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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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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문화기획] 책, 한 해를 엮다

  • 기사입력 : 2014-12-15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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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장에 꽂힌 다양한 북아트./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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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가지 볼록북들./볼록북/


    한 해가 보름 남았다. 대부분 사람들이 여기에 ‘벌써’를 붙여 이야기할 것이다. 우리는 빨랐다 느끼지만, 시간은 하루 24시간을 고스란히 지켜 삶의 단위로 삼는 365일이 잘 흐르도록 했다. 남은 날은 이제 보름 남짓.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유난히 슬픈 사건·사고가 많았던 한 해, 힘들었을 2014년의 마무리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뜻대로 되지 않은 일들이 많았다고, 후회만 덕지덕지 남았다고, 상처소독을 핑계로 술잔만 기울일 것인가. 어쨌든 장하게 살아낸 한 해로 남겨 완전한 치유를 위한 반창고를 붙여보는 건 어떨까. 마음의 상처를 낫게 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스스로를 가만히 돌아보는 것이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쳐 지나왔던 것들을 모으고, 내버려뒀던 소중한 것들을 돌아보는 한 해 정리, 보고서가 필요하다.

    남을 위한 보고서와, 계획안은 늘 정성들이고 시간에 딱 맞춰 써왔지 않나. 그렇다면 이번에는 나만을 위한 한 해 마무리 결산보고서와 내년 계획안을 한 번 준비해보자. 처음부터 끝까지 내손으로 만들어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책부터, 할 일 많은 연말에 클릭 몇 번으로 한 해 일상을 정리할 수 있는 책까지 여기 모아봤다. 이제 2014년을 하나 하나 엮어 어떤 방식으로든 나를 키워준 해로, 책장 한 자리를 내어주는 일만 남았다.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나만의 책’ 북아트

    일기장이나 스케줄러(다이어리)는 ‘나의 이야기를 담는 특별한 공간’이다. 내 일상의 세세한 영역까지 펼쳐놓는 곳이다. 매일 일기를 썼다면 따로 한 해 정리가 필요없이 그냥 한 번 넘겨보기만 해도 될 것이다. 하지만 나만이 갖고 있는 공간을 좀 더 독보적이고 가치있는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북아트(Book Art)’를 통해서다. 북아트는 공장에서 찍어 나오는 노트가 아니라, 커버와 종이를 직접 하나하나 골라 재단하고, 실과 바늘을 이용해 엮어내 만드는 것이다. 심지어 속지도 직접 펠프를 이용해 만들어 넣을 수도 있다. 크기부터 색깔, 종이 질감과 장식까지 전부 취향을 반영한다. 물론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것이다.

    ‘아트’, 혹은 ‘예술’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두려움이 느껴지는데, 그것은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만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영역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는 북아트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2006년부터 창원북아트연구소를 열어 북아트를 보급해오고 있는 김지숙(30·홍숙팩토리화실 운영) 소장은 “그림이나 조각보다 초보자들이 접근하기 훨씬 쉽다”며 “제작과정에 참여하면서 의미를 찾고, 나만의 이야기를 풀 하나뿐인 공간을 완성했다는 성취감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제작이 가능하고, 완성된 책의 내용도 자신이 채워가기에 만든이가 ‘아티스트’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날 김 소장은 ‘콘서티나’ 방식으로 엮은 책을 마무리하는 법을 직접 보여줬다. 손끝으로 종이를 접고, 바늘로 종이를 엮어나간 뒤 실을 단단히 매듭짓는 작업에는 정성이 깃들었다.

    김 소장은 “책 자체는 입체적으로 꾸미는 것이 가능한데, 동시에 속지에는 평면적인 작업도 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며 “기존의 방식으로 기념할 수 있는 특별한 날뿐 아니라, 넘겼던 일상들도 얼마든지 의미를 갖는 날로 변화시킨다”고 덧붙였다.



    ▲나의 행적 좇는 것들

    우리의 행적을 가장 잘 아는 소지품은 지갑이다. 생활에 소비가 빠질 수 없는 시대에 살면서 수없는 곳을 지나다니며 소비하고 영수증으로 흔적을 남기기 때문이다. 신용카드를 긁었든, 현금으로 결제를 했든, 지갑에 아무렇게나 끼워둔 꼬깃꼬깃한 영수증은 ‘당신이 지난 여름에 무엇을 했는지’도 안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날 영수증은 훌륭한 한 해 정리 자료가 된다.

