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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16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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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사찰순례 ④ 하동 칠불사

이천년 가야불교 禪의 향기, 청정 가람(伽藍) 맴돌고…
가락국 시조 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외삼촌 따라와 성불한 기념으로 창건

  • 기사입력 : 2015-01-28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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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 전 김수로왕이 창건했다는 하동 칠불사 경내를 도응 주지스님이 걷고 있다.
    새해를 맞는 감동이 시들해지는 1월 하순. 몸과 마음을 비우겠다는 신년 각오도 희미해져 간다. 심신을 비우면 시원하고 편해지는 법이지만 필부에게는 생각처럼 쉽지 않다. 새해를 맞아 맑은 몸과 마음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설화를 간직한 가야불교의 발상지 하동 칠불사를 찾았다.

    지리산 토끼봉 아래 해발 830m에 자리잡은 칠불사는 우리나라 불교의 성지답게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창건은 2000년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유사 등에 따르면 칠불사는 1세기께에 가락국 시조 김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그들의 외숙인 범승(梵僧) 장유보옥(長遊寶玉) 화상(和尙)을 따라와 이곳에서 동시 성불한 것을 기념해 김수로왕이 국력으로 창건한 사찰이다. 이는 칠불사가 가야불교의 발상지임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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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온돌 구조로 축조해 온기가 한달 반가량 지속됐다는 ‘아자방’.

    칠불사에서 널리 알려진 것으로 제일 손꼽는 것은 아자방이다. 1100여 년 전에 신라 효공왕 당시(지마왕 때라는 설도 있다) 금관가야에서 온 구들도사로 명성이 높았던 담공 스님께서 이곳에 이중온돌방을 축조했는데 내부 구조가 버금 아(亞) 자 모양으로 생겼다 해서 아자방이고, 옆에 있는 굴뚝을 입 구(口) 자로 보면 벙어리 아(啞)자가 되는데, 이곳은 처음부터 벙어리처럼 말을 못하는 침묵의 방 수행처로 만들어졌다. 이곳은 한 달 반을 그 온기가 지속됐다 하여 신비한 방으로 널리 당나라까지 알려져 있었고, 그 온돌의 특이성으로 세계 건축사전에도 등재돼 있다.

    이 아자방에서 수도를 통해 득도한 고승은 수없이 많다. 서산대사는 수도를 한 후 아자방에 관한 시를 짓기도 했다.

    칠불사는 경남유형문화재 제144호인 아자방을 국가문화재로 승격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쌍계총림 말사인 칠불사는 문수(文殊)보살 도량으로 애써서 공부나 기도를 하면 문수보살이 그 사람을 도와 일체 소원을 성취했다는 일들이 많다. 양택으로는 북쪽으로 금강산 마하연, 남쪽으로는 지리산 칠불암이 최고라고 한다. 도선국사의 옥룡자비결에 보면 칠불암터를 백자천손하는 터이고, 부귀는 중국 남북조시대의 석숭을 능가하는 길지라 하는데 앞으로 무수한 도인과 대재벌을 여럿 배출할 거라 알려져 있다.

    칠불사는 초의선사의 다신전(茶神傳)을 초록한 다도(茶道)의 중흥지이다. 이곳 화개동은 온 산야 전체가 작설차 밭이다. 다도를 중흥시킨 조선 말엽의 초의선사가 이곳 칠불사에 와서 참선하는 여가에 청나라 때 저술된, 요즘 같으면 백과사전에 가까운 만보전서(萬寶全書)에서 부분적으로 다신전을 초록해서 그것을 기초로 동다송을 지었다.

    운상선원도 빼놓을 수 없다. 골짜기에 운무가 펼쳐질 때 이곳은 구름 위에 있다고 해서 운상선원이다. 칠왕자가 공부했던 곳이며 수많은 고승들이 득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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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로왕 부부가 일곱 왕자의 얼굴을 보기 위해 만들었다는 ‘영지’.

    수로왕 부부가 일곱 왕자의 얼굴을 보기 위해 만든 영지(影池) 주변에서 맑은 수기(水氣)에 흠뻑 젖어 보는 것도 좋다.

    동국제일선원 칠불사는 수차례 중수를 거쳤다. 임진왜란 때 퇴락했다 서산대사 등이 중수했고, 1800년에 큰 화재가 나서 대부분 건물이 전소됐다 대은율사 등이 복구했다.

