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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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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꿈꾸자, 경남] (5) 에너지 자립 꿈꾸는 '경남햇빛발전협동조합'

시민 110명 힘 모아 설립…진해 경화동 39가구에 태양광발전기
작년 진해종합사회복지관 옥상에 햇빛발전소 1호 준공

  • 기사입력 : 2015-01-29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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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 진해구 풍호동 진해종합사회복지관 옥상에 경남햇빛발전협동조합이 설치한 햇빛발전소 1호의 모습./성승건 기자/

    당신은, 전기 없이 단 하루라도 살 수 있을까?

    새벽 6시 30분. 일어나자마자 불을 켜는 것으로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심야전기 보일러로 데워진 방은 기분 좋을 만큼 따뜻하다. 전기포트로 끓인 물에 차를 타 마시고, 헤어드라이어로 젖은 머리를 말린다.

    회사에 도착하면 전등을 켜 사무실을 밝히고, 냉기를 없애려 히터를 튼다. 작업을 위해 컴퓨터를 8시간 이상 켜놓고, 배터리 소모가 많은 스마트폰은 늘 충전모드를 유지한다.

    귀가 후엔 전자레인지를 활용해 간단히 저녁을 챙겨 먹고, TV를 틀어 놓은 채 거실을 정리하고, 늦은 저녁까지 스탠드를 밝히고 있다가 자정을 넘겨서야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든다.

    하루를 되짚어보니 우리의 생활은 전기와 떼려야 뗄 수 없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전력 소비량은 9285KWh로 OECD국가 중 9위다. 우리가 쓰는 전기의 60%는 화력발전소에서 오고, 25%는 원자력발전소, 8%는 수력발전소, 그리고 신재생에너지 등 나머지가 7%를 차지한다. 경남의 경우 화력발전 97.7%, 수력발전 2.2%, 신재생 발전 0.06%다.

    에너지원별 비율을 보면 전기를 쓸수록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많아지고, 방사능에 대한 공포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깨끗한 환경에서, 오랫동안 전기를 쓰기 위해 ‘에너지 자립’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에너지 자립을 통해 지구온난화를 막고, 핵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한 우리 지역의 첫 움직임이 경남햇빛발전협동조합이다. 같은 뜻을 가진 시민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지은 햇빛발전소에서 생산한 청정에너지로, 구성원들도 웃고 우리의 후손도, 또 지구도 웃을 수 있는 내일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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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 진해구 풍호동 진해종합사회복지관 옥상에 경남햇빛발전협동조합이 설치한 햇빛발전소 1호의 모습. /성승건 기자/

    ◆새로운 꿈, 햇빛에너지와 경남햇빛발전협동조합

    지난 2011년 3월 발생했던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누출사고부터 밀양 송전탑 건립을 놓고 벌어졌던 갈등, 부산시 고리원전 폐쇄 촉구 시민운동을 거치면서 탈핵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전기를 중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발전소를 멈추자는 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일 뿐이었다.

    정부에 대안을 제시하고, 거북이걸음 같은 속도일지라도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신재생 에너지 중 하나인 태양광으로 에너지 자립을 꾀하는 경남햇빛발전협동조합이 지난 2013년 1월에 만들어졌다. 도내 최초이며, 전국적으로는 서울과 안산에 이어 세 번째다. 조합 설립 후 110여명의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약 1억5000만원을 모았고, 지난해 3월 창원시 진해종합사회복지관 옥상에 70㎾급 태양광발전시설을 갖춘 경남햇빛발전소 1호가 준공됐다.

    진해구민을 비롯한 창원시민과 복지관 직원, 청소년 등이 조합원으로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설치 후 2014년 12월 31일까지 생산된 햇빛 에너지는 총 6만5519㎾h로, 전량을 판매해 1853만원의 수입도 올렸다.

    조합원들은 에너지 소비자이자 생산자가 됨으로써 에너지 부족 위기와 탈핵, 기후 변화 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시민으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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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점석 경남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장이 태양광 발전 설비 모형 앞에서 신재생 에너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함께 잘 사는 사회의 밑그림, 협동조합

    에너지 자립 문제에만 집중한 것이 아니라 협동조합이라는 방식을 채택한 것은 경남햇빛발전협동조합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다.

    조합 설립부터 지금까지 운영을 도맡아온 전점석 이사장은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요시하고 승자만 인정하는 무한경쟁 사회에서 피폐해진 삶을 회복하는 방법은 바로 협동조합이라고 강조했다. 살아갈 내일을 고민하고, 더욱 행복할 수 있는 길을 협동조합에서 조합원들이 함께 찾는 것이다.

    2012년 협동조합 기본법 시행 이후 현재까지 도내에는 210여 개의 협동조합이 만들어졌고 2013년 10월 협동조합 조직을 더욱 견고하게 하기 위해 경남협동조합협의회도 만들어졌다.

    전 이사장은 “경남햇빛발전협동조합은 지금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는 셈인데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대안이 햇빛발전이라면 무한경쟁, 자본주의 사회가 봉착한 위기에 대한 대안은 협동조합이다”면서 “무분별한 이윤 추구가 아니라 서로 이해하고 협동, 연대해야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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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전소+절전소, 목표는 에너지 자립

    햇빛발전협동조합 사업 추진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지역 주민과 지자체의 무관심이었다. 여태까지 협동조합으로 햇빛발전을 하는 사례가 없었던 데다,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대한 지자체의 관심이 매우 낮아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햇빛발전협동조합이 보다 확대되기 위해서는 행정기관의 의지와 주민들의 참여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진해구 경화동의 사례는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해 3월 진해구 경화동의 3개 아파트, 39가구에 200w 소형 태양광발전기가 설치됐다. ‘경화동 에너지 자립마을 만들기 사업’에 선정된 지역 주민들이 적극 나서 소형 태양광발전기 설치를 위해 선진지 견학을 다녀왔는가 하면, 자발적으로 매달 절전 행사와 에너지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진정한 에너지 자립은 에너지를 만들어냄과 동시에 절약을 실천할 때 가능하다는 것을 교육하는 것이다.

    전 이사장은 “최종 목적은 태양광 발전의 보급이 아니라 에너지 자립이므로 발전시설 설치와 동시에 에너지 교육을 실시한다”며 “깨끗한 에너지를 만드는 것과 그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이 똑같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준다”고 설명했다.

    경남햇빛발전협동조합는 2호 햇빛발전소 건립을 추진 중이며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에너지 교육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도내 모든 공공기관 건물에 햇빛발전소를 세우고, 도민 누구나 어디든 햇빛발전소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 각 시군이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수립하도록 건의할 계획이다.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과 주민의 동참이 뒷받침된다면, 경남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 자립 마을을 보유한 지역이 되는 꿈을 이루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은 일이다.

    김희진 기자 likesky7@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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