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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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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굴러온 돌과 박힌 돌의 갈등과 조화- 허충호(사회부 김해본부장)

  • 기사입력 : 2014-12-1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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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는 전통과 현대라는 두 단어를 함께 인용하지 않고는 도시 속성을 설명하기 어려운 곳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부원동에서 30년 가까이 열렸던 새벽시장이 폐장한 지 두 달이 훨씬 지났지만 장을 둘러싼 갈등은 아직 진행형이다. 상인들은 20여 년간 이곳에서 장사를 해온 자신들의 기득권을 시가 일부라도 인정해달라고 호소하며 새벽시장 인근 보도에서 게릴라식 번개장을 열고 있다. 시장이 활성화되는 오전 시간만이라도 허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시는 행정법의 보도(寶刀)인 획일·강행·집단·평등성을 내걸고 단속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단속을 당하는 상인들 중 많은 수는 갑자기 커진 김해의 시세와 변화된 도심구조에 상대적인 소외감과 박탈감을 느끼고 있을지 모른다. 상인들의 입장에서는 갑자기 외지 자본가들이 몰려와 도심의 그림을 바꾸고 이미 오래전부터 박고 사는 터줏대감들의 생계 터를 뺏어갔다는 피해의식을 가질 수 있다. 전통과 현대가 충돌하는 장면이다.

    장유 신도시에서도 유사한 갈등이 엿보인다. 53만 인구의 절반에 이르는 15만명이 거주하고 있지만 대부분 외지에서 유입된 인구다. 장유면 이전부터 살아온 원주민의 입장에서는 대부분의 이웃동민이 외지인들이다.

    주민 구조가 이러다 보니 원주민들과 이주민 간 갈등도 자연스레 나타난다. 김해쓰레기소각장 부설 골프연습장 운영과 피해지역 주민 지원 혜택을 둘러싸고 갈등의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도 그런 단면을 표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곳에 아파트가 건립되기 전부터 돼지를 사육해오던 축산 농가는 최근 속속 들어선 아파트단지에서 제기하는 악취 민원이 야속하다. 이들 원주민에게는 현재의 주민들이 ‘박힌 돌 빼기 위해 굴러온 돌’일지 모른다.

    원도심에도 신구 교체 바람이 분 지 오래다. 한때 ‘시내 1번지 동’으로 불렸던 동상동은 쇠퇴하고 그 자리는 외국인 이주민들이 메우고 있다. 구 자본과 신흥자본 간의 문제를 떠나 내국인과 외국인 이주민들과 관계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인근의 부원·서상·봉황동 등은 수십 년의 모습에서 크게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전통의 틀 속에서 현대가 꿈틀대는 형국이다. 특히 봉황동을 비롯해 문화재보호구역에 묶인 여러 지역의 주민들은 ‘이미 오래전에 살았던 자’들과 엮인 불편한 끈으로 개발의 혜택은 물론, 재산권마저 제약받고 있다.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곳은 신구 주민 간 갈등의 불씨가 남아 있고, 원도심은 침체와 다문화라는 특화된 현실에 직면해 있다.

    김해의 행정이 여느 지자체보다 더 복잡다단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인구 100만을 지향하는 김해시가 이런 난제들을 풀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깊은 성찰과 연구가 필요하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냈다는 피해의식을 갖지 않도록 원주민·원도심 개발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곳곳에 들어서는 산업단지가 오래도록 안락하게 살았던 삶의 터를 훼손한다는 느낌을 갖지 않도록 보다 엄격한 룰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다문화로 통칭되는 문화적 다양성이 상호 충돌하지 않도록 소통의 터전을 만들고, 이미 오래전에 살았던 자들이 후대 주민들의 삶에 짐이 되지 않도록 낡은 문화재보호구역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새로운 관점의 관리 잣대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통과 현대가 충돌하지 않고 공존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의 묘, 김해시 행정의 키포인트가 돼야 한다.

    허충호 사회부 김해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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