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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참외밭에서 신발끈 고쳐매기

  • 기사입력 : 2014-12-09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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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산의 사전적 의미는 필요한 비용을 미리 헤아려 계산하는 것이다. 가정이든 국가든 예산은 닥쳐서 짜는 것보다 미리 짜놓아야 낭비를 막을 수 있다. 때문에 연말에 서둘러 시행하는 각종 공사들은 따가운 시선을 받는다.

    최근 제보가 들어왔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석전사거리에서 회산교 방향으로 보도블록 교체 공사가 한창인데 “예산을 쓰기 위한 전형적인 낭비행정”이라는 것이다.

    취재에 나섰다. 주민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한 상인은 “연말만 되면 보도블록을 교체하는 것이 뻔한 것 아니냐”며 “돈 있으면 어려운 사람 도와주는 복지에나 써라”고 비판했다.

    마산회원구청에 문의해 보니 보도블록 교체는 수년간 계획돼 왔던 사업이었다. 석전사거리에서 회산교 방향 2㎞ 구간에 총 공사비 1억8000만원 중 1억원은 수년 전 도비로 확보해 놓고, 올해 들어 시비 8000만원을 확보했다. 기존 보도블록은 지난 1999년에 시설된 것으로 15년이 지났다.

    이미 사업계획이 수립됐던 상황에서 연말에 공사 시기가 잡힌 것뿐이고 불용예산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해 창원시의회는 ‘연말 보도블록 교체 관행’에 제재를 걸기 위해 ‘보도의 설치 및 관리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는 겨울철 보도 공사(매년 12월~다음해 2월)를 금지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불용예산을 쓰기 위해 연말에 몰리는 공사를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당시 조례를 발의한 송순호 의원에게 공사 시기가 적절한지를 물었다. 송 의원은 “연말에 갑작스럽게 공사 계획이 잡힌 것이 아니라 이미 계획됐던 사업이기 때문에 조례에 위배되는 것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석전 사거리 인근 보행로는 바둑판무늬의 미끄럼 방지 보도블록으로 새 단장 중이다. 보도블록 교체에 대한 시민들의 시선이 따가운 이유는 연말만 되면 예산을 몰아 쓰던 관행에 대한 학습효과 때문일 것이다.

    참외밭에서 신발 끈을 고쳐 매지 말라고 했다. 그렇더라도 시민들의 감시와 비판은 당연하다. 예산은 우리의 돈이기 때문이다.

    김용훈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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