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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장그래법’ 믿지 못하는 이유

  • 기사입력 : 2015-01-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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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말 크게 화제가 됐던 드라마 ‘미생’에서 오 차장은 계약직 사원 장그래를 향해 “버텨라. 꼭 이겨라. 안 될 것 같더라도 끝을 봐. 살다 보면 끝을 알지만 시작하는 것도 많다”고 했다. 정규직 전환이 불투명한 장그래를 향한 오 차장의 조언이었다. 정규직이 안 되더라도 ‘완생’을 향해 끝까지 버티라는 것이다.

    그런데 미생은 비정규직의 사정만은 아닌 것 같다. 지난 9일 오전 출근길에 창원의 한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경남신문에 창원국가산단 몇몇 기업이 올해 구조조정을 한다는 기사가 나왔는데, 본인이 다니는 회사가 맞는지를 물었다. 아니라고 안심시켰지만 친구는 불안해했다. 그는 “구조조정 분위기가 있다. 경기 침체에, 정부 정책에…. ‘장그래법’도 그렇다”며 심란한 마음을 전했다.

    장그래법은 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말한다. 기간제 근로자 계약기간(최대 2년→4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이 포함돼 계약직을 대표하는 장그래의 이름이 붙었다. 연장안에 대해 정부는 재고용 기회 확대로, 노동계는 장그래의 양산, 고용 불안 장기화로 보고 있어 입장 차가 크다.

    구조조정을 우려했던 직장인 친구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의 저성과자 해고 기준을 꼽았다. 손쉬운 정리해고 제도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법원이 합리적인 기준과 절차에 따라 실시한 저성과자 해고는 합법으로 판단했다며 노사분규를 줄이기 위해 그 기준과 절차를 만들겠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와 정책에는 나름의 설명이 뒤따랐다. 기업은 구조조정이 없다고도 했고, 정부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복지 확충이라고 했다.

    그런데 직장인들은 믿지 못한다. 왜 계속 불안해할까? 정규직, 비정규직 할 것 없이 모두 ‘아직 살아남지 못한’ 미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극 중 오 차장처럼 더욱 의지할 사람이 필요하다.

    왜 믿지 못하냐고 강변할 게 아니라, 기업과 정부가 보낸 메시지가 오 차장과 장그래 사이의 신뢰와 같은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정치섭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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