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0일 (토)
전체메뉴

[신년특집] 표류하는 경남 FC, 살길은?

2부 강등·예산 반토막·선수 이탈 ‘최대 위기’
해답은 결국 ‘팬’… ‘내 지역팀’ 인식 이끌어내야

  • 기사입력 : 2015-01-12 00:00:00
  •   
  • 메인이미지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경기에서 경남FC 팬들이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축구를 사랑하는 도민들과 축구인들의 열정으로 도민주를 공모해 어렵게 탄생한 도민프로축구단 경남FC가 올해로 창단 10년을 맞는다. 그러나 2014시즌 창단 이후 처음 2부리그로 강등되면서 존폐 논란을 겪었고, 선수단과 직원 감축은 물론 예산도 절반으로 줄어드는 등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경남FC는 도민구단이라는 이유로 경남도와 메인스폰서의 지원으로 운영해 왔지만 자생력도 없고 도민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어내지도 못한 채 사실상 명맥만 유지해 왔다. 2부리그 강등을 계기로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선 경남FC가 위기를 기회로 삼아 재도약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 본다.


    ◆경남FC의 역사

    경남FC는 지난 2005년 도민주주 공모를 통해 3만9000여 주주가 참여, 2006년 K리그 14번째 구단으로 창단했다. 초대 감독으로 2002년 월드컵 국가대표 수석코치였던 박항서 코치를 영입해 화려한 출발을 했다. 창단 1년 만에 ‘박항서 매직’이란 말을 만들어 낼 정도로 까보레와 뽀뽀, 산토스 등 용병들의 맹활약 속에 K리그 4위에 올라섰고, 그해 K리그 베스트팀에 선정됐다.

    2008년에는 조광래 감독이 뒤를 이어받아 2010년까지 윤빛가람과 김주영, 이용래 등 ‘조광래 유치원’ 선수들을 배출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홈구장도 창원종합운동장에서 축구전용구장인 창원축구센터로 이전했다.

    2011년에는 3대 감독으로 최진한 감독이 부임해 윤일록 등 새로운 스타를 발굴했고, 2012년 K리그 사상 처음 상하위 스플릿과 강등제가 도입된 가운데 도민구단으로서는 유일하게 그룹A에 진입하며 FA컵 준우승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2013년 최진한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중도하차하면서 세르비아 국가대표 감독 출신인 페트코비치 감독이 뒤를 이었다. 경남은 치열한 강등권 경쟁에서 간신히 살아남아 1부리그에 잔류한다. 전년 대비 156%의 관중 증가를 이루며 ‘플러스 스타디움’상과 그해 마케팅을 가장 성공적으로 펼친 클럽에게 주는 ‘팬 프랜들리’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2014년 시즌 경남은 우승 경험이 풍부한 이차만 감독을 5대 사령탑으로 앉히고, 국가대표 출신 젊은 신인들을 대거 영입해 장기적인 팀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하지만 팀의 구심점이 없고 신인과 기존 선수의 조화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외국인 용병이 기대만큼 활약을 하지 못하면서 이차만 감독이 중도하차하고 결국 2부리그로 강등당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2부 강등 후 목숨만 붙은 경남FC

    경남FC는 K리그 승강제 도입 3년 만에 상주 상무와 함께 2부리그로 강등됐다. 경남은 같은 시도민 구단인 인천유나이티드, 성남FC와 치열한 잔류 경쟁을 벌였지만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결국 2부리그에서 올라온 광주FC에게 지면서 강등이 확정됐다.

    결과는 가혹했다. 구단 해체까지 검토했던 구단주인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대표이사와 단장을 포함해 코칭스태프를 사퇴시키고, 구단 직원을 대폭 감축했다. 예산도 2014년 110억원대에 비해 절반 이상을 줄인 50억원으로 책정했다. 챌린지리그(2부리그)에서 군인팀인 상주 상무와 경찰팀인 안산을 제외한 최하위 수준이다.

    구단 해체는 막았지만 사실상 목숨만 살려 놓은 형국이다.

    박성화 감독이 신임 감독으로 전격 발탁됐지만 FA로 나선 상당수 주전급 선수들은 다른 팀 물색에 나서고 있다.

