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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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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소음- 고영민

  • 기사입력 : 2015-02-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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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층에서 못을 박는지

    건물 전체가 울린다.

    그 거대한 건물에 틈 하나를

    만들기 위해

    건물 모두가 제 자리를 내준다.

    그 틈, 못에 거울 하나가 내걸린다면

    봐라, 조금씩, 아주 조금씩만 양보하면

    사람 하나 들어가는 것은

    일도 아니다.

    저 한밤중의 소음을

    나는 웃으면서 참는다.


    ☞ 아래층에서 못을 박는 소리가 들리자 화자의 신경이 온통 ‘귀’로 쏠립니다. 그렇게 화자의 청력이 감지한 것은 건물 전체가 워엉~웡~울리는 울림이지요. 그 울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화자는 거대한 건물의 요소요소가 조금씩 자리를 양보한다고 느낍니다. ‘틈’ 하나를 용납한다는 것이지요. 사실, 건물이 견고하게 서 있을 수 있는 것은 미세한 틈 사이로 공기가 유통되면서 유기체처럼 숨 쉬는 상태가 되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여기서 화자는 문득 ‘세상’이라는 건축물의 메커니즘을 유추해냅니다. 그리고 이렇게 탄식합니다. “봐라, 조금씩, 아주 조금씩만 양보하면 사람 하나 들어가는 것은 일도 아니다!” 이러한 탄식이 내면에 울려 퍼지는 순간, 소음은 더 이상 소음이 아닌 즐거운 ‘깨침의 소리’가 되는 것이지요.

    조예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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