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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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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버킷 리스트, 지금 당장 써라- 최환호(경남은혜학교 교장)

  • 기사입력 : 2014-12-3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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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 환 호 경남은혜학교 교장

    “카이사르도 죽어 흙이 됐고, 어쩌면 벽의 구멍을 막는 바람막이가 됐을지도 모른다. 아, 한때 세상을 호령하던 그 흙은 이제 모진 겨울바람을 막는 흙벽이 됐구나(셰익스피어. ‘햄릿’ 5막1장)!” 희대의 영웅도 절세가인도 속절없이 죽어야 하는 것을….

    “언젠가는 죽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소서.” 이 말은 알렉산더 대왕의 아버지 필립 2세의 하인이 아침마다 대왕께 우렁차게 고했던 말이었다. 시시각각 생사를 다투는 전쟁터의 삶이기에 오늘 죽어도 좋을 삶을 살자는 다짐이었을 게다.

    전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은 자서전 ‘스님은 사춘기’에서 ‘당신의 스승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죽음’이라 답했다. 선각자와 현자들의 경책. 죽음은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넌지시 일러준다고.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만이 삶의 탐욕과 집착을 내려놓고 맑고 유쾌하게 살다 편안히 눈 감을 수 있기에.

    삶이 곧 죽음인 것을(生卽死). 빛을 모르고 어둠을 알 수 없고, 지옥을 통과하지 않고 어찌 천국에 이르겠는가. 하니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죽음을 배워야 하리라.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시던 날의 대화록(‘파이돈’)에 의하면, 그는 죽음을 초월하고 있었다. “그는 말씀이나 몸가짐이 행복해 보였다. 참으로 두려움이 없고 고귀한 최후였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버킷 리스트(Bucket List)’에는 죽음을 앞둔 암 병동에서 우연히 만난 흑인 자동차 정비사와 백인 억만장자가 ‘버킷 리스트(죽기 전에 꼭 할 일)’를 작성하고 하나씩 실행하면서 삶의 의미와 행복을 깨닫는다. 영화의 주요 메시지. ‘인생에서 가장 많이 후회하는 것은 살면서 한 일들이 아니라 하지 않은 일들’인즉. 참고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버킷 리스트는 ‘만년설 다 녹기 전에 킬리만자로 등산’, ‘마라톤 풀코스 완주’, ‘손자들 꼭 안아보기’ 등이다.

    보통 사람은 ‘껄껄껄’ 하고 죽는다. 호탕하게 웃으면서 죽는 게 아니라 ‘좀 더 베풀걸, 좀 더 즐겁게 살걸, 좀 더 사랑할걸’ 하며 통절하게 후회하며 죽는다는 얘기다.

    쇼펜하우어는 하루를 일생으로 비유했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는 것이 탄생이며, 저녁 잠자리에 누울 때를 인생의 황혼기라고 했다. 일일일생(一日一生)인 거다. 존재의 덧없음을 진작 깨달아야 할 것을….

    스토리텔러이자 영혼치료사인 아잔 브라흐마는 자신이 사랑하고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면 지금 말하라고 했다. 미루거나 5분 뒤에 하지 말고 지금 하라고 했다. 5분 후엔 너무 늦으며 지금 이 순간이 기회라고 했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이며, 가장 중요한 시간은 지금이라고.

    혹여 묻노니, 당신도 버킷 리스트를 작성해 볼 생각이라면 차일피일 미룰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당장 써야 할 것을. 자칫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면 도리어 우울해져 절망과 비관으로 치달을 것 같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되레 삶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온다는 거다. 일, 돈, 대인관계 등과 관련된 전반적인 인생 목표와 가치의 우선순위를 재점검하게 된다. 가족에 대한 애틋함이 더해져 술·담배를 줄이고 건강을 챙겨야겠다는 계기가 된다. 소위 이타적 삶으로의 방향 모색이 가능해진다. 참고로 사람들이 쓰는 버킷 리스트의 목록 1위는? ‘세계 일주’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 당신. 늦기 전에, 늙기 전에,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을 완수한 뒤 행복하게 가야 하지 않겠나. 정녕 행복한 삶과 죽음은 나의 버킷 리스트, 그 실천 여부에 달려 있을지니. 결국 버킷 리스트는 삶의 리스트이자 행복의 리스트인 것을.

    최 환 호

    경남은혜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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