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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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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문화기획- 출범 3개월 경남연극연출가협회 길을 묻다

보여드리죠, 뭉칠수록 강해지는 연출의 힘

  • 기사입력 : 2014-12-0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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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창립한 경남연극연출가협회 초대회장 현태영(가운데), 부회장 천영훈(아래), 사무국장 장종도(위)씨가 창원시 의창구 도파니아트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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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태영(왼쪽부터), 장종도, 천영훈 연출가.


    지난 9월 14일 창립총회를 갖고 결성된 ‘경상남도연극연출가협회’가 ‘2014년 연출가전’을 기획, 연말 공연을 알리며 조용한 행보를 시작했다.

    ‘경상남도연극연출가협회’는 연극 예술의 창달 발전을 위해 연출가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복리 증진을 도모한다는 목적으로 총 8장 31조의 정관을 제정하고, 수차례 모임을 갖고 뜻을 함께하는 연출가 18명으로 결성됐다. 초대 회장으로 선출된 현태영(55·창원예술극단), 부회장 천영훈(53·극단 미소), 사무국장 장종도(31·극단 미소) 세 사람을 통해 연출가협회에 대한 단상을 들어봤다.


    ▲연극인들은 개성이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연극협회 산하 조직이 아닌, 독립적인 조직으로 도내 연출가들의 모임을 만들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데.

    △현태영 회장= 한국연출가협회가 친목단체로 조직돼 있다. 그것도 역시 서울 소재 연출가들의 모임이다. 워낙 자존심이 세고 자기 색이 강해서 연극적인 작업을 같이하는 연출가들의 모임은 없는 것으로 안다. 몇 해 전부터 도내 연출가들도 친목이든, 협업이든 단체를 만들어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논의는 있었다. 올해 선출된 경남연극협회 문종근 회장(극단 객석과 무대)이 이번 연출가협 창립을 적극 주도했다. 현재 경남연극협회 소속 연극인이 397명이다. 수적으로 서울과 경기도 다음으로 경남이 많다. 전국연극제 대상 5회 등 전국 단위 대회 수상 경력도 다수여서 우리나라 연극계 내 경남 연극의 위상은 지역민들이 생각하는 그 이상이다. 예전에는 꿈도 못꾸던 서울 대학로 초청 공연도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도내 연극인들도 점차 전문화돼 가고 있다. 예를 들면 스태프 부문에서도 조명, 음향 등에 급수가 있는 자격증 시대가 됐다. 연출도 자기 세계만 고집하며 연습실 안에서 오래 고민한다고 좋은 작품이 나오는 세상이 아니다. 협업과 교류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에 연출가협회가 만들어졌다.

    △천영훈 부회장= 지방 연극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경연장은 지금까지 ‘전국연극제’밖에 없었다. 그러나 올해부터 그동안 수도권 극단들의 독무대였던 ‘대한민국 연극대상’에 지방 극단도 출품할 수 있게 됐다. 그만큼 지방 연극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보면 된다. 경남연극협회에서도 각 극단의 출품작을 심사해 대극장용, 소극장용 각 1작품씩을 출품할 계획이다. 여건상 연출가들의 역량을 모아야 할 일이 많아졌다.



    ▲회원들의 구성은 어떤가

    △천영훈 부회장= 3년 이상 경력이 있는 연출가에게만 회원 자격이 주어진다. 4작품을 연출한 30대의 장종도가 가장 경력이 짧은 편이고 현 회장은 100여 작품에 36년 경력이다. 30대에서 60대까지 노장과 젊은 연출가의 조합이 우리 스스로 생각해도 이채롭다. 김수현(함안 극단 아시랑) 김은민(밀양 극단 메들리) 김소정(창원 상상창꼬) 등 귀한 여성 연출가도 3명이 포함돼 있다. 각자 다양한 계기로 연극을 시작했지만 무대에 서면서 연출과 연기, 공연 예술을 대학에서 전공한 회원들이 태반이다. 경남에는 배우 겸 연출, 작가 겸 연출인 멀티 능력자가 많다.



    ▲지향하는 사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장종도 사무국장= 당연히 회원들의 창작활동을 돕는 것이 우선이다. 배우 수급이나 재정 때문에 작품의 완성도를 고민해야 될 때 서로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또 국내 및 국외 교류를 추진해 보려 한다. 무대를 좀 더 넓히자는 데 의미가 있다. 국내에서는 ‘대관료 지원사업’을 체계적으로 활용하면 부족한 예산에도 불구하고 좀 더 많은 공연 무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 외에도 연출 입문자들을 위해 선배들의 노하우가 담긴 연출 관련 출판사업, 워크숍 등이 계획돼 있다.

