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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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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미생 그리고 프리터족- 김종영(시조시인)

  • 기사입력 : 2015-01-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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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가히 미생증후군이라 할 만하다. 미생(未生)은 바둑에서, 집이나 대마가 아직 완전하게 살아 있지 않음, 또는 그런 상태를 말한다. 윤태호 만화작가의 동명 인기 웹툰을 모 방송국에서 드라마로 만들었는데, 방영되는 동안 단연 화제의 중심에 오르더니 종영 후에도 끊임없이 기삿거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한때는 바둑 영재였던 주인공 장그래가 사장의 낙하산을 타고 수습기간을 거쳐 2년 계약직으로 입사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검정고시 출신의 고졸 신입사원이라 현실과 동떨어진 설정이지만, 절묘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놀랍다. 공중파가 아닌데도 시청률이 8.2%를 넘긴 미생의 그 무엇이 우리를 이토록 열광하게 했을까? 톱스타가 없어도 조연들의 빛나는 연기력과 사실적인 직장생활의 묘사, 재벌 2세나 막장의 소재가 아니고 흔히 이야기하는 ‘갑’이 아닌 ‘을’의 이야기 등등 많은 이유가 있지만, 인턴제도와 노동의 유연성 완화로 인해 안정적인 정규직이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운 시기에 신입사원들이 좌충우돌하며 힘들게 상사(商社)에 적응해가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낸 게 만화독자나 시청자의 몰입과 공감을 이끌어낸 것 같다.

    장그래가 마냥 부러운 이들이 있다. 프리터족이다. 프리터족이란 ‘프리 아르바이터(free arbeiter)’의 줄임말로 일정한 직업 없이 한시적으로 임시직 아르바이트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준실업 상태의 젊은이들이 취업은 점점 힘들고 생계는 유지해야 하기에 이 길을 선택하고 있다.

    최근 들어 20~30대는 물론 40~50대 중장년층도 함께 늘고 있다고 한다. 또 우리나라는 OECD 청년들보다 두 배나 높은 비율로 대학을 졸업하고 있다. 2012년 기준 우리나라 청년층(25~34세)의 대학교육 이수율은 66%로 OECD 평균치(39%)보다 월등히 높다. 구조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가 힘든 상황인 것이다.

    필자는 요즈음의 젊은이를 ‘취업에 늘 배가 고픈 거리의 단역배우’라고 졸시 ‘구직자’에서 표현한 적이 있다. 대학 입학도 어렵고 스펙 쌓기도 쉽지 않은데 취업은 더 어려워 미래를 이야기하기에는 어깨의 짐이 너무 무겁기 때문이다.

    대학정원, 최저시급, 일자리 분할, 비정규직 처우, 증세, 사무직 선호 등 맞물려 있는 여러 가지 난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기에, 그동안 많은 정책이 수립되고 실행됐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는 걸로 봐서 청년들의 취업문제는 국가 차원의 난제인 것은 분명하다. 열정페이에 지친 아르바이트인의 현실을 무시하고 안일한 시각을 던진 정치인이 구설수에 오르는 것처럼 취업 문제를 낙관적이거나 피상적으로 접근하게 되면 문제 해결이 더욱 어렵게 될 것이다.

    드라마에서 오 과장이 장그래에게 포기하지 말라며 “버티는 게 이기는 거다”고 이야기해준다.

    하지만 희망이 없는 상태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취업이 어려워지는 현실을 또 미래를, 청년들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실효적인 해결책을 찾아 희망을 줘야 한다. 청년들이 갈구하는 미래를, 젊은이들이 아니고 기성세대가 결정해 버리는 아이러니한 사회지만 미생의 세대가 완생의 세대로 거듭나도록 각계각층이 관심을 갖고 미생족과 프리터족의 미래를 위한 진지한 원탁 토의를 기대해 본다.

    김종영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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