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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에게 부탁함- 정호승

  • 기사입력 : 2015-01-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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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벗이여

    이제 나를 욕하더라도

    올 봄에는

    저 새 같은 놈

    저 나무 같은 놈이라고 욕을 해다오

    봄비가 내리고

    먼 산에 진달래가 만발하면

    벗이여

    이제 나를 욕하더라도

    저 꽃 같은 놈

    저 봄비 같은 놈이라고 욕을 해다오

    나는 때때로 잎보다 먼저 피어나는

    꽃 같은 놈이 되고 싶다

    ☞ 수돗물의 오염이라든지 방사능 유출 문제 등에 우리는 어떻게 반응합니까? 온 사회 구성원이 긴장하고 감시자가 되고 해결자가 되려 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귀를 더럽히고 정신을 오염시키는 욕은 아무렇게나 방출되어도 되는 것일까요? 쏟아내는 욕설에 대해 내가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아무도 거절감을 표시하지 않는 사회, 욕설의 폐해에 누구도 대항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는 간접흡연에 서서히 폐가 망가지는 것과 같이 스스로의 정신을 병들게 방치하는 것입니다. 법보다 더 무서운 것이 인습이라지요? 자기가 속한 사회 구성원들에게 거절당하는 것이 법의 처벌보다 더 가차 없다는 말이겠지요? 욕이 ‘폭행’으로 성문법화되기에는 아직 사회의 성숙도가 미치지 못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가 ‘언어의 청정지대’ 한번 지켜보지 않으시겠습니까? 그런 뜻에서 시인이 제시하는 이런 ‘욕 문화’를 소개합니다.

    조예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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