 중국 자본시장의 중대한 제도개혁이다. 외국인이 쉽게 투자할 수 있고 리스크 제어가 가능한 새로운 형태의 해외증권이다”라고 했고 상해거래소 관계자는 ‘백 가지 이점이 있고 폐해가 없는 일(有百利而无一害)’이라고 자평했다. 참으로 중화(中華)적인 뉘앙스다.

    중국의 증권시장 개방의도를 보면 첫째, 위안화 국제화 추진이다. 1조원 안팎의 홍콩 위안화를 외환과 활발히 유통시켜 위안화 국제화에 활용한다는 것이다. 둘째, 중국 증권시장 발전과 ‘상해 금융허브’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셋째는 위 두 개의 수단을 통한 위안화의 ‘아시아 기축통화화’의 장기적 초석을 다지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미 자국인들이 다 사둔 중국주식을 외국인이 살 수 있도록 열어주는 중국에 고마워하며 투자할 종목만 찾고 있기에는 무언가 꺼림칙하다. 이제 아시아에서 위엔화 기축통화화와 세계금융시장의 주도를 추구하는 중국 바로 옆에 있는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후강퉁 시행을 계기로 더욱 고민해 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굴기하는 중국과 경쟁해 이길 기술, 제품, 서비스를 얼마나 확보하고 개발해 나가고 있는지.

    끝으로 투자와 관련, 시장 개방 초기에는 내국인의 이식매물로 중국시장은 오히려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중국시장 투자는 3~6개월 이후가 더 유리할 것으로 필자는 판단한다.

    이호진 밸류아이㈜ 대표·창원대 경영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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