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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이제는 소탐대실의 함정에서 벗어나자- 류성기(진주교대 국어교육과 교수)

  • 기사입력 : 2014-12-0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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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탐대실이란 말은 중국 북제 유주(劉晝)의 ‘신론’(新論)에 나오는 말로 중국 전국시대 진나라 혜왕이 촉나라를 공격하기 위해 촉후(蜀侯)의 욕심을 이용해 촉을 공략한 이야기에서 나온 말이다. 혜왕은 신하들에게 소(牛)를 조각해 그 속에 황금과 비단을 채워 넣고 ‘쇠똥의 금’이라 칭한 후, 촉후에 대한 우호의 예물을 보낸다고 했다. 이 말을 듣고 촉후는 신하들의 간언을 듣지 않고 보물에 눈이 어두워져 ‘보석의 소’를 맞을 길을 만들었다. 혜왕은 ‘보석의 소’와 함께 장병 수만 명을 촉나라로 보냈는데, 촉후는 문무백관을 거느리고 도성의 교외까지 몸소 나와서 이를 맞이했다. 그러자 갑자기 진나라 병사들은 숨겨 뒀던 무기로 촉을 공격하고, 촉후를 사로잡았다. 이로써 촉은 망하고 ‘보석의 소’는 촉의 치욕의 상징으로 남았는데, 촉후의 소탐대실이 나라를 잃게 만든 것이다.

    오늘날에도 소탐대실 현상은 사회 모든 측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나 교육적인 측면에서 두 가지만 보기로 하자. 먼저 대학의 ‘성과연봉제’의 문제이다. 전 교수들의 봉급을 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제도이다. 언뜻 보기에는 참 바람직하다. 1년 동안 잘 가르치고, 연구를 많이 해 성과가 많으면 연봉을 많이 받고, 성과가 적으면 적게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정책은 대학의 성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의 생각이다. 대학에서는 연구 논문을 많이 쓴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하나를 쓰더라도 참 가치가 있는 것을 써야 한다. 논문 열 편을 써도 가치가 없으면 쓰레기밖에 되지 않는다. 연구는 주제에 따라 1년이 아니라 10년에 걸쳐 해야 할 것이 있다. 그러한 연구가 정말 가치 있는 연구이다. 그런데 성과연봉제로 해 1년의 연구 성과가 논문 몇 편인가를 따진다면 누가 가치가 있는 주제로 연구할 것인가.

    K대학교 모 교수와 사석에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정말 성과연봉제는 이 나라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매우 잘못된 제도라는 내용이다. 이야기하는 도중 K대학교 교수는 자신이 30년 전 프랑스에서 공부할 때 자기를 지도해준 프랑스의 대학 교수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프랑스에서는 대학 교수가 1년에 연구 논문을 몇 편 쓰는가 관여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그러면 대학 교수들이 연구를 하느냐? 놀기만 하는 교수는 없느냐?”라고 물었는데, “놀기만 하는 교수도 있지만, 그것은 다른 교수들이 진정한 연구를 하는 것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고 한다. 큰 것을 생각하고, 작은 것을 과감히 감수하는 큰 정책이다.

    다음으로 교육에 접근하는 국민들의 의식을 보자. 국가에서 창의력 신장 교육, 인성 교육 등을 주창하지만 진정한 창의력 교육, 인성 교육이 이뤄진다고 볼 수 있는가? 학교에서는 지식 위주의 학습에 중점을 두고, 암기 위주의 학습을 하고 있고, 상호경쟁체제 속에서 우등생과 열등생으로 나누고, 학생을 암기한 지식에 따라 등수화하는 교육을 시키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교육을 시키지 않는 학교의 학부모들은 학교와 교사들을 비판하고 있다. 정부는 외국어고니, 자사고니 하는 학교 간 등급화 정책을 펴고 있으며, 이에 편승하는 학부모들의 성화는 이러한 교육 정책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이러한 교육이 어떻게 진정한 인성을 갖추는 사람을 함양해 낼 것인가? 어떻게 학생 상호 간에 서로 협력하면서 생활해야 한다는 철학을 생성해 낼 것인가? 어떻게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사고력 신장의 교육, 인류를 위해 평생을 바쳐 연구하고 헌신하는 사람을 만드는 교육을 해 낼 것인가?

    이제는 제발 눈앞의 작은 이익에 빠지는 소탐대실의 함정에서 벗어나자. 크게 보고, 멀리 보고, 사람다운 사람을 생각하는 큰 교육을 해 가자.

    류성기 진주교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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