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7월 08일 (수)
전체메뉴

[경제인칼럼] 대기업을 위한 변명- 박평구(LG전자 창원경영지원FD담당 상무)

  • 기사입력 : 2014-12-08 11:00:00
  •   
  • 메인이미지



    위대한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국가가 인정하는 신을 믿지 않고, 아테네의 청년들을 선동한다’는 죄목으로 법정에 세워졌을 때, 고발당한 죄목에 대한 부당함을 열거하며 적극적으로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이 법정 변론 기록을 엮은 책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나라 대기업에 씌워진 ‘암묵적인 죄목’에 대해서는 소크라테스처럼 선뜻 나서서 변명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최근 우리 사회의 핫이슈인 ‘갑을 논쟁’의 중심에 대기업이 있다. 대기업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중소기업에 불공정 행위를 일삼는 나쁜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는 듯하다. 갑을 논쟁 이슈로 인해 경제민주화, 초과이익 공유,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 등 다양한 정치적 구호들이 등장했다. 또한 통상임금과 사내 도급에 대한 불법파견 판결, 주 52시간 근로시간 제한 등 새로운 규제들도 논의되면서 대기업의 경제활동은 점점 위축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의 이윤동기나 시장의 본질적인 원리에 부합되지 않는 사회적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 만약 자연스런 경제활동과 무관하게 규제나 정책에 의해 대기업의 이익을 나누거나, 협력업체 지원을 강제해야 한다면 R&D, 신규투자 등에 대한 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시장경제에서의 정책들은 소비자 이익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데 이 경우 첨단기술이나 새로운 무언가를 원하는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

    애플의 예를 들어보자. 아이폰은 폭스콘이라는 중국 업체에서 생산된다. 소위 애플이 갑이고, 폭스콘은 을이다. 애플은 아이폰으로 천문학적인 수익을 벌어들였지만 아무도 애플의 이익을 폭스콘과 공유해야 한다고 요구하지 않는다. 우리 엘지도 초기부터 아이폰 디스플레이와 카메라모듈 등을 생산해 온 협력업체지만 내년에 다시 애플의 협력업체로 살아 남는다는 보장은 없다.

    아울러 원가경쟁도 어느 때보다 치열한 상황이다. 막대한 투자비를 쏟아 신기술을 개발했음에도 제품가격은 순식간에 떨어진다. 제품 가격은 기업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기대와 요구로 형성되기 때문이다.

    전자제품의 경우, 출시 1년이 지나면 가격은 20~30% 정도 하락한다. 신제품 개발에 소요된 투자비를 회수하려면 최소 3년은 생산해야 하는데, 하락한 가격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을 통한 원가절감이 필요하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갑을의 구분은 무의미해진다. 사실 갑 중의 갑은 소비자다. 소비자 앞에서는 대기업도, 중소기업도 동등한 입장이다.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모든 것이 소비자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경쟁력은 얼마나 소비자의 선택을 끌어내는가에 좌우된다.

    소크라테스는 적극적인 변론에도 불구하고 근소한 차로 유죄가 결정돼 결국 사형을 당하게 된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에게 유죄 투표를 한 사람들을 향해 “여러분은 나의 죽음을 결정했지만, 내가 죽은 후 곧 당신들에게 징벌이 내릴 것이다”라고 예언했다.

    지금 글로벌 시장에서는 세계 1위 기업조차도 한순간에 추락할 수 있는 치열한 생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온 자원과 역량을 집중해도 글로벌 강자들을 상대하기 벅찬 상황이다. 중소기업만으로 글로벌 강자들을 상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소모적인 갑을 논쟁에서 벗어나 중소기업이 가진 부품경쟁력과 대기업의 브랜드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려 저성장 시대의 경제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야 할 때다.

    박평구 LG전자 창원경영지원FD담당 상무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