    △천영훈 부회장= ‘대관료 지원사업’이 시행되면서 등록된 소극장을 통한 교류가 수월해졌다. 매년 11월까지 대관료 지원사업을 활용해서 극단들은 더 많은 작품을, 더 많은 지역에서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소극장은 관객 수에 개의치 않고 다양하고 실험적인 작품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연출가들의 열린 마당이 될 수 있다. 도내 극단이 운영하는 소극장 수는 10개 정도다. 재정적인 어려움을 이기기 위해서는 상시 공연 시스템을 가져야 한다. 경남 연극인 수에 비해 소극장 수는 적으므로 연출가협회의 결집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태영 회장= 현실적으로 가장 힘든 부분이 예산, 경비 확보이고 운용이다. 연극인들도 생활인이어서 주어진 예산만으로는 작품 만들기가 쉽지 않다. 여담으로 한마디 하자면 이슬만 먹고사는 예술인은 없다. 연극 베테랑 중에서도 평생 연극해온 걸 후회하는 경우도 보았다. 배우 확보뿐만 아니라 작품마다 새로 무대장치 만들고 의상 만들고, 버릴 때도 돈을 주고 버려야하는 세상이다. 연극 외적인 활동으로 연극을 만들기 위한 수입을 내려 하다 보면 서글프다.

    △천영훈 부회장= 역시 사업 예산 확보가 관건이다. 얼마간 회원들의 갹출로 사업을 진행할 생각이다. 우선 연말에 극단 미소의 전용 소극장인 도파니아트홀에서 열리는 도파니아트페스티벌에 ‘경남연극연출가전’을 접목하기로 했다. 각 연출가들이 자기 극단의 레퍼토리로 제작돼 있는 소극장 작품을 한 공연장에서 연이어 선보이면서 연극애호가들의 시선을 모아보고자 한다. 어렵겠지만 이런 식의 소규모 연출가전을 3회 이상 이어간 후 규모를 어떤 방향으로 키워나갈 것인지 다시 고민해 보기로 했다. 문제는 문을 여는 첫 단계가 어렵다는 것이다. 우선 연출가전을 정기적으로 진행해 나가는 게 목표이다.



    ▲문종근 경남연극협회장이 선출될 당시, 필요성을 지적했던 도립극단의 창립에 힘을 보태기 위한 초석은 아닌가.

    △현태영 회장= 도립극단 창단의 최대 걸림돌은 재정이다. 하지만 경남보다 재정적으로 열악한 강원도가 도립극단을 운영하고 있다. 운영의 묘를 살리면 연극인들에게 작업을 계속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고, 수도권에 몰려 있는 인재들을 불러 내려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도민들에게는 초청 공연 식의 서울 작품을 목 빼고 기다려야 하는, 질 높은 연극에 대한 목마름을 다소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도립극단은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도립극단의 근거지가 될 마·창·진 연극계 입장에서는 득이 되지만 거리상 창원과 먼 거창, 함양, 사천 등지의 연극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가능성이 있다. 뿐만 아니라 지역 극단 자체의 붕괴를 가져올 소지도 있다. 소속 극단 작품을 연 1회 이상 참여하면서 도립극단의 단원으로 활동하게 해야 할 것이다. 대안을 찾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그래야 지방 극단도 죽지 않고 경남의 연극 역량도 극대화되리라 본다. 연극인들 사이에서도 도립극단에 대한 입장이 서로 다르다. 조율이 필요하다. 그 후에 힘을 모아야 할 것으로 본다.



    ▲첫 사업으로 기획한 ‘2014 연출가전’에 대한 일정과 내용은.

    △장종도 사무국장= 오는 22일부터 30일까지 창원 명서동 소재 도파니아트홀에서 열린다. 천영훈 연출의 ‘아빠들의 소꿉놀이’, 문종근 연출의 ‘락시터’, 김소정 연출의 ‘후에’, 최성봉 연출의 ‘해피엔딩’이 이틀씩 공연된다. 첫날 개막행사로는 겸사겸사콘서트가 예정돼 있다. 짧은 시간내 추진된 행사여서 각 극단의 공연 일정과 맞물려 많은 연출가가 참여하지는 못했다. 그 점이 좀 아쉽다.



    ▲마지막으로 경남연출가협회 회원으로서 덧붙일 말은.

    △장종도 사무국장= 각자 보는 눈에 따라 받아들이는 게 다르다. 연극도 입소문이 났다고 좋은 작품이 아니다. 자극적인 홍보와 연예인의 유명세를 이용한 흥행 위주의 가벼운 작품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배우려는 차원에서 진행하는 서울 극단과의 교류도 의미가 없어져 간다. 오히려 경남연극인들의 연극이 다의적인 의미와 감동을 함께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 기획성 작품을 배제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선명한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순수 연극을 살려내고 싶다.

    △현태영 회장= 연극인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보고 싶다. 연출은 책을 본다든가 공부만 한다고 되는 건 아니다. 많은 경험과 탐구가 이어져야 한다. 중국의 경극이나 천극은 자기들의 전통적 유희인 변검과 마치 서커스같이 보이는 자기들만의 것에 현대무용, 영상배경도 첨가해 볼거리를 쉴 틈 없이 제공한다. 만드는 사람도 신나고 보는 사람도 재미있는 그런 작품도 필요하다. 경남만이 가진 전통공연의 특징을 살리는 작업도 하고 싶다. 뿌듯한 연출 인생을 살고 싶다.

    △천영훈 부회장= 연출가협회의 정체성을 갖도록 노력하겠다.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함께 관극하고 토론하면서 연출가들끼리 구심점을 찾아 같이 발전해보자는 목적을 꼭 이뤘으면 하는 바람이다.

    황숙경 기자 hsk8808@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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