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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천시의회 흔든 ‘홍준표 지사의 말’

  • 기사입력 : 2014-12-23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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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일 사천시의회가 크게 흔들렸다. 2015년 마지막 본회의로 새해예산안 등 안건을 의결하고 원만하게 마칠 것으로 예상했으나 설전이 오가고 4회나 정회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시의회 총무위 심사를 거쳐 지난 17일 예결특위에서도 전액 삭감된 ‘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 예산 4건 14억5300만원을 시의 당초 예산 편성안대로 전액 부활시키자는 요지의 의원발의 수정예산안이 18일 밤새 마련돼 본회의에 접수됐기 때문이다.

    시의회 상임위와 예결특위는 홍 지사의 지시로 긴급편성된 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 가운데 도비가 지원되는 기초수급자 자녀 학습지원 3억6000만원, 저소득층 자녀 학습지원 8억400만원은 원안가결한 반면, 전액 시비가 들어가는 지역인재육성캠프 운영 2억5000만원 등 4건 14억5300만원은 모두 삭감했다.

    시청 소식통에 따르면 이 같은 사실을 접한 홍준표 지사가 지난 18일 ‘MRO(항공정비)사업? 잘 해보라 해라’는 식의 말을 했고, 이 말을 들은 도청 관계자가 사천시 간부에게 전화로 귀띔해주면서 시에 비상이 걸렸다.

    시는 도비 지원이 끊길 경우 각종 사업 추진에 차질이 우려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시의회의 협조를 구했고, 이에 부랴부랴 새누리당 의원 8명의 발의로 수정예산안 본회의 제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조익래 의원을 제외한 무소속 1명, 새정치민주연합 2명은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19일 의회에 왔다가 뒤늦게 알고 발끈했다.

    특히 무소속 김봉균 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김 의원은 반대토론 발언을 신청, 발언대 점거시위(?)를 벌였다. 의장과 의원들의 회유와 질책에도 그는 4차례의 정회·속개를 거듭하며 2시간 30분이나 버텼다. 김 의원은 “총무위와 예결위에서 심도있게 논의해 삭감한 것인데 하룻밤 사이에 홍 지사의 정치놀음에 시의회가 이런 결정을 해서야 되겠느냐? 후세와 아이들을 위한 현명한 선택을 바란다”는 말을 끝으로 내려왔다.

    표결 끝에 전체 의원 12명(조익래 의원은 개인용무로 이석) 가운데 찬성 8표, 반대 3표로 내년도 수정예산안은 통과됐다. 그러나 씁쓸함이 앞섰다. 돈과 권력의 힘을 다시 한 번 실감한 듯해서.

    홍정명 기자(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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