    더구나 올 시즌 챌린지리그에는 각 프로팀 주전과 준국가대표팀들이 포진한 상주 상무와 안산 경찰청이 버티고 있다. 또 1부리그 복귀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온 대구FC와 강원FC, 신생팀으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선수 보강에 나선 서울이랜드FC를 비롯해 2부리그에서 시작한 안양FC, 수원FC, 충주험멜, 부천FC 등 어느 한 팀도 경남보다 전력이 떨어지지 않는다.

    축구계에서는 올 시즌 경남이 챌린지리그에서도 하위권에 처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재정적으로도 경남도의 지원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에 내몰렸다. 경남FC가 정착하도록 메인스폰서로 절대적인 역할을 한 STX그룹이 지난 2013년 유동성 위기로 스폰서 지원을 중단하면서 홍 지사가 도내 기업에게 지원을 받았지만 일시적 봉합에 그쳤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을 메인 스폰서로 받아들였지만 2부리그로 강등되면서 메인 스폰서 없는 구단이 됐다.

    2부리그 강등을 계기로 체질 개선을 통해 자생력 있는 구단을 만들겠다는 것이 원칙이지만 축구인들을 배제하고 공무원들의 일방적 주도로 이뤄져 소통 부재라는 또 다른 과제를 남겼다.


    ◆도민구단의 현실

    국내 프로구단은 기업에서 운영하는 기업구단과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도시민구단으로 나뉜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 12개 팀은 기업팀 8개, 도시민구단 4개로 이뤄져 있다. 챌린지(2부리그)는 기업팀 2개, 시도민구단 7개, 군인팀 1개, 경찰팀 1개다. 23개 1, 2부 프로구단 중 기업구단이 10개, 도시민구단이 11개 팀이다.

    도시민구단은 지자체 지원금과 스폰서 후원금 등으로 운영, 기업구단에 비해 2~3배가량 예산이 적다. 상당수 예산이 선수단 연봉에 할애되고 있는 현실에서 우수 선수는 기업구단에 몰리고 있다.

    예산이 적은 도시민구단은 매월 선수단 임금과 수당 지급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현재 인천이 심각한 재정 잠식 상태에 있고 안양FC, 강원FC 등은 선수단 임금 체불 사태도 빚었다. 경남FC도 지난 시즌 선수 수당이 밀리는 등 예산난을 겪었다.

    경남FC는 지난해 경남도가 20억원, 농협·경남은행 26억원, 메인스폰서인 대우조선해양이 40억원, 이적료 12억원, 관중·광고 수입 5억원으로 103억원(스포츠토토에서 유소년 육성지원금으로 내려오는 8억원과 스포츠용품사의 용품 지원 7억원은 제외)이 실제 예산이다. 대부분 외부 지원으로 예산이 마련되고 매출은 관중·광고 수입과 선수 이적료가 가장 큰 매출 수단이다. 자체 매출이 수입의 10% 수준으로 지자체 지원과 메인스폰서의 후원이 없다면 매년 부도 상태나 다름없다.

    특히 도민구단은 시민구단에 비해서도 운영이 불리하다. 시민구단은 해당지역 홈구장이 시 소유이기 때문에 무료로 사용할 수 있지만 경남FC는 홈구장인 창원축구센터가 창원시 소유이기 때문에 경기 때마다 50% 감면된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사무국 임대료와 구장 사용비, 경기 때마다 광고판 비용까지 연간 2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지출된다. 같은 도민구단인 강원FC는 도조례로 무상 지원을 받지만 경남은 도와 시군 간 협조가 이뤄지지 않아 불필요한 지출까지 하고 있다.

    도시민구단은 운영에 어려움도 있지만 성적에서도 기업구단에 비해 절대 불리하다. 3년 동안 실시한 승강제에서 2부리그로 강등된 경남FC, 대전, 강원, 대구, 광주 모두 도시민구단이다. 지난해 강등권에서 경남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인천과 성남도 도시민구단이다. 공교롭게도 승강제 도입 후 강등된 팀은 예산이 적은 순으로 탈락했다. 경남은 지난해 상주 상무를 제외한 K리그 클래식 11개 팀 가운데 가장 적은 예산을 사용했다. 프로스포츠 세계에서 ‘투자=성적’이라는 등식을 입증하고 있다.

