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명희 시인이 4년 만에 두 번째 시집 ‘꽃의 타지마할(사진)’을 펴냈다.
물과 불을 곁들인 식물원 혹은 수목원이라 불려도 좋을 시집에는 그간 써내린 시 59편을 실었다.
그가 내미는 꽃은 반백 인생에서 얻은 깨달음을 전하는, ‘먼 곳’으로 보내드린 어머니를 그리는, 신에 이르지 못하는 화자 자신을 드러내는 도구이기도 하다. 채 꿈을 펼쳐보지도 못한 안타까운 사람들의 환생이다.
삶은 늘 타지 말아야 할 기차를 타는 것/막장 같은 어둠의 끝으로 달려가는 것/꽃의 발바닥 꽃의 심장이 쿵쾅거리는/저 거대한 황홀/폐광에 꽃이 피었다
-‘꽃의 타지마할’ 일부
장미 따러 가요 엄마, 꽃밥 해드릴게요/(…)한 번도 장미를 심어본 적 없는/엄마 장미양산 펼쳐요/장롱 가득 꽃셔츠네요 꽃주름치마도 있네요
- ‘귀에서 장미가 핀다’ 일부
해설을 쓴 이병헌 문학평론가는 김 시인의 시 세계를 ‘식물성의 미학’이라고 이름 붙이고, 시인도 그 시 세계를 닮았다고 이야기한다.
이 평론가는 “식물성의 이미지가 다양한 작품들의 내면을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다”며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지만 시인은 결코 돌아다니며 자신을 알아달라고 소리치지 않는다. 나무처럼 제자리에서 조금씩 품을 확대해 그 안에 온갖 탐스러운 시의 열매가 맺히도록 할 뿐이다”고 평했다.
시인은 말년에 시력을 잃어 딸의 시 한 줄도 못 읽은 어머니를 그리며 “오늘은 먼 곳까지 들리도록 시를 읽는다. 나의 어머니와 이 세상 모든 어머니께 가 닿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창원에서 태어난 김명희 시인은 1991년 경남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향기로운 사하라’가 있다. 경남문학 편집위원, 창원문인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창원대학교에 출강한다.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