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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꿈꾸자, 경남] (3) 항공강국 주역 꿈꾸는 중소기업

프로펠러 국산화 ‘눈앞’… 기술력·패기로 中企 한계 넘다

  • 기사입력 : 2015-01-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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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천시 사남면 경남테크노파크 항공우주센터내 항공기 전문 엔지니어링 회사인 (주)KDC 안정희(왼쪽 첫 번째)대표와 조규철(오른쪽 첫 번째) 선임연구원이 풍동 시험용 모형 프로펠러 앞에서 연구원들과 환하게 웃고 있다./김승권 기자/


    항공우주산업은 차세대 고부가가치 산업이자 대표적인 미래 산업으로 꼽힌다. 우리나라의 항공산업은 1980년부터 시작됐다고 하지만 본격적으로 육성된 것은 2000년대 들어선 뒤였다. 미국, 러시아, 영국 등 항공 선진국에 비할 바 못되지만, 우리도 이제 설계 및 개발 기술력을 가진 단계에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3년 최초의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인 T-50을 인도네시아에 수출하면서 6억 5000만달러, 한국 돈으로 7000억원에 가까운 수입을 올림과 동시에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초음속 항공기 수출국이 됐다.

    우리 기술력으로 만든 전투기를 수출하고 있지만 반전이 숨어 있다. 항공기 안의 중요 부품은 우리 기술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동체, 엔진과 함께 항공기에서 가장 중요하게 취급되는 프로펠러는 전량 미국과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어느 정도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동체나 엔진과 달리 프로펠러 기술 국산화에 관심을 기울이는 업체는 전무했다. (주)케이디씨가 나타나기 전에는 말이다.

    (주)케이디씨는 지난 2009년 설립된 항공기 전문 엔지니어링 회사다. 사천시 사남면 경남테크노파크 항공우주센터 2층 사무실 2칸을 사용하고 있는 벤처기업이다. 임직원이 34명에 불과하다. 항공우주 및 조선해양 분야의 구조해석과 복합재 공정기술력을 갖췄지만 지역의 중소기업이라는 한계 때문에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안정희 대표는 눈을 돌려 항공기 부품으로 사업을 확장시켰고, 지금은 국내 항공우주산업 관련 업체 중 ‘상업용 프로펠러’를 최초 개발한 유일무이한 존재가 됐다.

    메인이미지(주)케이디씨 안정희 대표

    ▲기술력과 패기로 새로운 꿈을 꾸다= 항공 프로펠러는 레저용 경비행기나 소형 무인기에 쓰는 작은 목재 프로펠러부터 대형 전투기에 들어가는 복합재 프로펠러까지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지만, 프로펠러 기술 국산화 개발에 선뜻 나서는 항공산업 관련 업체는 없었다. 항공기를 만드는데 필요한 기술이 집약돼 있는 프로펠러 제작 기술은 그 난이도에 비해 시장성이 약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에게는 판매시장이 너무 작고 중소기업에게는 시간과 비용에 대한 위험 부담이 너무 컸다.

    (주)케이디씨에게도 부담은 있었지만, 그들은 주저하지 않고 도전했다.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과 항공산업 종사자로서 사명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년간 몰두했던 기술력을 스스로 시험해보고 남들로부터 확신을 받겠다는 꿈에서 비롯된 도전이었다.

    “프로펠러 개발을 통해 큰 돈을 벌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우리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싶다는 게 가장 큰 욕심이자 목적이었죠.” 안정희 대표의 말이다.

    기술 개발을 지휘한 조규철 선임 연구원은 “자체 전투기를 개발해서 수출하고 있는 나라가 프로펠러를 전량 수입해서 쓴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고, 그 정도는 우리가 할 수 있을 거라고 자신했어요”라고 기술 개발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단시간내 항공기를 자체 개발해야 했던 한국 항공산업 사정상 부품 완제품을 수입해 썼지만 (주)케이디씨가 프로펠러 개발을 해온 최근 몇 년 사이에 부품 생산 기술의 국산화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기술 개발에 대한 관심도 점차 커지고 있다.

    메인이미지(주)케이디씨 조규철 선임연구원

    ▲중소기업의 한계를 넘어서다= 프로펠러 제작 기술은 해당 항공기에 맞게 프로펠러 형상을 설계하고, 적합한 복합재를 찾아 얼마나 쌓아서 만들 것인지 (적층)를 정하는 설계기술과 실제 제작하는 공정 기술이 더해진다. 항공기 설계 및 구조해석 기술을 갖고 있었던 (주)케이디씨는 기술력이 없는 업체에 비해 투자 시간과 비용은 절반 정도 아낄 수 있었다. 그래도 기술 개발에 3년이라는 시간과 30억원 가까운 예산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지난 3년간 ‘검증 받지 않은 지역의 중소기업’이라는 꼬리표와 싸워야 했다.

    기술 개발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대기업에 집중돼 있는 현실에 맞서고, 대기업만 찾는 인재들을 경남의 소도시인 사천까지 끌어들이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기술력을 믿지 못하는 투자자 또는 투자기관은 소형 모형을 제작해 직접 눈으로 확인시켜줘가며 설득시켰다. 녹록지 않은 연구실 생활을 견디지 못한 연구원이 중간에 일을 그만두는 상황도 종종 발생하면서 연구 인력 수급을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어야 했다. 안정희 대표와 조규철 선임연구원은 기술개발 성공의 중요한 요소로 젊음과 패기를 꼽았다.

    조규철 선임연구원은 “우리 연구원이 대부분 20~30대입니다. 이번 기술 개발은 젊었을 때만 할 수 있는 패기 있는 도전이 아닐까 생각해요. 아마 40대 중반에 이 일을 맡았다면 오늘과 같은 결과를 내놓지 못했을 겁니다”라고 얘기했다.

    ▲아직 먼길…포기는 없다= (주)케이디씨의 프로펠러 제작 기술 개발은 거의 90% 완성됐다. 세계항공인증기구로부터 인증을 받고 기술을 규격화해서 주문에 맞게 제품을 생산해내면 프로펠러 기술 국산화는 완료된다. 까다로운 인증 절차를 무사히 마치고 시장을 확보하는 것이 다음 과제다. 항공산업 분야에 대한 관심과 지원도 필요하다. 다행히 프로펠러가 많이 소비되는 경비행기뿐 아니라 무인항공기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다. 국내 레저형 경비행기 프로펠러 시장은 2012년 기준 약 100억원 규모이고 매년 10%씩 증가하는 추세다. 세계적으로 볼 때 경비행기 프로펠러 시장은 약 3300억원 규모로 매년 5% 이상씩 커지고 있다고 한다. 개발이 완료된다면 역수출도 가능할거라는 기대도 걸고 있다.

    (주)케이디씨는 누적된 많은 시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 국제 인증도 어렵지 않을 거라고 예상한다.

    안 대표는 “기술 개발이 어려운 것은 당연합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그 산을 넘어보자는 각오로 도전했고, 또 함께 왔기에 해낼 수 있었죠. 앞으로 남은 단계 역시 쉽지 않겠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보란 듯이 잘해 낼 겁니다”라고 자신했다.

    김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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