    메인이미지
    지난해 12월 3일 경남 FC선수들이 광주FC와 승강플레이오프에서 패한 뒤 경기장을 나가고 있다.
    ◆경남FC의 존재 이유 명확히 해야

    경남FC의 2부 강등 후 홍준표 지사의 해체 발언이 나왔지만 축구계 외에 경남도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도민프로축구단인 경남FC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방증이다. 관중이 외면하는 프로구단은 존재 이유가 없다.

    경남FC는 도민주주 공모로 창단했지만 축구경기 관전이 생활화된 유럽 국가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관중 흡수에 실패했다. 창단 2년 된 프로야구 NC다이노스가 평균 5000명이 넘었는 데 비해 창단 10년 경남FC는 지난해 홈경기 평균 관중이 4500여명에 그쳤다.

    근본적으로 도민들은 경남FC 경기에 흥미를 느끼지도 못하고, 경남FC를 ‘내 지역구단’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경남도나 구단이 경남FC가 왜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목표 없이 운영해 왔기 때문이다.

    세계에는 수백 개의 프로팀이 있지만 모두 우승만을 노리고 뛰는 것은 아니다. 성적보다는 지역 팬들을 위한 즐거움을 주는 곳도 있다. 목표는 다양하다. 그러나 경남도나 구단은 성적에만 연연해하며 진정한 도민의 프로구단으로 성장시켜야 한다는 노력이 부족했다.

    경남도는 예산을 지원하면 그만이고, 감독은 성적을 올려 자신의 업적으로 올리고, 선수들은 명성을 쌓아 비싼 몸값에 다른 팀으로 이적하면 그만이었다. 관중을 위한 노력은 없이 그들만의 리그를 해온 셈이다.

    경남FC에서 오랫동안 근무하고 현재 안산경찰청 프로축구단에 근무하는 박공원 사무국장은 “만약 경남FC 경기 때마다 만원 관중으로 들어찼다면 홍 지사가 함부로 해체 발언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며 “창단 10년이나 됐지만 구단의 운영 철학과 지향점이 없어 도민들을 끌어들이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경남FC는 구단이 운영하지만 대주주이자 사실상 예산권을 쥔 구단주의 지향점도 명확해야 한다. 구단주는 자생력이 없는 경남FC의 부족한 예산을 편성하려면 기업의 지원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홍준표 구단주의 말처럼 구걸해서 예산을 만들 정도라면 구단에 걸맞은 성적이나 성과를 요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연간 110억원대의 예산을 투입하고서도 그만한 효과가 없다면 효용가치를 판단해 존폐를 거론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구단주가 경남FC의 존재를 도민들의 문화로 본다면 가치는 달라진다. 그동안 경남FC는 능력보다는 정치권의 학연과 지연 등 소위 ‘낙하산 인사’가 주를 이루면서 논란을 빚었다. 구단주와 정치권 등이 현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점이다.

    성적 지상주의도 돌이켜봐야 한다. 경남FC의 목적이 오직 우승이라면 구단주는 전북이나 FC서울, 수원 삼성처럼 막대한 재정적 지원을 통해 우승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줘야 한다. 기업구단 예산액의 30~40% 수준의 적은 예산으로 우승만을 목표로 한다면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목표일 수밖에 없다. 전 세계 프로리그에서 상위권에 있는 팀들의 공통점은 우승이 목표이고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팀들이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 때 100억원, 챌린지(2부리그) 때 5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구단이라면 강등권을 오르내려야 한다는 합당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팬을 위한 구단을 만들 것인지, 감독과 선수, 구단주만의 구단을 만들 것인지. 경남FC의 존재를 명확히 할 때다.

    aa.jpg

    ◆‘도민 속으로’가 살길

    2부 강등으로 경남FC는 존폐의 위기를 겪었지만 오히려 팀을 재건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무엇이 문제인지, 무엇이 부족한지 되돌아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런 점에서 2부로 강등됐지만 지역 밀착으로 오히려 관중이 증가한 일본 J리그 제프유나이티드 치바와 7년간 평균 입장 관중 2000명에서 1만1000명으로 증가한 마츠모토 야마가팀의 성공 사례는 눈여겨볼 만하다.

