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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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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문학으로 아름다운 세상- 백남오(수필가)

  • 기사입력 : 2014-11-28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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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는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주는 인류의 고전이다. 산티아고 노인이 거대한 물고기와 사흘 낮밤 사투를 벌이며 외치는 대사는 승부 자체가 아니라 최후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그것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희망의 메시지다. 문학작품은 이렇게 생생한 감동과 위안을 주고 있는 것이다.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은 사랑이 결혼의 조건임을 분명히 해주며, 톨스토이의 ‘부활’은 여자의 자존심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준다. 토마스 하디의 ‘테스’는 순결의 의미를 내면적 성찰로써 명확히 가르쳐주는 작품이다. 진수의 ‘삼국지’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통해 삶의 길을 제시하며, 박경리의 ‘토지’는 한국인과 한국문학의 원형을 담고 있다. 삶이 힘들어 주저앉고 싶을 때 역경을 딛고 일어선 주인공들의 ‘수필집’ 한 권은 새로운 삶의 해법을 풀어주기도 할 것이다. 이것이 ‘문학의 힘’임을 믿는다.

    요즘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는 문학공부를 하려는 이들로 넘쳐난다는 소식이다. 은퇴를 앞둔 세대를 중심으로 작가의 꿈을 꾼다고 하니 고무적이고 반가운 일이다. 이들은 학창시절 모두가 문학소년소녀였을 것이다. 삶이라는 엄중한 현실 앞에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고, 생활전선으로 내몰리며 평생을 일했을 것이다.

    이제 먹고살 만하며 자녀들도 성장해 떠나버린 지금, ‘나’에 대한 정체성을 묻게 되고 결국 젊은 시절 동경했던 문학의 꿈을 찾아 나선 것이리라.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내가 강의하는 대학의 ‘수필창작교실’에도 그 열기가 뜨겁기는 마찬가지다. 교수님, 박사님, 원장님, 사장님, 과장님, 가정주부, 등단수필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연령층도 30대 아가씨부터 70대 할머니를 아우른다. 이러한 문학에 대한 열망은 우리 사회가 아직도 희망이 있다는 증표로 읽는다. 이들은 반드시 작가가 되려는 것도 아니다. 그저 문학시간이 편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좋고, 문학하는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이 즐거울 뿐이다. 그리하여 공부를 기다리는 내내 행복하고, 그 시간을 맞이하는 순간 아득한 동화의 세계로 달려가는 것이리라. 동심이야말로 거짓말도, 악행을 저지를 수도 없을 것이라 믿는다. 정화와 치유의 기능까지 해주니 이 얼마나 문학으로 아름다운 세상인가. 나 역시 가르친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 함께 문학을 얘기하고, 고달픈 인생사를 다독이며 더불어 문학의 길을 걸어가는 문우인 것이다.

    문학작품은 신비롭고 높은 산이 아니라 집 근처에 있는 야트막한 야산이고, 천재가 아니라 고뇌하고 번민하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어느 누가 처음부터 세상을 밝힐 글을 쓸 수 있겠는가. 어쩌면 문학이란 외딴집 농가의 식탁을 비추는 작은 등불과도 같아서, 그 불빛은 수십㎞ 떨어진 사람에게는 구원의 이정표가 될 수도 있음이다. 다양한 삶의 얘기들을 풀어내다 보면 자신은 물론,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들의 영혼을 달래고 위무해주는 생명수 같은 글 한 편 나올 수 있을 것임을 믿는다.

    문학에 대한 꿈만 꾸며, 작은 집단이나 그 뒤안길에서 서성이고 있는 분들은 문학의 광장으로 나오시길 바란다. 빠를수록 후회는 줄어들 것이란 중론은 의미심장하다.

    백남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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