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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태 四柱 이야기] 제사는 언제 지내야 맞나

  • 기사입력 : 2015-01-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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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 : 스님, 제사 지내는 시간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밤 12시에 꼭 지내야 되는지? 저녁 9시에 지내도 되는지요? 요즘은 일찍 모셔버리고 그러니까요. 헷갈려서요.

    스님 : 우리가 아무도 모르게 어떤 일을 도모했을 때 그 사람이 용케 그걸 알고 찾아오면 그걸 보고 뭐라 그래요? ‘귀신같이 알고 찾아 왔다’ 이러죠? 그 말은 귀신은 뭐든지 안다는 거예요? 모른다는 거예요?

    할머니 : 귀신은 뭐든지 안다는 뜻이죠.

    스님 : 그러면 제사 시간을 좀 당기든 늦추든 귀신은 그걸 알까요? 모를까요? (청중들이 빵 터지며 크게 웃었다)



    한창 인기 있는 법륜스님의 희망세상 만들기 즉문즉설 강연 이야기다. 연세가 지극하신 한 할머니는 스님에게 제사 지내는 시간을 일찍 당겨도 되는지를 물은즉, 스님의 대답이다. 제사를 일찍 지내는 것이 좋다는 것이 아니라 질문한 할머니의 근심을 다소나마 해소시켜 드려야겠다는 것이 스님의 생각이었을 것이다.

    다들 바쁘게 산다. 바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다. 그러니 제례(祭禮) 풍습도 변한다. 부계혈통을 계승하고 가족 공동체의식을 키우던 제사가 현대 생활양식과 충돌하면서 간소화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퇴계 이황의 종가가 수백년 동안 자정을 넘겨 지내던 불천위(不遷位) 제사를 초저녁에 지내기로 했다고 한다. 불천위는 큰 공이 있거나 도덕성 및 학문이 높아 4대가 지나도 사당에서 제사를 지내는 이들의 신위를 말한다.

    그동안 퇴계 종가에서는 제사 시간 변경을 두고 “예법을 정립한 퇴계 종가에서 이를 저버릴 수 없다”는 주장과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는 의견이 맞섰으나 내년부터는 오후 6시에 지내기로 의결했다고 한다.

    종가의 맏형 격인 퇴계 종가에서 제사 간소화의 흐름에 적극 나선 만큼 우리의 제사 풍습에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제사 횟수도 줄고 제사상 차림도 간소해지는 추세다. 전에는 자정이 지나 지내던 것이 다음 날 출근도 해야 하고, 볼일들이 많으니 초저녁으로 많이 바뀌어 지내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초저녁에 지낸다면 언제 지내야 되는지 많이 물어본다. 2012년 국학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제사 지내는 날을 돌아가신 전날로 알고 있는 사람이 74.6%, 돌아가신 날로 알고 있는 사람이 25.4%라고 한다.

    이러니 많은 가정에서 돌아가신 전날 저녁때쯤 형제들이 모여서 제사를 지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제삿날은 돌아가신 날이다. 조상이 제삿밥을 먹기 위해 1년 동안 기다리니 그 후손들은 조금이라도 빨리 상을 차려 드린다는 의미로 그날의 시작인 자시(子時) 중에서도 정자시(子正)에 지낸다.

    예서(禮書)에 따르면 돌아가시기 전날에 모든 제사 준비를 마치고 제사 지내는 시간은 자정을 넘어서 돌아가신 날 지내는 것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요즘처럼 저녁에 제사를 지내는 경우는 돌아가신 날 저녁에 지내는 것이 맞다.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옛날 그대로 유지하기도 힘들고, 강제할 수도 없다. 오늘날에 맞게 수정과 변형이 불가피하다. 조상을 숭배하고 공동체의식을 함양하면서도 가족 구성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방식이 뭘까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역학연구가·정연태이름연구소 www.jname.kr (☏ 263-3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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