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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5년째 테마예술촌 만들고 있는 거창 ‘자연의 소리’ 정성규 대표

“내 꿈보따리를 테마예술촌에 풀어놓았죠”

  • 기사입력 : 2014-12-09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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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규 테마예술촌 ‘자연의 소리’ 대표가 소원성취바위를 배경으로 앉아 있다. 정 대표는 테마예술촌을 만들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거창군 가북면 용암리 일대에서 5년째 조성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야생동물과 야생식물의 천국. 해발 850m 가야산 인근에 테마예술촌을 만들고 있는 정성규(48)씨.

    지난 2008년 11월 직원들과 산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노을로 붉게 물든 하늘 아래 널찍이 펼쳐진 산세를 보면서 정씨는 전율을 느꼈다. 그는 이날 ‘언젠가 이곳에 나의 둥지를 틀리라’ 하고 다짐했다.

    어머니와 7남매가 어울려 지낼 수 있는 집, 일상에 지친 도시인들이 찾아와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쉼터, 울창한 산림을 이용한 휴양림과 전원을 주제로 한 테마공원, 그의 머릿속에는 테마예술촌 ‘자연의 소리’가 조금씩 그려지고 있었다.

    “여기에 테마가 있는 휴양지도 만들고, 마음 맞는 사람과 함께 사는 집도 짓고, 노후를 그렇게 보냈으면 좋겠다.”

    그는 테마예술촌에 화가, 음악가, 조각가 등 예술인과 한의사, 교수, 심리치료 의사 등 전문인 등이 어울려 살면서,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에게 공연도 보여주고 재능기부도 할 수 있는 ‘사람과 자연이 관광’이 되는 곳을 만들고 싶다는 구상을 했다.

    정씨가 그의 꿈을 말했을 때 지인들은 한결같이 반대했다.

    “무슨 이런 첩첩산중에 집을 지어요. 이보다 더 좋은 위치에도 땅이 얼마나 많은데…. 괜한 짓 하지 말고 다른 데 찾아보세요.”

    하지만 2009년 5월 10일 오전 9시, 그는 거창 가북면 가야산 오지 28만9000㎡에 첫발을 디뎠다.

    간벌팀 15명, 포클레인 3대, 덤프트럭 2대, 집건축팀 5명, 인부 10명 등 40명의 사람들이 산에 길을 내고 먼저 집 2채부터 짓기 시작했다.

    그러나 공사시작 여섯 달이 지난 어느 날 통장잔고를 보고 앞이 캄캄했다. 2년 사업 계획으로 넣어두었던 통장 잔고가 거의 바닥나고 있었다.

    승용차가 겨우 다닐 수 있는 800m의 길과 계곡, 11평짜리 흙집 한 채 값 치고는 지출이 너무 컸다. 전략 없는 열정이 원인이었다.

    할 수 없이 관리인 1명만 현장에 남겨 두고 철수했다.

    그는 이후 6개월간 건축 조경 도로 계곡 등 모든 분야를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 공부하고 현장학습을 했다.

    2010년 3월 눈이 녹기를 기다렸다 다시 산을 찾았다. 도로를 재정비한 다음 계곡과 주택을 지을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일찍 찾아온 장마에 600m의 계곡은 무너졌고, 800m 진입로는 흙투성이 쑥대밭이 되어 버렸다.

    전체 도면 대신 주먹구구식 공사와 자연재해에 대비하지 못한 무지 때문이었다. 그는 더 많은 카페에 가입해 공부하고 도움이 될 만한 곳이면 국내외 어디든 찾아다녔다.

    이어 2012년 가을, 둘레길과 작은 테마 장소, ‘다이아몬드집’과 ‘나무위의 집’을 만들었다. 그리고 인터넷 카페에 ‘거창 자연의 소리’를 개설, 세상에 그만의 꿈을 조심스럽게 내놓았다.

    겨울 초입인 11월 말 ‘자연의 소리’ 현장을 방문했을 때도 조경공사가 한창이었다. ‘자연의 소리’는 거창군 가조인터체인지에서도 30분 이상 차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오지에 위치해 일반인들이 계획하고 오지 않는 한 바로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길도우미인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면 바로 찾을 수 있다. 해발 850m인 고지인데도 산세는 전체적으로 안락한 품처럼 느껴졌다.

    이런 오지에 커다란 연못이 있고 둘레길이 사방으로 잘 조성돼 있고, 조각작품과 테마공원이 곳곳에 있었다. 자연과 잘 어울리는 황토방과 펜션도 몇 채 보였다.

    4㎞의 자연 둘레길, 33곳의 작은 테마공원, 85%의 천연 자연공원, 30개의 조각작품, 20곳의 나무와 돌의 쉼터, 10개의 콘셉트별 연못과 폭포, 다양한 14동의 게스트 하우스….

    시작한 지 5년이 지난 지금 ‘자연의 소리’ 마스터플랜 중 모두 완성된 부분도 있고, 아직 추진 중인 항목도 있었다. 정씨의 열정으로 자연의 소리는 차근차근 처음 구상한 모습을 갖춰가고 있었다.

    현재 자연의 소리에는 이미 완성한 황토방과 숲속 목조집, 숲속 동화마을 등에 펜션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이곳에 입주하는 사람들이 재능기부를 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소득도 올릴 구상을 하고 있다.

    입주자들은 심의위를 구성해 받을 예정이며, 향후 입주자들이 테마예술촌의 주인이 되고 공동으로 관리하는 형태를 꿈꾸고 있다.

    마흔넷에 첫 삽을 들기 시작해 앞만 보고 달려와 5년이 지난 지금. 언제 완성될지 모르는 자연의 소리를 보면서 그는 자신을 돌아본다.

    주위에서는 그를 ‘자수성가의 모델’로 얘기한다. 가난한 집안의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신문 배달과 고물 줍기를 했고,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사회로 뛰어들었다.

    늦은 나이에 대학 진학, 그리고 사업과 투자. 20~30대 돈이 되는 일이면 무엇이든 했고, 외국도 많이 돌아다녔다. 덕분에 40대 초반에 경제적으로 부족함 없이 살 만큼 여유도 생겼다.

    그렇지만 마음은 늘 허전했다. 더 늦기 전에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을 살아보고 싶었다.

    앞만 보고 달려 온 자신에게 틀별한 보너스를 주고자 시작했던 자연의 소리는 그에게 멈춤이 아닌 또 다른 도전이었다.

    “남들이 뭐라 하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싶습니다.”

    ‘문화와 예술, 사람과 자연이 더불어 숨 쉬는 오지마을 속 테마예술촌’, 다른 사람들한테는 무모해 보였던 그의 꿈은 현실화되고 있었다.

    이상규 기자 sk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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