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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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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머피의 법칙- 김진희(시조시인)

  • 기사입력 : 2014-12-05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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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일이 척척 해결되고 술술 잘 풀리는 경우인 샐리의 법칙과 반대로 자기가 바라는 것은 이뤄지지 않고 계속 나쁜 쪽으로만 흐르는 것을 머피의 법칙이라고 한다. 속담으로는 엎친 데 덮친 격, 또는 설상가상(雪上加霜)이 해당된다. 누구나 행운을 바라며 샐리의 법칙을 기도하지만 인생에서 바라는 꿈은 쉬이 이뤄지지 않고 더구나 하는 일마다 꼬여서 낭패를 볼 때가 있다.

    학생들에게는 샐리의 법칙처럼 긍정적인 신념을 갖게 하는 피그말리온 효과 또는 플라시보 효과를 강조해 좋은 일이 일어나도록 긍정적 자세와 마음가짐을 가르치지만 그 반대 개념을 무조건 배척할 수만 없을 것 같다.

    ‘나와 세상의 비밀을 푸는 경이로운 심리법칙 66가지’의 저자 황웨이는 “요행을 바라지 말고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어라”고 말한다. 실수는 충격 효과가 있어서 사람에게 더 많은 깨달음을 주며 실수를 통해서 교훈을 얻는 사람만이 끊임없이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토요일, TV 가족노래대회를 보았다. 출연자 중에서 ‘마이웨이’를 부른 92세 어머니와 73세 딸의 표정에 시선이 꽂혔다.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것도 그렇거니와 삶의 고비마다 격려하며 손을 잡고 함께 넘어 왔을 모녀의 모습에 가슴이 찡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넘어질 수 있어/ 이제 와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어/ 내가 가야 할 이 길에 지쳐 쓰러지는 날까지/ 일어나 한 번 더 부딪혀 보는 거야/ 때론 큰 산 앞에서 무릎 끓고서 포기도 하려 했어~ 마이 웨이~

    아흔 살이 넘은 어머니는 지쳐 쓰러지는 날까지 한 번 부딪혀 보겠다는 의지가 가득한 눈빛으로 열심히 노래를 불렀다. 일흔세 살 딸과 마치 친구처럼 부르는 모습은 큰 감동을 줬다. 지금까지 살면서 얼마나 많은 후회와 걱정과 실패가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을까? 그때마다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툭툭 털고 일터로 나가시는 부모님, 100세 고개를 앞둔 우리는 큰 산 앞에서 얼마나 무릎 꿇고 포기해야 할까.

    자연은 어느새 한 해를 갈무리하며 종요로이 겨울 채비를 서두른다. 나이테를 또 하나 새긴 나무는 우수수 나뭇잎을 떨어내고 빈 가지로 서 있다. 언젠가 봄이 오리란 것도 모른 채 매서운 비바람 속에서도 골드 스미스 명언을 가슴에 달고 묵묵히 등산객을 맞이한다. “우리 인생의 최대 영광은 한 번도 실패하지 않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다시 일어나는 데에 있다.”

    12월이다. 등단을 꿈꾸는 문학 지망생에게는 가슴 떨리는 달이다. 이맘때쯤 신문사도 신춘문예 공모를 마감하게 된다. 먼 등대를 향해 감성의 날갯짓을 펼치며 밤을 낮처럼 고뇌하고 번민의 날을 보낸 시간이 얼마인가. 하지만 새해 아침, 단 한 명을 제외한 수많은 응모자들은 또 쓴 잔을 마시면서 절망과 암울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설움에 패배감을 느낀다. 그래서 자신감을 잃고 무능을 탓하며 더 이상 헤어날 수 없는 늪에서 허우적거릴 것이다. 아슬하게 놓친 기회가 아쉽고 불운에 안타까워하며 어쩌면 영영 포기하고 싶은 상실감에 빠질 것이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유난히 행운은 비켜가고 되는 일이 없어 암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대여!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 기다리고 준비하라. 도전하는 자에게 기회는 온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김진희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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