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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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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어린 양처럼 사랑하자- 주선태(경상대 축산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5-01-06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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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을미년(乙未年) 양(羊)띠 해가 밝았다. 지난해 대한민국은 말(馬)띠 해라 그랬는지 말이 많고 시끄러웠던 한 해였지만 올해는 하늘 높이 비상하는 양양(揚揚)한 일 년이 되길 소망해본다. 또 지난 갑오년(甲午年)에는 갑의 횡포가 난무했으나 이제 을미년을 맞이하여 을이 어깨를 펴고 살아가는 세상이 되길 기대해본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의 우리 사회의 모습을 돌이켜보면 올 한 해도 그리 녹록지는 않아 보인다.

    지난 5년간 대학교수들이 매년 설문조사를 통해 발표했던 올해의 사자성어는 다음과 같다. 2010년 장두노미(藏頭露尾 : 진실은 필히 드러남), 2011년 엄이도종 (掩耳盜鐘 : 귀를 막고 종을 훔침), 2012년 거세개탁(擧世皆濁 : 세상이 온통 탁함), 2013년 도행역시 (倒行逆施 : 순리를 거슬러 행함), 2014년 지록위마(指鹿爲馬 : 윗사람을 농락하여 정권을 마음대로 휘두름). 하나같이 암울하기 짝이 없다.

    현재는 과거와 연결된 끈의 끝자락이고 미래는 현재로부터 시작되는 시간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우리 사회를 대변하는 사자성어 ‘지록위마’가 더욱 가슴 아프다. 진시황의 간신 조고는 어리석은 왕자 호해를 왕위에 앉히고 조정의 실권을 쥐고 왕을 농락한다. 조고는 호해왕에게 사슴을 끌고 와 좋은 말을 가져왔다고 말한다. 왕이 사슴이라고 지적하자 조고는 신하들에게 무엇이냐고 물었는데, 조고의 위세에 눌린 모든 신하들이 말이라고 말했다는 사자성어가 ‘지록위마’다.

    지난해 우리는 사슴을 말이라고 우기면서 시끄러운 한 해를 보냈다. 세월호 참사가 그랬고, 통진당 해산이 그랬다. 이미 죽은 자를 죽지 않은 것으로 만들었고, 땅콩 한 접시에 비행기를 돌려 세웠다. 우리 세태가 얼마나 부패하고 진실을 외면하고 있는지 이제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우리 사회에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 사슴을 말이라고 외치는 간신들이 넘쳐나는 반면, 자신의 생명을 걸고 사슴은 사슴이라고 말하는 충신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런 사회 분위기에서 양양한 한 해는커녕 을이 어깨를 펴고 사는 세상은 요원해 보인다.

    하지만 아무리 우리 사회가 그렇다고 해도 희망을 내려놓으면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새해를 맞이하여 소망을 꿈꾸고 사랑을 노래해야 한다. 양띠 해를 맞이하여 하늘로 비상하는 양양한 한 해가 되고, 을이 어깨를 펴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꿈꾸는 자가 소망을 이루고, 노래하는 자가 사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고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이기 때문이다.

    양의 해를 맞이하여 ‘어린 양’에게서 배워보자. 어린 양이 희망이자 사랑이고 믿음이다. 어린 양은 사람에게 털·가죽·젖·고기 등을 제공하는 하늘의 선물이다. 법이 없어도 살 수 있을 정도로 성품이 온순하다. 포유류 새끼 가운데 유일하게 양만 무릎을 꿇고 앉아 어미젖을 빨아먹는다. 어미가 새끼를 배려하는 것인지 새끼가 어미를 배려하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어린 양이 무릎을 꿇고 어미젖을 빠는 모습은 감동이다. 서로 배려하는 사랑이 읽혀지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은 양과 너무 닮았다. 우리는 다 양과 같아 겁도 많지만 고집도 세서 각자 제 갈 길로 간다. 그래서 자주 길을 잃고 헤매는 특성도 비슷하다. 하지만 기본적인 성정이 온순하기 때문에 고집만 세우지 않으면 서로 다툴 일도 없다. 어린 양은 무슨 일이든 아전인수(我田引水)하지 않고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자세도 좋다. 그러므로 어린 양처럼 사랑하자. 우리가 어린 양처럼 배려하고 사랑하는 한 우리 사회는 아직 희망이 남아 있다. 부디 2015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양두구육(羊頭狗肉)이 뽑히지 않기를 바란다.

    주선태 경상대 축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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