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2월 19일 (수)
전체메뉴

[경남비경 100선] 사천 비토섬 낙조

별주부전 설화 서린 사천 비토섬에서 보는 낙조란…

  • 기사입력 : 2014-12-11 11:00:00
  •   
  • 메인이미지
    사천시 서포면 비토섬에서 바라본 일몰./성승건 기자/
    메인이미지

    월등도 갯벌에서 바라본 일몰.


    첫눈 내리던 날 사진기자와 함께 사천 비토섬으로 향했다. 낙조, 즉 해넘이가 아름답다고 해 취재에 나선 길이었다.

    낮부터 경남 전역에 눈이 내렸고, 출발지인 창원은 눈이 잠깐 그치고 파란 하늘이 비쳤지만 비토섬 날씨는 장담할 수 없었다. 물때가 맞을지도 걱정이었다. 서쪽 하늘로 저물어가는 해를 따라 남해고속도로를 달렸다. 진주쯤 가니 보이던 해는 사라지고 다시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이래서야 해를 제대로 볼 수는 있을는지.

    곤양IC에 내려서자 언제 내렸나는 듯 눈이 그쳤다. 이미 서쪽으로 많이 기울어진 해는 아주 잘 보였다. 그러나 서쪽 바다 바로 위로 두꺼운 구름층이 노을을 가릴까 걱정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낙조인 ‘실안’은 비토섬과 지척이다. 실안 낙조 못지않게 해넘이로 유명한 곳이 바로 비토섬이다.

    1992년 비토섬과 육지를 잇는 비토다리가 놓여졌다. 비토다리에 가기 전부터 드넓은 갯벌이 우리를 맞았다. 다리를 넘어 이젠 섬이다. 해가 넘어가려면 아직 시간이 남았기도 했고, ‘별주부전’ 배경이 된 토끼섬과 거북이섬이 보고 싶어 해안도로를 탔다. 드문드문 보이는 해변은 절경이었다.

    비토(飛兎). 토끼가 날아가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우선 토끼가 날아가는 모습이 어떨지 상상이 되지 않았고, 섬 모습 전체를 조망할 수 없어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친다. 다음엔 드론이라도 띄워볼까 싶다.

    비토섬은 월등도, 토끼섬, 거북섬, 목섬 등 토끼와 거북이 등장하는 별주부전 전설이 서린 곳이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별주부전과 이곳에서 전하는 내용은 조금 다르다. 아니 ‘비하인드 스토리(behind story)’다. 더 슬프다.

    해안도로를 따라 갯벌과 굴 양식장을 보면서 조금 달리니 금세 월등도다. 하루에 두 번만 열린다는 바닷길이 열렸다. 운이 좋다. 차를 타고 그대로 월등도까지 갔다. 마을 주민들은 월등도를 ‘돌당섬’이라 부른다. 토끼가 용궁으로 잡혀간 후 처음 돌아온 곳이란 뜻이란다. 돌아오다의 ‘돌’, 당도하다의 ‘당’자 첫 글자를 땄다고 한다.

    아무튼 간을 두고 왔다 하여 다시 뭍으로 돌아오면서 처음 당도한 곳이 돌당성, 곧 월등도라는 것. 토끼는 월등도에 이르러 바다에 비친 섬을 고향으로 착각하고, 서둘러 뛰어내렸다가 물에 빠져 죽어 토끼섬이 됐고, 토끼를 놓친 자라는 용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그대로 섬이 됐다. 바로 거북섬이다.

    끝이 아니다. 남편을 용궁으로 떠나보낸 아내 토끼가 바다를 바라보며 목이 빠지게 남편을 기다리다 바위 끝에서 떨어져 목섬이 되었다고 전한다. 전설이 그러하듯 참으로 다양한 이야기들이 플롯처럼 짜인 이야기다.

    비토섬 석양이 가장 아름다운 곳은 횟집이 있는 언덕배기라는데, 월등도에서 비토섬으로 돌아가는 바닷길에 비친 석양 또한 진경이었다. 속살을 드러낸 바닷길, 드문드문 고인 물에 비친 석양은 무엇보다 눈부셨다.

    사실 출사 작가들이 권하는 포인트보다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곳곳이 낙조를 즐기기엔 그만이다. 낙조는 겨울이 제맛이라고들 한다. 눈이 내린 직후여서 하늘이 어느 때보다 깨끗하기도 했고, 추운 날씨 덕분에 더 맑아보였다.

    비토섬에서는 바다 건너 하동과 남해를 잇는 남해대교 위로 저무는 해를 볼 수 있다. 사람의 편의를 위해 지어진 다리조차 아름다운 배경의 한 조각으로 만들어버리는 자연의 힘이다. 드문드문 바다 위로 삐죽 목을 내민 굴 양식장과 아직 물이 차지 않은 갯벌 위에 저무는 석양. 아무 말 없이 마냥 바라보게 하는 마력이 있다. 추위도 잠시 잊을 정도로.

    낙지포마을을 비롯해 섬 곳곳에는 겨울 제철을 맞은 ‘굴’ 까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근처 어느 식당에라도 들러 제철 싱싱한 굴을 맛보면서 노을을 감상해도 금상첨화다.

    조금 일찍 비토섬을 찾는 길이라면 만해 한용운과 소설가 김동리의 흔적이 남아 있는 다솔사를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가족과 함께라면 대나무 체험장이 있는 비봉내마을도 추천한다. 차상호 기자

    cha83@knnews.co.kr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차상호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