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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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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흐르는 도시, 창원' 어떻게 만들어 나갈까?

생활이 되는 음악... 음악으로 먹고산다
[월요문화기획] '음악도시 창원' 어떻게 만드나

  • 기사입력 : 2015-02-01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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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명훈 7인 음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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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수미 공연

    창원문화재단(이하 재단)이 연초 '대한민국 일류 문화도시 창원'을 구현하기 위한 3대 핵심정책 어젠다로 문화예술 인프라 구축과 시민 체감 문예 프로젝트를 추진, 음악도시 창원을 선정하고 세부 전략 과제를 발표했다.

    재단은 특히 올해를 '대한민국 음악도시 창원'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음악이 살아숨쉬는 도시 창원을 만들겠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음악도시 선포를 위해 집행위원회를 구성하고 상반기에 선포식을 가질 예정이다. 이에 '음악도시 창원'의 내용 및 추진전략과 함께 인재진 자라섬 국제 재즈페스티벌 총감독의 조언을 소개한다.


    ◆‘음악도시 창원’의 배경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의 ‘꽃’에 나오는 대목처럼, 창원시민에게 음악은 향유의 대상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음악이 창원시의 대표적 문화 아이콘이 될 수 있을까? 누구나 던질 수 있는 질문이지만, 창원에는 이미 부정할 수 없는 유·무형의 음악적 자산이 풍부하다. 창원은 ‘선구자’를 작곡한 조두남을 비롯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음악가들을 배출했고, 그들을 기리는 음악관이 있다. 국민가곡 ‘가고파’와 동요 ‘고향의 봄’의 노랫말을 지은 이은상, 이원수 선생도 창원 출신이다.

    음악적 문화자산이 인물이나 상징물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마산만의 파도소리는 동요가 되고, 창원을 둘러싼 산들의 바람소리는 대중가요가 된다. 역사는 뮤지컬이 되고 공단에서 들리는 쇠 깎는 소리는 K-POP이 된다. 야철도시 창원은 태초에 음악이 있었고 발전돼 왔다.


    ◆‘음악도시 창원’은

    창원은 인구 108만의 도시로 산과 바다와 수많은 녹지공간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어 음악 활동하기 비교적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다.

    창원이 음악도시가 되면 도시디자인은 물론, 미술 등 많은 부문에서 변화가 일어난다. 우선 공공건물의 디자인부터 바꿔나간다.

    화장실 안내 문구를 예로 들면 콘트라베이스를 퉁기는 남성, 피아노를 연주하는 여성 등 음악분야로 응용해 낼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버스정류장, 택시 승강장에도 음악이 나오게 하고 공공건물의 안내표지판에도 음악적 요소를 도입해 변화를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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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라델피아오케스트라 창원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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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POP월드페스티벌 창원 공연

    마을벽화에도 음악적 소재를 도입하고, 야구장과 농구장, 축구장에도 오케스트라의 선율이 흐르게 한다. 경기를 관전하러 온 관중들과 음악이 하나가 돼 홈팀 선수들에게 기를 불어넣어 주면 홈팀 선수들은 흥에 겨운 홈팀 관중들의 열화와 같은 응원을 등에 업고 승리의 기운을 배가 시킬 수 있다.

    단순한 시도이지만 이것이 시민들의 생각을 바꾸고,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다.

    인디밴드, 클래식, 국악, 농악 등 모든 장르를 망라해 찾아가는 음악회도 연다. 어린 시절의 향수가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곳부터 먼저 시작한다. 이것이 찾아가는 음악회요, 현장성과 역동성을 가미한 삶의 현장이기도 하다.


    ◆추진 전략

    재단은 음악도시 창원 특성화를 위한 테스크 포스팀을 구성해 지역의 음악적 문화 자산을 총정리하고, 세미나와 토론회 등을 통한 여론을 수렴해 지역민이 동참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간다는 복안이다.

    이어 음악도시 선포를 위한 집행위원회를 구성하고 상반기 중 2015년을 ‘음악도시 원년’으로 선포할 예정이다.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와 창원문화재단이 올해로 10년째를 맞는 다문화축제 ‘맘프(MAMP)’를 공동 개최함으로써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면서 창원시민의 일원이 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나아가 다문화축제가 아시아의 대표적인 음악축제가 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K-POP 창원월드페스티벌도 참가자들이 창원시내에서 프린지공연을 여는 등 1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도록 창원페스티벌을 전후해 다양한 음악적 축제를 여는 방안을 전략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지역주민 모두가 참여가능한 동별 합창대회를 열어 이를 5개 구청 단위로 확대하고 ‘2015 창원시민 1만인 합창페스티벌’ 등 초대형 퍼포먼스를 개최하는 한편, 동네방네 콘서트(골목길 콘서트) 등도 적극 추진해 자연스럽게 음악이 시민 생활 속에 녹아들 수 있게 한다.

