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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9) 박람군서(博覽群書)- 여러 가지 책을 널리 본다

  • 기사입력 : 2014-11-25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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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즈음 인문학(人文學) 고전에 관한 책이 많이 출판되고 있고, 또 인문학에 대한 강연도 많이 열린다.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등에 독서나 인문학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인문(人文)이란 말은 주역(周易)의 ‘천문을 보아서 시절의 변화를 살피고, 인문을 보아서 천지를 교화하여 이룬다(觀乎天文以察時變 觀乎人文以化成天下)’는 구절에서 처음 나왔다. ‘천문’은 ‘하늘의 무늬’이니, 곧 해, 달, 별 등이다. ‘인문’은 ‘사람이 만든 무늬’이니 곧 글자나 그림 등이다. 글자나 그림으로 표현되거나 기록된 인류의 모든 문화행위가 곧 인문이다.

    흔히 인문학 강연만 들으면 인문학에 관한 소양이나 지식이 생겨날 것으로 생각하지만, 결국은 자기 자신이 책을 읽어야 한다. 강연을 듣는 것도 중요하고 도움을 주고, 결정적인 순간에 어떤 사람의 강연 중의 한 마디 말이 자신의 평생에 지침이 될 수 있지만, 기본은 독서다.

    자기가 먼저 많은 독서를 통해서 기반을 닦아 놓아야 다른 사람 말을 바르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명나라 유명한 서예가 동기창(董其昌)이 한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의 길을 가라(讀萬卷書 行万里路)’는 말이 있다. 만 리 길을 가는 것보다 만 권의 책을 읽는 일을 앞에 두었다. 경험을 하기 전에 독서부터 하라는 뜻이다.

    왜냐하면, 옛날 사람이거나 자기 동시대 사람 가운데서 자기보다 먼저 깨달았거나 느꼈거나 경험했거나 발명한 사람들이 남긴 말을 광범위하게 흡수할 수 있는 것이 독서이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서도 성현이나 위인 등 뛰어난 사람들의 생각과 행적을 책을 통해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책을 통하면, 시간과 공간을 다 초월해 옛날 사람이건 지금 사람이건 누구든지 만날 수 있다. 단돈 만원, 비싸도 2만원이면 웬만한 책은 다 사서 보고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책의 가치나 유용한 점을 그렇게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러나 독서만 하고 생각을 하지 않으면, 자기 것이 되지 않는다. 곧 죽은 독서가 되는 것이다.

    독서는 세 가지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널리 보아 많은 지식을 흡수하는 것이다. 둘째는 읽은 것을 분석 비교해서 그 속에서 이치나 원리를 찾아내야 한다. 셋째는 읽고 분석해서 얻은 이치나 원리를 현실에 활용해야 한다.

    옛날 중국 남북조시대(南北朝時代) 양(梁)나라 무제(武帝)는 장서가 10만 권이었는데, 나라가 망하자, “이 많은 책을 읽었건만 무슨 소용이 있어?”하며 불살랐다고 한다. 그러나 자기가 책 많이 읽었다는 소리 들으려는 ‘죽은 독서’를 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하여 이치를 찾아 현실에 적용해야 옳은 독서라 할 수 있다.

    * 博 : 넓을 박. * 覽 : 볼 람.

    * 群 : 무리 군. * 書 : 글, 책 서.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여론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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