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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3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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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놓은 창원시립예술단, 귀 닫은 창원시, 혀 차는 창원시민

시립예술단-시 ‘오디션 갈등’으로 공연 공백 길어져
예술단 “정기공연 하게 해 주고 공석인 상임지휘자 선임해달라”
창원시 “단원 실력 갖추는게 먼저…연습과정 보고 연주 일정 잡겠다”

  • 기사입력 : 2015-01-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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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시립교향악단을 비롯한 창원시립예술단의 공연 공백이 길어지면서 예술단 노조와 창원시가 함께 공연 재개와 정상화를 위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2일 창원시와 시립예술단에 따르면 창원시립교향악단은 지난해 초부터 오디션(실기 평정)을 둘러싸고 단원들과 창원시 간에 불거진 노사 갈등으로 지난해 11월 21일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가진 제285회 정기연주회를 끝으로 지금까지 정기연주회를 열지 못한 데 이어 상반기 연주회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창원시향은 특히 지난해 12월 송년음악회를 개최하지 못했으며, 올해 1월 초 열릴 예정이던 신년음악회마저 손을 놓았다.

    이 와중에 창원시는 창원시립예술단 지역특성화 사업에 따른 조직 개편 계획에 따라 내달 1일부터 현재 3·15아트센터에서 연습 중인 합창단은 창원 성산아트홀로, 성산아트홀에서 연습 중이던 시향은 3·15아트센터로, 무용단은 진해문화센터로 자리를 옮길 것을 통보했다. ‘노조 옥죄기’라는 지적과 함께 불편한 연습실 사정 등으로 최소한 2월 중에는 정기연주회가 열리기 어려운 실정이다.

    시립예술단은 2007년 창원, 마산, 진해시 통합 이후 교향악단(단원 115명)은 창원 성산아트홀, 합창단(단원 106명)은 3·15아트센터, 무용단(단원 35명)은 성산아트홀에서 근무·연습해 왔다.

    민주노총 창원시립예술단 노조는 오디션을 통한 해촉 중단과 예술단원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데 비해 사측인 창원시는 예술단원의 실력검증을 위해 규정에 맞춰 오디션을 하고 있고, 실력과 관계없이 고용을 보장해 달라는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단체집회는 접었지만 1인시위를 통해 부당징계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고, 시는 이번 기회에 예술단의 잘못된 행태를 바꾸겠다고 벼르고 있다.

    양측이 팽팽한 대립을 보이면서 예술단 정상화를 위해서는 공연을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선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예술단은 노사 갈등과 관계없이 정기연주회와 찾아가는 공연 등 연주활동은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노사가 대화의 창구를 열어 놓고는 있지만 난관이 적지 않다.

    정기공연과 관련, 단원들은 현재 개인연습 등을 하고 있는 만큼 무대에 서게 해 달라는 입장이고, 시는 공연을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노조 결성 이후 연주 실력이 떨어진 단원들이 연습을 열심히 해서 프로다운 실력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라는 입장이다.

    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부지휘자를 중심으로 단원들의 연습 과정을 지켜보면서 연주회 개최 일정을 잡겠다”며 “병원에서 환자를 치료하지 않고 퇴원시킬 수 없듯이 시민들로부터 꾸중을 듣더라도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또 1년 이상 공백으로 있는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도 선임해 정상화에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시향 단원은 “단원들은 상임지휘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고, 상임지휘자는 단원들을 결집시킬 수 있는 만큼 빨리 지휘자가 선임돼야 한다”고 말했다.

    갈등의 원인이 된 평정 방식도 손질할 수 있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지만, 창원시는 노조원들의 요구에 귀를 막고 있다.

    불공정 오디션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광주시립예술단은 지난해 말 노사가 협상을 통해 실기 평정을 매년 한 차례에서 2년 단위로 변경키로 합의했다.

    이렇게 되면 예술단원들이 매년 실기평정을 보고 2년마다 재계약을 해야 하는 데서 비롯되는 상시적인 고용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다.

    허준용 시향 단원총무는 “예술단의 특성을 아는 전문가 집단이 예술을 운영해야 하는데 현재 창원시는 그렇지 않아 마찰이 생기고 있다”며 “오디션을 한 해 두 번 하는 데 대한 반발에서 시작된 갈등이 시에서 단원들의 징계를 남발하면서 해결점 찾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켜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창원시내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병원에서 외부강사를 초빙해 건강특강을 하는 자리에 ‘찾아가는 공연’이 열렸으면 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며 “예술단 노사 간의 갈등에 왜 시민들이 피해를 봐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한 음악 애호가는 “창원시향을 비롯한 창원시립예술단의 무대에는 노조와 창원시가 주인공이다. 시민은 안중에도 없다”고 힐난하고 “시민을 위해 연주활동을 하지 않는다면 예술단의 존재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김진호 기자 kimj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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