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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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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 유자효

  • 기사입력 : 2015-01-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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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미 잃은 새끼 낙타에게 젖을 허락하지 않던 암낙타가

    마두금을 불어주고 주인이 따뜻한 손길로 쓰다듬어주자

    눈물을 흘리며 이윽고 젖을 물린다

    낙타가 마음을 여는 데도 마두금 연주 정도는 필요하건만

    나는 네 마음을 열기 위해 그 어떤 노력을 했단 말인가

    ☞ 새끼를 낳은 어미 소들 중 어떤 소들은 송아지에게 젖을 물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낙타 중에서도 초산의 산고를 너무 심하게 겪은 어미는 새끼가 제 몸에서 분리되는 순간 증오의 몸짓과 함께 젖먹이기를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네요. 그런 때 마두금을 켜 주면 그 소리를 듣고 어미들이 눈물을 흘리며 젖을 내어준다 합니다. 몽골의 황량한 바람소리를 닮은 마두금의 가락. 혹은 모든 젖 먹는 새끼들의 울음소리를 닮은 그 가락이 잃어버린 모성애를 회복시키고 상한 마음을 치유하는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황야의 바람 속에서 오래 닳고 거칠어진 손마디가 아니고는 그 문을 열 수 없습니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어루만져주는 손은 마땅히 고통과 거절을 통과한 자의 그것이어야만 가능할 겁니다. 오래 낡은 그리운 거친 그 손마디 같은 ‘말씀’으로 올 한 해 누구의 상한 마음을 어루만지시겠습니까? 조예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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