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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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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꼬] 내 손으로 '못난 자기' 만들어 볼까

생활 도자기 만들기

  • 기사입력 : 2015-02-12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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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산공예 성문희 대표(아랫줄 왼쪽 두 번째)와 주부 수강생들이 완성된 자기 작품을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황숙경 기자/

    무심코 들어간 식당에서 색다른 질감과 모양의 수제 식기로 차린 상차림을 대할 때가 있다.

    그릇이 주는 특별함 때문에 음식까지 고급스러워 보이면서 왠지 더 대접받는 기분을 느껴본 적 있을 것이다.

    먹거리가 풍족한 요즘, 무엇을 어떻게 요리할까 못지않게 테이블 데코레이션(꾸미기)에 신경 쓰는 주부들도 많다.

    그릇의 선택에 따라 음식이 돋보이기도 하고, 식탁에 앉은 사람의 입맛을 돋우며 먹는 즐거움을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말 50만명 가까운 관람객을 모으며 성시(成市)를 이룬 제19회 김해분청도자기축제에서도 그릇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을 여실히 볼 수 있었다.

    실생활에 사용 가능한 도자기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일까?

    관람용, 장식용의 도예작품이 아닌, 생활도자기 전시판매관은 축제기간 내내 발디딜 틈 없이 인파로 북적거렸다.

    생활도자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핸드메이드 식기를 제작해서 판매하는 공방이 늘어나고, 직접 그릇 빚기에 도전하는 주부들도 많아지고 있다.

    각종 문화강좌가 진행되는 공공기관의 교육신청기간이면 가장 먼저 선착순 마감되는 강좌 중 하나가 도자기수업일 정도이다.

    “김해분청도자기축제에 다녀온 후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수강을 결심했다”며 “배우면 배울수록 깊고 맑은 색감의 도자기에 매료된다”는 김선희(50·창원시민생활체육관 문화강좌 수강생) 씨는 “한 번 만들기에 맛을 들이면 그만두지 못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고 생활도자기 강좌의 인기 이유를 들었다.

    접시, 공기, 면기, 종지, 컵, 주전자 등 여러 가지 용도의 생활도자기는 1200도 이상의 고온에서 구워져 강도가 높아 잘 깨지지 않는 무해한 식기로, 다양한 색상과 분위기를 내는 분청그릇, 토속적인 옹기, 청량감을 주는 청자그릇 등 취향에 따라 선택의 폭도 넓은 편이다.

    흙을 주무르며 성형하고 말리고 굽고 식히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만드는 생활도자기. 까다로울 것 같지만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경험자들의 말을 믿고 ‘나만의 그릇 만들기’ 에 도전해보자.

    돈으로 사는 얄팍하고 매끈한 기성 제품에서는 찾을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의 ‘자기 작품’을 만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도움말〓미산도예 성문희 대표(ssmhee@hanmail.net)

    글= 황숙경 기자 hsk8808@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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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방에서 수강생들이 도자기 빚기에 열중하고 있다.

    예쁜 그릇을 보면 저절로 손이 가고, 갖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는 여자들의 그릇에 대한 로망은 세대를 막론하고 공통인가 보다.

    도예가 성문희(55) 대표가 운영하는 창원시 의창구 신월동의 ‘미산공예’ 를 찾아간 지난 5일, 공방은 20대에서 60대에 이르기까지 그릇 빚기에 여념 없는 아마추어 도예가들의 열기로 넘쳐나고 있었다.

    “생활도자기는 직접 사용하고 응용할 수 있어 좋습니다. 감상용이거나 장식용인 조형물과는 다른 매력이 있어요. 그래서 연령대에 관계없이 주부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성 대표는 갓 초보티를 벗은 6개월짜리 수강생에서부터 3년이 넘는 경력을 가진 노련한 수강생까지 13명의 작업과정을 살피느라 분주히 공방 여기저기를 오갔다. 함께 수업한다고 해서 똑같은 모양의 과제에 도전하는 것은 아니었다. 자기가 만들고 싶은 그릇을 구상해 와서 자기만의 그릇을 만든다.

    흙가래 성형이라고 하는 코올링, 흙덩어리를 주물러서 구멍을 내듯 눌러가며 공기나 컵을 만드는 핀칭 성형, 밀대로 밀어서 만드는 판 성형 등 기본적인 몇 가지 성형법을 익히고 나면 누구나 자기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초보자라면 필통, 수저통, 냄비받침, 사각생선접시, 화병, 찜기 등에 도전해볼 수 있다. 다기 세트는 6개월 정도, 1년 정도 경력이 쌓이면 원하는 작업은 대체로 가능하다고 한다.