    빈 연습장이나 일기장에 영수증을 붙이고, 산 것과 갔던 곳을 되돌아보면 지출을 돌아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깜깜했던 그날의 복기가 쉽다. 기념이 될 만한 관광지나 야구·농구 등 스포츠 경기, 놀이동산, 전시·공연 입장권 등은 확실한 하루의 증거물이다. 열차 승차권과 대기번호표, 팸플릿도 지나온 한 날을 재구성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 증거물들을 주방에서 쓰는 지퍼백에 날짜를 적어 특별한 날 사진과 함께 넣어둬도 훌륭한 ‘하루의 모음’이 된다. 또한 영화표 등을 붙이고 간단한 메모를 쓰도록 구성된 ‘티켓북’을 구입해도 쓰기에 편리하다. 티켓북은 대형 문구점에서 살 수 있다.



    ▲컴퓨터 속 사진 꺼내기

    ‘필름카메라를 쓸 때는 사진을 많이 봤는데….’ 디지털카메라 시대로 넘어오면서 사진은 수없이 찍게 됐다. 휴대폰은 최근 셀카봉까지 만나, 사람들로 하여금 쉼 없이 무엇인가를 찍고 남기게 했다. ‘1인 1미디어 시대’라는 말이 진부하다. 그러나 주로 이 사진들은 컴퓨터 속 폴더 속에 저장돼 운명을 다하기 일쑤다. 날짜만이 찍힌 노란 폴더에 잠자고만 있는 것이다. 필름 카메라로 인화하면 때때로 무거운 앨범을 무릎 위에 놓고 코팅비닐이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넘겨가며 봤는데 말이다.

    디지털 사진을 끄집어내 인화해서 사진첩이나 액자에 끼워놓아야 사진이 생명을 얻는다. 다양한 표정으로 찍은 여러 사진들을 일일이 인화할 수 없다면, 사진을 책처럼 편집해주는 사이트를 이용하면 편하다.

    이미 웨딩사진, 육아일기 등을 이러한 사이트에서 편집해 만드는 것이 인기를 얻고 있지만, 올해의 풍경과 사람, 기념일 등으로 주제를 정해 편집한 뒤, 글을 더하면 한 권의 근사한 책으로 만들 수 있다.



    ▲페이스북으로 책 만들기

    정신없이 바쁘면서도 페이스북(Facebook)에는 시시각각의 기분과 기념 사진을 남긴다. 여행 때도 그날 찍은 최고의 사진을 올리고 간단한 이야기를 쓴다. 휴대폰으로 시도 때도 없이 들여다보는 데다, 쉽고 실행하기 가볍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짧은 글이라도, 그때 감정들이 가장 잘 실려 있다. 자신의 면모가 가장 잘 드러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넘겨보면 지난날을 훑을 수 있다.

    한 사람의 면밀한 기록들을 온라인 공간에만 두기에는 아까운 만큼, 이 페이스북을 자신만의 책으로 엮어주는 서비스가 나왔다. 페이스북의 원하는 게시물을 모아 책으로 만들어주는 서비스 ‘볼록북(bollocbook)’이다. 볼록북 관계자는 “볼록북은 ‘Book Of Life LOG’의 약자로, 가상 공간에 저장돼 있는 삶의 기억들을 모아 책으로 만듦으로써 실제로 소유하고 자유롭게 보관, 공유할 수 있는 책이라는 뜻이다”며 “파편화돼 기억 속에서 사라져가는 온라인 공간 속의 흔적들을 다시 꺼내어 소중한 추억과 인간관계들을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는 책으로 간직함으로써 작지만 긍정적인 삶의 변화를 지향하려 한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계정을 볼록북 웹사이트(www.bollogbook.com)에 연동시키고, 원하는 페이지와 틀을 선택하면, 이 사이트가 알아서 편집을 해 준다. 소프트커버를 기준으로 30페이지에 2만4500원이다. 책 하나를 따로 제작하기 때문에 가격이 싼 편은 아니지만 일기를 쓸 시간이 없거나 기록을 새로 남기기 어려울 때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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