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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태 四柱 이야기] 천지감응(天地感應)

  • 기사입력 : 2014-12-08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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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의 주색잡기로 바람 잘 날이 없는 집이 있다. 애들 때문에 이혼도 못하고, 싸우다 지친 아내가 마지막으로 무당을 찾아가니 조상신이 붙었다며 굿을 하라고 한다. 만만치 않은 비용이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한번 그 무당을 믿어보기로 했다.

    날을 잡아 굿판을 벌였다. 그랬더니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죽은 시아버지의 혼(魂)이 나타나서는 지금 남편이 하는 행동을 그대로 한다. 심지어 굿판에 구경 온 며느리의 친구한테도 집적거리고, 남편이 술에 취해서 집에서 하는 행동을 아주 똑같이 해서 기겁을 했다.

    집에 온 아내가 시어머니께 어떻게 된 거냐고 물으니, 지금 아들이 하는 짓이 살아생전 시아버지가 하는 행동 그대로라고 한다.

    작가 김홍신의 말을 빌리면,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 1587~1671)의 해남윤(尹)씨 후손들이 율곡(栗谷)과 신사임당의 초상화를 그린 초상화의 대가 이종상 화백에게 고산 윤선도 기념관인 녹우당에 봉안할 초상화를 제작해줄 것을 간곡히 청했다.

    이 화백은 고산선생의 신상자료가 전혀 없어 고산의 부모 유골을 바탕으로 했다. 고산 묘는 문화재여서 파묘(破墓)가 어렵기 때문에 부모 묘를 파헤쳐 유골의 DNA를 분석하고 3D작업을 거쳐 세밀한 부분을 전통 재료로 그려 완성했다.

    그 제작 과정이 재미있다. 이 화백은 처음 몇 날을 촛불을 켜고, 향을 피워 절만 계속해서 했다. 귀신을 부르는 초혼(招魂) 의식인데, 이렇게 하여 고산의 혼을 불러와서 접신(接神)을 한다. 화가는 접신한 혼의 형체를 보고 4년 만에 고산의 국가 표준영정 제작을 마쳤다.

    매년 음력 10월 23일은 고산 윤선도의 시제(時祭)다. 2012년 시제에는 고산의 표준영정이 선보이는 날이기도 했는데, 시제를 끝낸 손(孫)들은 해남 연동에 있는 고산 윤선도 기념관에서 영정 봉안식을 치렀다. 이종상 화백이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영정이지만 정작 이 화백은 이 영정 봉안식에 참석할 수 없었다. 4년간 머물던 혼을 보내는 의식인 첨배례(瞻拜禮)로 고산의 혼이 빠져나갔으니 탈진해서 거동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기념사진 속 해남 윤씨 후손들의 얼굴이 고산 초상화의 모습과 묘하게 닮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고? 한바탕 굿판을 벌여 시아버지 귀신을 융숭하게 대접해서 보냈더니 그 남편은 신통하게도 1년간은 술도 딱 끊고, 일도 하면서 지내더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약발은 1년간이었던가 보았다. 예전 버릇을 버리지 못해 끝내 이혼하고 가정이 해체됐다.

    귀신이 있느냐 없느냐를 많이 물어본다. 본 적이 없으니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없는 귀신도 만들어 내는 것이 인간의 정열이고 흔적이고, 인간이 가진 기적 같은 독특한 능력인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간절히 원하면 이뤄진다’는 말이 있듯이 몰입하고 정성을 들이면 그 염원이 하늘과 닿아서 ‘천지감응’한다는 것이다.

    천지감응(天地感應) 만물화평(萬物和平), 남녀감응(男女感應) 부부강녕(夫婦康寧), 감응지사(感應之事) 무유불형(无有不亨). 주역(周易)의 택산함(澤山咸)에 나온는 말로서 직역하자면 이렇다.

    ‘하늘과 땅이 서로 호응하니, 만물이 함께 평안하다. 남녀가 서로 호응하니, 부부가 평안하다. 서로 호응하는 일에는, 형통하지 않음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정성을 들여 많이 노력하라는 말이다.

    역학연구가·정연태이름연구소 www.jname.kr (☏ 263-3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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