    경남FC는 지난 2013년부터 지역민과 밀착하지 않는 프로구단은 성공할 수 없다는 취지 아래 ‘도민속으로’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100여 차례에 걸쳐 선수들이 조기축구회와 학교를 찾아다니며 재능기부를 하는 등 사회공헌활동에 나서고, 진부하게 보일지라도 창원 일대 식당을 돌며 경남FC 알리기 포스터를 붙이는 등 밀착화를 시도했다. 8000여명에 달하는 고객 관리 명단도 작성하고, 팀 산하 유소년팀 선수들이 경남FC에 입단하도록 길을 텄다.

    2년간의 노력은 미비했지만 앞으로 경남FC가 살아야 할 길을 ‘도민속으로’에서 찾으려는 방향을 설정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앞으로 구단에서 이어받아 확대시켜야 할 생존 방향이다. 이를 통해 경남도민들에게 경남FC가 내 고장팀이라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주는 것도 필요하다. 내 아들, 내 친구의 아들이 우리 고장의 프로팀에서 선수로 뛰며 활약하는 모습을 응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경남FC의 자산이 된다.

    한편으로 유소년 시스템을 정착시켜 경남FC에 도내 선수들이 다수 뛸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줘야 한다. 선수들이 팀에 대한 애착 없이 몸값에 좌우되는 시스템은 재정적으로 불리한 경남FC에는 적합하지 않다. 축구인들은 윤빛가람과 윤일록 등 도내 출신 스타들이 경남FC에서 프렌차이즈 스타로 활약하며 팬들이 이들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현근 기자 san@knnews.co.kr

    메인이미지

    /김상석 경남축구협회 회장/

    경남FC는 도민의 손으로 만든 구단이다. 창단한 지 벌써 10년이 됐고 이젠 도민들의 생활의 일부가 됐다. 2부에서 1부로 올라가서 다시 도민들에게 기쁨과 감동을 줄 수 있는 팀으로 거듭나야 한다. 경남FC는 경남지역 학교축구부 47개 팀의 선수들이 바라보는 꿈과 희망이다. 경남FC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타 지역보다는 경남지역 출신 선수들의 영입을 통해 팀에 대한 애착을 높이고 성적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팬들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주도록 해야 한다.

    경남FC는 도민구단으로서 그동안 경남지역 출신 선수들의 영입이 극소수였다. 인제대와 국제대 출신의 선수 영입과 창원시청축구단과 김해시청축구단과도 긴밀한 협조가 있었으면 한다. 창단 당시처럼 축구인과 경제인이 조화롭게 이사진을 구성하는 것이 좋겠고 경남축구협회와 협업으로 경남FC를 운영하는 것도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

    메인이미지

    /박공원 안산경찰청 사무국장/

    도민구단의 존재는 단기 성적보다는 지역민에게 용기와 감동, 어린이들에게 꿈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현재 경남FC는 관중도 없고 도민들의 관심도 없다. 경남FC는 100억원대를 투자하고 있지만 왜 축구를 하는지에 대한 이념과 철학이 없다. 선수들과 일부 축구팬들을 위한 자기들만의 리그를 벌여온 셈이다.

    관중과 도민이 없는 경기는 의미가 없다. 선수들은 공만 찬 것이고, 성적을 내면 감독의 업적만 남고 있다. 많은 예산을 투자한 만큼의 구단 존재 가치가 있어야 한다. 지역민과 밀착이 정답이다. 일본 J리그의 반프레 고흐팀은 일 년에 무려 600회의 사회공헌활동을 벌일 정도로 지역민과 밀착하며 내 지역팀이라는 의식을 심어준다. 또 감독은 경기에 충실해야 하고 이런 지역밀착을 위해서는 프런트가 튼튼해야 한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현근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