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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1) 어수화해(魚水和諧)- 물고기와 물이 잘 화합해 어울리다. 임금과 신하가 떨어질 수 없는 관계가 되다

  • 기사입력 : 2014-12-09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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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후한(後漢) 말기 조조(曹操)가 북쪽에서 황제를 끼고 백만대군을 거느리고 크게 세력을 확장하고 있었고, 손권(孫權)은 남경 (南京)을 중심으로 한 동남쪽에서 확고한 기반을 잡고 있었다.

    여기저기 떠돌며 뜻을 펴지 못하던 유비(劉備)가 서서(徐庶)라는 사람으로부터 제갈량(諸葛亮)이라는 걸출한 인재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제갈량을 자기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 온갖 정성을 다했다.

    그때 제갈량은 호북성(湖北省) 융중(隆中)에서 숨어 직접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유비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세 번을 찾아가 제갈량을 만났다.

    흔히 말하는 ‘삼고초려(三顧草廬 : 제갈량의 오두막을 세 번 찾아갔다)’다.

    거기서 제갈량으로부터 역사에서 말하는 ‘융중대(隆中對)’라는 천하 경영의 큰 계책을 듣는다. 우선 중국 서남쪽 형주(荊州)와 익주(益州)를 차지해 솥발의 형세처럼 세 나라의 국면을 형성했다가 점점 세력을 키워 천하를 통일하자는 의견이었다.

    유비가 제갈량을 초빙해 날로 친밀해지자 원래 도원(桃園)에서 형제 결의를 했던 관우(關羽)와 장비(張飛)가 소외감을 느껴 불평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유비가 “나에게 제갈량이 있는 것은 마치 물고기에게 물이 있는 것과 같다”라고 했고, 두 사람도 불평을 중단했다. 유비는 제갈량을, 물고기에게 물 같은 존재로 자기에게 없어서는 안 될 사람으로 생각한 것이다.

    공자(孔子)는 “임금이 신하를 예절을 갖추어 부리면, 신하는 임금에게 충성으로써 섬긴다(君使臣以禮, 臣事君以忠)”고 했다.

    맹자(孟子)는 “임금이 신하를 자기 손발처럼 여기면, 신하는 그런 임금을 자기 배나 심장처럼 여긴다. 임금이 신하를 개나 말처럼 여기면, 신하는 그런 임금을 그냥 일반 백성처럼 여긴다. 임금이 신하를 흙먼지나 잡초처럼 여기면. 신하는 그런 임금을 도적이나 원수처럼 여긴다(君之視臣如手足, 則臣視君如腹心. 君之視臣如犬馬, 則臣視君如國人. 君之視臣如土芥, 則臣視君如寇讐)”고 했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이 아주 곤경에 처해 있다. 신임하고 맡겼던 전직 장관과 비서관들이 모두 재직시의 기밀을 무기로 대통령을 둘러싼 청와대의 의혹을 언론에 터뜨리고 있다.

    물러나게 할 때 그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 것이 있는 듯하다. 후임자도 안 정해진 상태에서 문화부장관을 면직시켰고, 청와대 비서관은 자기 짐 꾸릴 시간이 없을 정도로 빨리 그만두고 나가라고 했다 한다.

    그러나 대통령이 자기를 믿고 일을 시켰을 때의 좋은 면을 보아야지, 자기가 알고 있는 기밀을 폭로하며 맞서 보복하는 것은 정정당당한 태도가 아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런 상황이 왜 일어나는가? 해방 이후 계속 지식교육만 해 왔지, 인성(人性) 교육을 안 했기 때문에 당연히 이런 것이다.

    * 魚 : 물고기 어. * 水 : 물 수.

    * 和 : 조화할 화. * 諧 : 화합할 해,

    우스운 소리 해.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여론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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