    재단은 또 음악적 문화자산을 콘텐츠로 가공, 관광 상품화하는 전략도 수립한다. 음악이 다른 모든 장르의 문화예술과 결합, 음악으로 먹고사는 도시로 창원을 재탄생시킨다는 방침이다.


    ◆음악이 사람·사회를 변화시킨 사례

    음악의 교육적 효과는 다양한 장르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가까운 예로 ‘월드비전 선명회합창단’을 들 수 있는데, 6·25전쟁 이후 발생한 전쟁 고아들 중 음악적 재능이 있는 학생들로 구성해 세계 각국 교민들을 찾아가 위문공연을 펼쳐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자긍심을 고취시켜 주었고 국위선양에도 앞장섰다.

    기적의 오케스트라로 불리는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는 1975년 음악을 이용해 마약과 범죄에 노출된 빈민가 아이들을 가르치고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수도 카라카스의 빈민가 차고에서 전과기록을 가진 빈민층 청소년 11명으로 출발했지만 현재는 베네수엘라 전역으로 확대됐고, 청소년 오케스트라, 음악센터 등에서 30만여명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재단은 새 야구장 건립 등을 놓고 빚어진 분리운동 등 통합 전 마산과 창원, 진해의 갈등을 ‘음악’으로 녹여내겠다는 것이다.

    창원문화재단 신용수 대표이사는 “음악은 소통이고 화합이다. 역사이며 희망이다. 그리고 음악은 생활과 치유다. 그러면서 음악은 문화콘텐츠로서 가치가 높다”며 “음악을 통해 108만 창원시민이 행정통합에 따른 혼란과 반목, 지역이기주의를 극복하고 문화적 가치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산과 바다에서, 일터와 학교에서 음악을 듣고, 야구장에서 대규모 합창단의 하모니를 즐기는 도시. 버스정류장에서 클래식을 듣고 놀이터나 공원에서 로봇군단이 사물놀이 춤을 추는 곳. 언제 어디서든 외국인노동자와 인디그룹의 밴드음악을 들을 수 있고, 수만명의 시민들이 모여 손에 손을 잡고 창원의 미래를 노래하는 글로벌 음악도시를 만들겠다”고 비전을 제시했다.

    김진호 기자 kimj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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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재진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 총감독


    ◆인재진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 총감독

    “음악도시 성공하려면 공간·콘텐츠·기획자 3박자 갖춰야”


    “‘음악도시 창원’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공간과 콘텐츠·전문기획자가 갖춰져야 합니다.”

    인재진(사진)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 총감독은 지난달 30일 오전 창원문화재단 회의실에서 재단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전문교육에서 ‘음악도시 창원’이 성공하려면 첫째, 상징적 공간이 필요하고 둘째, 콘텐츠가 유통되고 생산되는 기초를 다져야 하며 셋째, 음악과 관련된 사람(장르와 트렌드에 실력 있는 전문기획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 감독은 또 음악과 관련한 역사적 배경이나 인물이 있으면 일을 진행하는데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지역축제의 성공 요인으로는 기획자의 애정과 열정을 들었다. 인 감독은 “애정과 열정이 있으면 예산이 모자라고 시설이 조금 빈약해도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하고 3~5년 정도 지나면 성공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홍수가 나면 가라앉는 자라섬에 재즈페스티벌을 하겠다고 나서자 주변에서 미쳤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며, “처음에 3억원의 예산으로 출발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축제가 성공을 거두고 방문객들이 늘어나 지난해에는 27만여명이 축제현장을 찾았다”고 했다.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은 누적방문객이 무려 140만여명으로, 인 감독은 인구 6만2000명이 조금 넘는 가평군을 전국적인 명소로 알린 일등공신이다. 또 페스티벌 규모도 커져 올해는 예산만 25억원에 이른다.

    그는 또 “지역축제는 지역사회와 주민으로부터 관심을 받아야 성공한다”고 역설했다. 일 추진에 있어 동력을 실어주는 게 중요한데, 주민들의 동의가 있으면 훨씬 추진이 빠르고 쉽게 된다는 것.

    그는 “70이 넘은 할머니도 재즈에 대해서 잘 몰라도 가평군의 축제라는 사실을 안다”며 “지역 축제에 대해 남녀노소가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축제의 성공을 좌우하는 버팀목이 된다”고 했다.

    경기도 가평군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 총감독인 그는 2004년 첫해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재즈페스티벌을 기획, 1만명의 관객을 유치했고, 2013년 10주년 행사 때는 27만명이 자라섬을 찾아 전국적 명소로 만들었다.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은 문화체육부가 지정하는 ‘2014년 대한민국 최우수축제’로 선정됐고, 아시아 최고의 재즈 축제로 평가받고 있다. 3명의 직원이 지금은 11명으로 늘어났고, 축제 때 자원봉사자만도 750여명이나 된다.

    김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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