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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꽃들에게 희망을

  • 기사입력 : 2015-01-0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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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들어 문자 한 통을 받았다. ‘기자님. 보도자료는 어떻게 쓰는 건가요?’ 취재원에게 그런 질문을 받아 보긴 처음이었다. 두 번째 문자가 날아들었다. ‘어떻게 우리 사정을 알려야 할지 몰랐어요. 긴 시간 인터뷰도 했지만 제대로 보도가 된 적은 없었어요. 보도자료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그들과 첫 대면을 한 건 지난해 말 외근 수리기사 사무실에서였다. 삼성전자서비스가 첫 직장인 사회초년생부터 경력 30년이 넘은 베테랑까지. 그들은 서투른 솜씨로 ‘고장 난 삼성을 AS하자’라는 문구를 넣은 피켓을 만들고 있었다. 그들은 말했다. “삼성전자 유니품을 입고 삼성전자 제품만 고쳤는데, 삼성은 우리를 모른 척하네요.”

    전국의 삼성전자서비스 AS기사들은 2013년 금속노조 삼성서비스지회를 설립하고 원청인 삼성에 위장 도급 근절,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구했다. 이듬해 3월부터 갑자기 해운대, 이천, 아산센터가 폐업했고 지난 10월 진주센터가 폐업했다. 그리고 지난 1월 1일, 마산센터가 폐업했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인 (주)마산서비스는 지난해 11월 27일 폐업 공고문을 내걸고 AS기사들에게 해고 예고문을 발송했다. 임단협 조인식이 무산된 11월 26일 바로 다음 날이었다. 현재 마산센터 소속 AS기사 65명 중 39명이 금속노조 삼성서비스지회 소속이다. 이들은 센터 폐업을 두고 “삼성이 노조 탄압에 잘 사용하는 ‘위장 폐업’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객들은 말했다. “삼성전자 순이익이 얼만데, 삼성전자 자산이 얼마 늘었는데, 기사님도 보너스 받으시겠네요?” 하지만 그들은 1년의 반 이상을 최저임금을 받고 살았다. ‘기본급 120만원’을 오랫동안 꿈꿔 왔다.

    새해 첫날, 그들은 직장을 잃었다. 이들은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집회를 이어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 아마도 무심코 걷고 있던 당신에게 서툴게 써내려 간 보도자료를 건넬지도 모른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이라는 열악한 텃밭에서 앙증맞은 꽃들이 피고 있다. 새해엔, 꽃들에게 희망을.

    김유경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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