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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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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문제는 인성이다- 김재익(논설실장)

  • 기사입력 : 2015-01-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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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어린이집 교사 폭행 사건의 여진(餘震)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다. 그만큼 이번 어린이집 사태의 출발점이 된 인천 어린이집의 교사 폭행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덩치가 보통 여인보다 훨씬 큰 보육교사의 손찌검에 의해 여리디 여린 4세 아이가 튕겨 쓰러지는 모습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보육교사의 폭행은 간간이 있어 왔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봇물 터지듯 아동 학대가 드러나고 있다. 전국 어린이집이 4만3000여 곳이나 되니 알려지는 사건들은 빙산의 일각이 아닐까 하는 걱정도 없지 않다.

    대형 사건이 터지면 항상 그렇듯 정부와 정치권은 연일 대책 만들기 경쟁을 하는 듯하다. 보육교사 자격증은 국가시험으로 전환하고 신규 어린이집은 폐쇄회로TV(CCTV) 설치가 인가 조건이다. 국가시험을 보려면 인성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다음달까지 아동학대 신고를 접수받는다. 웬만한 정부기관에다 지방자치단체까지 더해지는 대책들이 냄비 근성의 호들갑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제도적인 허점을 메우려는 대책의 수립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인성(人性)이다. 만 가지의 대책을 세워본들 이를 운용하는 인간의 마음이 바르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이다. 그래서 정부가 보육교사 자격에 인성검사를 강조한 것은 매우 공감이 간다.

    인성은 비단 어린이집 보육교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최근 병폐로 떠오른 ‘갑질’ 문화나 국민에게 충격을 주는 굵직한 사건들은 어찌 보면 그 바탕은 인성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침몰하는 배에서 자신만 살겠다고 그 많은 승객들을 저버린 세월호 선장과, 승객의 생명과 안전은 아랑곳하지 않고 세월호를 불법 개조한 선주는 인간성이 상실된 경우이다. 조현아 ‘땅콩 회항’ 사건도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그룹의 3세 경영자로 고생을 모르고 성장해 직원들을 막 대하는 잘못된 인성이 국민의 공분(公憤)을 불렀다.

    세무 공무원의 성매매 업소 출입과 종업원에 고리 사채, 수십 차례 성관계는 인성 정도가 아니라 엽기적이다. 내용만 놓고 보자면 조직폭력배나 할 행위이다. 이런 인성을 가진 자를 공무원으로 뽑은 인사채용 시스템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이다. 육군 여단장인 대령이 부하 여군을 성폭행하고, 같은 부대의 소령은 또 다른 여군을 성추행한 사건도 해이된 군 기강이 문제이긴 하지만 장교로서 인성을 갖추지 못한 개인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현직 판사가 사채업자로부터 수억원의 뇌물을 받은 사건이나, 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15억여원을 받은 검찰수사관도 공직자로서 인성이 삐뚤어졌다. 우리 사회는 학력, 경력 등 스펙만 화려하게 갖춘 채 인성은 무뇌(無腦)인 ‘괴물’만 배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봐야 한다. 검찰 고위직 인사를 앞두고 지난주 사의를 표명한 한 재경(在京) 지검장은 “검찰 공무원은 바르고 착한 인성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공직을 곧 떠날 시점에 공직자의 인성이 중요함을 강조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창의성과 인성을 강조했고, 올해 교육부 업무의 핵심도 인성교육 강화에 있다. 올해 7월부터는 지난해 연말 여야 의원들이 공동 발의해 참석 의원 만장일치로 통과된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된다. 대한민국의 교육 목표인 홍익인간(弘益人間)을 제대로 실천했으면 굳이 이런 인성법까지 만들 필요도 없다. 하지만 이제라도 참된 인간을 만들기 위한 인성 교육이 강화된다 하니 기대를 걸어본다. 인성은 우리 사회를 지탱해 나가는 중요한 토대이다. 사람 사는 세상에 대형 사건과 사고는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지만 예방이나 대책은 항상 인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김재익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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