    칠불사가 오늘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전 쌍계사 승가대학장인 제월당 통광(1940~2013) 대선사의 원력 덕분이다. 스님은 6·25전쟁을 겪으며 전소된 사찰을 1978년부터 중창에 들어가 20여 년에 걸쳐 대웅전, 아자방, 운상선원, 설선당, 보설루, 원음각, 요사, 영지, 일주문 등을 차례로 중창·복원했다.

    칠불사 도응 주지스님은 “통광 큰스님은 ‘염불, 주력, 간경, 참선 중에 하나라도 철저히 일념으로 하면 마음이 맑아지고, 맑아지면 밝아지고, 밝아지면 통하게 된다’는 큰 가르침을 주셨다”며 “남녀 공히 타인에 대한 배려와 희생과 봉사, 희사를 실천할 때 밝은 사회가 열린다고 말씀해 베푸는 삶을 강조했다”고 회고했다.

    칠불사 대웅전 앞에 서면 도량(道場)을 휘감아 도는 청정바람이 마음속 티끌까지 씻어준다. 글= 김진호 기자

    사진= 전강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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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도응 주지스님

    “욕심과 집착으로 현실이 괴롭다면 한발짝 떨어져 자신을 바로 보시길”


    “육신의 나를 소중히 여기고 마음을 가꾸면 일상생활 속에서도 불교의 가르침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칠불사의 도응 주지스님은 자신의 본성을 깨우치기 위해 하루의 작은 시간이라도 할애하다 보면 그 꽃의 향기가 가족과 공동체, 사회에 전해진다고 했다. 다음은 스님과의 일문일답.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라 하는데,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부처(佛)란 ‘깨달은 자’입니다. 깨달은 자가 있다면 깨닫지 못한 자들도 있다는 말이겠죠. 부처의 눈으로 보면 욕망에 끌려 사는 중생의 삶은 눈뜨지 못한 삶입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깨달음은 특출한 수행자나 근기가 수승한 사람들만 도달할 수 있는 어떤 경지나 능력이 아닙니다. 깨달음이 목표가 되어서 그 경지에 이르는 게 아니라 눈을 뜨신 겁니다. 고로 눈 뜨지 못한 중생 역시 눈을 뜬다면 그것이 바로 깨달음입니다.

    -성철스님은 “모든 진리는 자기 속에 구비돼 있습니다”며 “자기를 봅시다”라고 설법했는데, ‘자기를 바로 본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여러분들 각자가 자기를 본다는 게 무엇이냐는 질문을 해보세요. 그 순간, 여러분은 어떤 상태가 되십니까? 질문에 대한 자신의 답을 찾고 있는 내가 보입니까, 아니면 이것에 대한 멋진 답변을 한 다른 이의 대답을 떠올립니까, 이도 저도 귀찮아서 젖혀버리고 싶다 하는 마음이 생깁니까? 답을 찾고, 궁리하며, 세상 바깥으로 눈을 돌리는 순간 자기는 어디 있는지 보세요. 내가 세상의 주인이 돼서 나에게로 향하는 것이 자기를 보는 것입니다. 자기를 본다는 것은 육신의 나가 아니라, 이 모든 것을 있게 한 불성의 나, 본성의 나를 깨우치라는 것입니다.

    -사부대중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불교의 가르침을 실천하려면.

    ▲오직 ‘나는 누구인가’를 참구하십시오. 그러기 위해서 육신의 나를 소중히 여기고 마음을 가꾸세요. 사랑하고 감사하는 것의 시작도 나에서부터임을 잊지 마십시오. 욕심과 집착으로 괴로운 현실이 있다면, 한 발짝 떨어져서 자신의 모습을 바로 보고 문제와 나를 분리하다 보면 문제로부터 벗어나 있게 됩니다. 있는 그대로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게 가장 큰 실천방법입니다.

    -새해를 맞아 절을 찾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보리자성(菩提自性)의 마음을 그대로 쓰면 현재의 생활이 극락이고, 현재의 사회가 그대로 불국정토입니다. 사찰에 발길을 돌려보는 모든 분들이 자신의 마음을 닦아 자비 광명의 삶을 살기로 서원하시고, 서원하는 삶을 이루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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