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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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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인생채무자로 막살다 죽어버릴 것인가?- 최환호(경남은혜학교 교장)

  • 기사입력 : 2015-01-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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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환호 경남은혜학교 교장

    “왜 사는가? /왜 사는가… /외상값(홍인숙. ‘삶’).” 인간이 살아가는 것은 수없이 많은 도움으로 가능하다. 티끌 같은 생명도 공기와 물 등 우주의 합작품인즉. 정복자 알렉산더는 진작 깨달았다. “나는 아버지께 생명을, 스승께 지혜를 빚졌다.” 그렇다. 태어난 것 자체가 부모에 대한 빚이었고 정신을 일깨워준 스승과 성현들에 대한 빚이었다. 그뿐이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빚, 나라를 지키다 산화한 영령들에 대한 빚, 오늘의 번영을 일군 산업역군들에 대한 빚….

    어차피 빚더미 인생 아니던가. 삶은 시간의 빚이 지배한다. “몇 살인가?” 하고 물을 때 실제로는 “당신 인생 빚은 몇 시간이나 되는가?”라고 묻는 것이다. 우리는 1월 1일 아침에 365일, 8760시간, 52만5600분, 3153만6000초를 빌려 산다. 우리는 시간에 대해 영원한 채무자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존재와 시간’에서 ‘시간은 존재의 의미’라고 주장했다. 그의 이야기. 슬픔과 불안의 신이 흙으로 인간을 빚었다. 영혼의 신이 정신을 불어넣고는 제 것이라고 주장했다. 흙의 신까지 나서 싸움이 붙자 시간의 신이 판결했다. 인간에게 100년의 시간채무를 주고 슬픔과 불안의 신이 100년 동안 주재하라 했다. 그 대신 인간이 죽고 나면 정신은 영혼의 신이, 육신은 흙의 신이 되가져가라 했다. 문제는 누구나 슬픔과 불안의 운명, 그 원초적 시간 빚에서 도망갈 수 없게 됐다.

    슬픔과 불안 등 그 모든 시간의 빚 또한 절대적이 아니라 상대적이다. 아인슈타인에 의하면 한 사람의 시간가치는 다른 사람의 시간가치와 개인적 인식에 따라 상대적이라는 것이다. 바로 동파 소식의 인식이 그렇다. “…우리 인생은 천지 간 하루살이 같고 /우리 몸은 푸른 바다의 한 톨 좁쌀과도 같네… 내 삶의 짧음을 슬퍼하면서 /장강의 끝없음을 부러워하노라.” 유한한 인생의 시간가치와 유구한 장강의 시간가치를 절묘하게 대비시킨 절창이었기에 천년 동안 회자되고 있을 터.

    맹자 왈, “하늘이 내리는 재앙은 피할 수 있으나 스스로 불러온 재앙은 막을 수 없다” 생명의 근간을 이루는 시간을 낭비한 죄, 그것이야말로 스스로 재앙을 불러들이는 것이기에. 그러다 살 날이 딱 하루밖에 남지 않으면 당신, 무슨 생각을 할 것인가? ‘세상에 공짜 없는 법인데…’라며 자기 우매를 통절히 후회할 터.

    영국 저널리스트 윌리엄 리스모그 등이 쓴 ‘대변혁’의 경고. “모든 것에는 그 대가가 있고 모든 청구서는 다 갚아야 한다. 역사적으로 빚을 자꾸 져 가며 이를 갚지 않으려 한 시도는 모두 눈물로 종말을 보았다”는 구절을 새겨야 하리.

    요즘 시중의 화두는 단연 ‘갑 (甲)질’이다. 부모 덕에 은수저 물고 태어나 돈 좀 있다고, 권력 있다고, 상대적으로 나은 위치에 있다고, 기고만장한 족속들의 추악한 꼴, 그 대가에 대한 사회의 청구서는 가차 없다. 선대에 쌓은 모든 것을 실추시키고 제 몸을 망쳐야 비로소 갚는 것이기에. 어차피 ‘삶이란 죽음으로부터 받은 대출(쇼펜하우어)’이기 때문에 ‘빚의 복수’에서 거래 단위는 돈일 수 없다. 생명을 돈으로 살 수 없으니 돈 아닌 생명 가치로, 지극한 사랑과 정성으로 평생 되갚는 복수여야 하리.

    벌써 새해 즈음 한 달째. 사람의 생사평가(生死評價)에서 핵심은 그가 얼마나 많은 명성을 떨쳤고,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으며, 얼마나 출세했는가는 하등 중요치 않다.

    사람의 평가는 누군가 배고플 때 먹을 것을, 헐벗고 있을 때 옷을 주었으며, 집이 없을 때 따뜻이 맞아주었는가 하는 정성과 노력의 되갚음, 그 여부 여하로 판단할 터다.

    당신, 인생 채무자로 막살다 그냥 죽어버릴 것인가?

    최환호 경남은혜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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