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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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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비경 100선] 바다 위 둥실 떠 있는 보석 미조항

[경남비경 100선] (85) ‘남해안의 나폴리’ 남해 미조항

  • 기사입력 : 2015-01-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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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해군 미조항 항공사진. 미조항은 지난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어항’에 선정돼 남해안 명품 관광휴양 어항으로 육성된다./남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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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두에 정박 중인 배 옆으로 횟집과 식당들이 쭉 늘어서 있다.


    ‘보물섬’ 남해에 자랑거리도 많지만 멋진 풍광과 풍성한 먹거리에,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우러져 평화로움을 선사하는 곳이 있다.

    ‘남해안의 나폴리’라고 불리는 남해 미조항이다.

    미조항은 한국에서 네 번째로 큰 섬인 남해군의 동남쪽 끝에 있는 항구로, 산들에 둘러싸여 움푹하게 들어앉아 있다.

    항이 들어서 있는 미조(彌助)마을은 ‘미륵이 도운 마을’이라는 뜻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미조항과 지척에 있는 우리나라 3대 기도처 금산 보리암에는 남도바다를 한없이 바라보는 미륵상이 우뚝 서 있고, 온통 바위투성이인 금산의 모습에서도 남도바다를 우직하게 지키는 장군의 기상이 서려 있다.

    항구는 남항과 북항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북항은 2009년 어항정비계획이 고시돼 정부가 이곳에 방파제, 물양장, 친수시설, 요트계류시설 등을 조성하느라 연중 공사 중이다. 남항은 실질적인 부두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현재 미조항의 거의 모든 선박들이 이곳에 정박 중이다.

    미조항은 지난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어항’에 선정돼 남해안 명품 관광휴양 어항으로 육성된다.



    ‘남해안의 베니스’ 볼거리·먹거리 풍부

    미조항은 미항으로도 유명한데, 유인도인 조도, 호도 외에 점점이 떠 있는 16개의 작은 섬으로 둘러싸여 뛰어난 절경으로 인해 ‘남해안의 베니스’로 불린다. 북항보다는 남항이 더 멋스러운데, 오르락내리락 구불구불한 국도 19호선을 타고 남항에 이르면, 거북등처럼 솟은 조도와 호도가 분주히 움직이는 조그만 어선들과 함께 역광을 받아 검정색을 이루고, 바다는 짙은 묵색으로 변해 남항 전체가 영락없이 ‘거장의 수묵화’가 된다.

    선창가에 이르면 진한 갯내와 함께 상쾌한 바닷바람이 폐부를 찌른다. 그리 크지 않은 어선들과 낚싯배가 ‘ㄷ’자 모양의 항구에 안쪽부터 들어차 있다. 겨울이라 그리 분주할 리 없는 항에는 굶주린 갈매기가 공중을 선회하다 마침 항으로 들어오는 고깃배에 마중을 나간다.

    부두 옆에는 횟집과 식당들이 쭉 늘어서 있고 갈치회, 멸치회, 물메기 등 먹을거리가 많다.

    미조항에는 갈치요리를 내놓는 식당이 늘어서 있다. 특히 양파, 미나리, 풋고추 같은 것을 버무리고, 막걸리식초로 비릿함을 없앤 갈치회무침은 별미로 통한다.

    남해전통음식에서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멸치쌈밥이다.

    멸치쌈밥은 과거 남해사람들은 좋은 생선을 다 팔고, 팔지 못하고 남은 큰 멸치를 우거지랑 졸여서 쌈에 밥과 함께 싸먹던 음식이다. 우거지와 대멸, 각종 양념을 전골처럼 끓여 멸치 등을 쌈과 함께 먹으면 구수하고 담백한 맛과 함께 칼슘 등의 영양을 듬뿍 섭취할 수 있다.


    여유가 넘치는 미조항, 강태공들 ‘힐링’

    식당가에서 500m 정도 떨어진 항 끝 등대로 걸어본다. 등대 주변에는 활어 위판장이 들어서 있고, 방파제 주변에는 낚시꾼들이 끊이지 않는다.

    수협이 운영하는 수산물위판장을 찾으니, 오후 시간이라 한가하다. 지나가는 주민에게 물으니 아침 7시 30분에 경매가 열린다 한다. 전날 아름다운 야경과 회를 안주 삼아 한잔하고 아침 일찍 이곳을 찾으면 경매사들의 치열한 삶의 현장을 목격할 수 있다. 요즘에는 문어, 감성돔, 물메기가 제철이다.

    위판장 뒤편 방파제에는 강태공들의 낚시질이 한창이다. 수십 명이 하나같이 어두운 모자를 쓰고 마법에 홀린 듯 한마디 말도 없이 바다와 찌만 응시한다. 어쩌다 대물을 낚아 올릴 때는 환호성과 함께 ‘풍어만선’과도 같은 기쁨을 포효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미끼만 물고 사라진 물고기를 탓하며 여유로움과 힐링을 낚고 있다.

    매년 5월 초에 3일간 열리는 멸치축제는 멸치 판매, 멸치 홍보 및 시식, 카약 체험, 맨손 고기잡기, 해상퍼레이드 유람선 관광, 노상 멸치구이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해상에서는 멸치털이 시연이 펼쳐져 ‘사진을 좀 아는’ 출사객들의 가슴을 뛰게 한다.

    다시 한 해의 시작이다. 펄떡이는 활어처럼 생의 충동이 솟음치는 곳, 미조항으로 가 보자.

    김윤관 기자 kimyk@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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