    성 대표는 초보자들이 주의할 점을 묻는 질문에 흙을 만질 때 공기가 들어가 잔금이나 구멍이 생기지 않도록 사용한 흙을 섞어 쓰지 않기, 성형 후에는 그릇 바닥이 잘 다듬어져 흔들림이나 긁힘이 없는지, 입술 닿는 부분이 거칠거나 너무 두껍지 않은지 등을 점검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간혹 선생님에게 조언을 구해 가며 흙과 씨름하고 있는 수강생들의 모습이 자못 진지해 보인다.

    “못나든 예쁘든 내 작품이라는 성취감이 있다”는 3년 경력의 서지희(54·창원시 의창구 봉곡동) 씨와 지인에게 선물할 볼을 만들고 있다는 강길순(59·창원시 의창구 팔룡동) 씨는 “작업 중에는 머릿속의 잡념이 없어진다”고 도예 예찬론을 편다.

    “조리를 하면서 이 음식에는 이런 모양의, 혹은 이 정도 깊이의 그릇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시중에서 머릿속으로 그려보던 그릇을 찾아보지만 쉽게 맘에 드는 것을 못 고르겠더라고요. 이렇게 직접 만들어 쓰니까 속이 다 시원합니다.”

    활용성을 생활도자기의 최대 장점으로 꼽는 조미혜(50·창원시 의창구 신월동) 씨의 말에 수강생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손 작업은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거든요. 손가락 움직임이 뇌활동에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흙을 만지는 작업은 또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효과가 있어요. 거기다 조금 비뚤어져도, 미워 보여도 굽고 나면 나름 쓰임새가 있습니다. ‘나의 작품’ 이라는 결과물이 있어 아마추어 도예가들에게는 순수미술과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그릇이 자신의 표현물이 되는 셈이지요.”

    수강생들과 성 대표의 말을 들으니, 생활도자기 빚기의 장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쪽에 쌓여 있는 완성된 도자기들이 눈길을 끈다. 황톳빛 흙으로 빚어져 푸르고 붉게 색이 입혀진 크고 작은 그릇들이 어느 것 하나 같은 데 없이 모두 달라 보인다. 같은 형태의 그릇도 자세히 보면 다 다르다.

    “불의 조화가 숙련된 작가들에게도 의외성을 가져옵니다. 같은 유약과 같은 방법으로 시유했더라도 가마 온도의 변화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거든요. 초보자들의 도자기는 서투른 손맛이 더해져 가끔 독특한 모양새의 작품이 나오기도 합니다.”

    도예를 전공하고 경남대에서 10여년을 강의하며 오랫동안 여러 제자들의 작업을 지켜봐온 성 대표는 “불의 조화 속과 함께 흙을 만지는 사람의 손맛에 따라 다른 그릇이 나온다”고 말한다. 흙과 불, 그리고 뜨겁게 구워지고 식혀지는 시간을 통해 세상에 하나뿐인 그릇이 탄생되는 셈이다.


    <생활도자기 빚는 과정>

    1.흙 준비

    흙을 곱게 분쇄한 후 체에 걸러 불순물을 제거하고 침전시켜 앙금을 그늘에 말린다. 일정기간 숙성하고 공기를 빼는 흙 밟기 작업을 한 후 손으로 흙덩어리를 반죽하는 꼬막밀기를 한다. 이 과정을 모두 거친 흙이 시판되고 있으므로 그것을 이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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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 성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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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흙가래 성형

    2.성형하기

    흙을 다양한 모양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물레성형, 석고틀에 눌러서 만드는 가압성형, 손으로 하는 코올링, 핀칭, 판 성형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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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형 후 건조하기

    3.건조하기

    성형 후 일주일 정도 그늘에서 천천히 말린다.


    4.다듬기

    원하는 문양 작업을 한다. 조각이 끝난 후에는 그릇 바닥인 굽을 깎고 서명한다. 사포질을 해서 거친 표면을 다듬는다.


    5.초벌구이

    기물을 단단하게 하고 시유(잿물치기) 작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다. 성형 때보다 수축돼 크기가 조금 작아지고, 색도 변한다. 800∼900도의 온도에서 10시간 정도 서서히 구운 후 하루 이상 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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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유하기

    6.시유

    유약 입히는 과정으로 담금법, 분사법, 필화법 등의 방법이 있다. 시유 후 마를 때까지 건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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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가마에서 완성품 꺼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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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성된 도자기

    7.재벌구이

    1250도까지 고온에서 40분 정도 굽고 사흘 정도 가마를 식혀서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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