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가래로 뻘 파 쉽사리 잡지만
여자들은 힘이 달려,
몸뚱아리가 연장이여
팔 걷고 쑤셔 넣다 보면 어깨까지 다 닿는겨
줄에다 산 낙지를 묶어서 손에 달고
살째기 집어넣으면
속에치 꼬셔 나오제
으찌나 잽싼지 몰라 깜빡 하믄 나만 망해불어
알 까고 죽은 낙지는 살 썩어도 냄새가 안 나
알 보듬느라 묵지도 않고
헛껍딱만 남은 겨
세상에 모든 어매라는 것이 다 같은 거 아녀
☞ 낙지잡이로 생계를 삼는 여성 화자의 육성이 나직나직 들려옵니다. 중년을 넘은, 혹은 육순은 넘긴 듯한 목소리입니다. 우리 ‘어매’의 목소리이지요. 질척이는 뻘 밭에 고무 장화를 묵직하게 옮겨 놓으며 자식들 등록금이 되고 손자들 우유값이 될 낙지잡이에 온몸을 내어놓는 어매. 가래나 삽으로 파고 잡은 낙지와 몸뚱어리 연장으로 잡은 낙지값이 같다는 현실은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그러나 힘에 달리는 그 일을 어매는 오늘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게 ‘어매’라는 진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알을 품느라 먹지도 못하고 굶어 죽은 어미낙지. 썩을 것도 냄새 날 것도 없는 헛껍질뿐인 주검. 어깨까지 닿는 뻘 밭에 오늘도 우리의 어매들이 몸뚱어리 보습을 대는 거룩한 이유입니다. 조예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