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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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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그래도 과학은 진리가 아니다- 주선태(경상대 교수)

  • 기사입력 : 2014-11-25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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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항성 간 이동과 시간여행 등을 소재로 한 영화가 SF팬이 그리 많지 않은 한국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린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명불허전이라고 명감독이 만든 영화적 감동이나 높은 완성도가 돌풍의 원인이겠지만 우주에 대한 과학적 이해도를 잘 포장한 것도 한몫하는 것 같다.

    현대인들은 과학적인 연구 결과나 설명에 깊은 신뢰를 보낸다. 하다못해 물을 한 병을 살 때도 육각수가 과학적으로 어떻게 좋다고 하면 비싼 값에 사기도 하고, 고기 한 근을 살 때도 마블링이 어떻고 숙성이 어떻다고 과학적인 설명을 덧붙이면 좀 비싸더라도 구매를 하게 된다. 현대인들에게 과학은 설득력 있는 믿음을 주는데, 문제는 과학적 연구결과나 지식은 진리가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변한다는 것이다.

    과학적인 정보나 지식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거짓으로 입증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옛날에는 모든 과학자들이 지구는 편평하다고 믿었는데 시간이 지나자 편평했던 지구는 둥글게 변했다. 불과 한 세기 전만 해도 모든 과학자들이 물체의 가장 작은 구조는 원자라고 믿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원자보다 더 작은 입자들이 새롭게 발견됐다. 이렇게 인간의 과학은 진리가 될 수 없기 때문에 과학적인 정보나 지식을 진리인양 믿고 말하고 행동을 하면 실수를 하거나 교만해질 수 있다.

    1981년에 빌 게이츠는 “메모리 640KB 정도면 모든 사람들에게 충분히 필요하고도 남을 용량이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또 1993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인터넷 개발에 투자할 것을 제의받자 “사람들이 인터넷을 얼마나 이용할 거라고 투자를 하라는 것이야?”라며 거절을 했었다. 이러한 인간의 과학적 지식에 대한 교만은 오래 전에도 있었다. 1912년에 타이타닉호를 설계한 E.J. 스미스는 출항에 앞서 “타이타닉호는 현존하는 과학의 총체로 하나님조차도 침몰시킬 수 없을 정도로 튼튼하다”고 호언했다.

    필자는 과학은 믿음의 영역 안에 있는 믿음의 선택이라고 믿는다. 특히 통계적인 방법으로 결과를 추론하는 현대의 과학은 과학자의 믿음에 따라 결과가 도출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리하여 현대인들은 수많은 과학적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어떤 과학적 정보나 지식을 믿을 것인가를 선택하여야 한다. 게다가 진실로 여겨지던 수많은 과학적 믿음들도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또 다른 과학적인 증거들로 인해 거짓으로 증명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자칫 그러한 과학적인 정보를 절대적으로 신뢰한 행위나 말을 했다간 실수를 하거나 교만한 사람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현명한 과학적 선택이 필요한 대표적인 예가 화학적으로 제조한 비타민 C를 복용하는 문제다. 노벨상을 2번이나 수상한 미국의 과학자 폴링 박사의 주장에 따르면 비타민 C는 수용성 항산화제로서 활성산소를 소거하는 능력이 있고 면역력을 향상시키기 때문에 감기 예방뿐만 아니라 심장병, 뇌졸중, 암과 같은 질병의 유발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직접 매일 과량의 비타민 C를 복용했는데 하루에 비타민 C를 1만㎎ 이상 복용하면 암도 예방한다고 주장하던 그도 1994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최근 젊은 과학자들은 폴링 박사가 주장했던 비타민 C의 효능은 과장돼도 너무 과장됐다고 말한다. 비타민 C를 과량 복용하는 것이 암은커녕 감기 예방에도 효과가 없으며, 비타민 C를 하루에 200㎎ 이상 복용하는 것은 ‘비싼 오줌을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비아냥댄다. 비타민 C의 하루 권장 섭취량은 70㎎으로 소화흡수율이 최적인 비타민 C가 약 100㎎ 내외가 들어있는 사과를 하루에 하나 먹으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 우리는 매일 사과 하나를 먹을지 아니면 비타민 C 알약을 복용하면서 노란 소변을 볼지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주선태 경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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