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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비경 100선] (90) 함양 휴천면 지리산 용유담

용이 노닐며 빚은 듯 신비로운 물길을 찾아서

  • 기사입력 : 2015-02-12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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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유담은 함양군 마천면과 휴천면의 경계에 위치한 곳으로 지리산 계곡에서 흘러내린 물이 모여 호수 같은 느낌을 준다. 바람이 잔잔한 용유담에 흐린 겨울 하늘이 내려앉아 있다./김승권 기자/


    푸른 빛깔을 보고 있노라면 흠뻑 빠져들 것 같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물은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에 잔잔한 물결로 대답할 뿐이다.

    지난 6일 찾은 함양군 송전리의 지리산 용유담은 그야말로 하늘이 내린 비경이다. 용유담은 엄천강의 상류지역이다. 지리산 북부지역의 물줄기가 모여 엄천강이 되며 이 물이 남강을 지나 낙동강으로 흘러가니 이곳은 경상도를 수놓는 물줄기의 근원이기도 하다.

    용 아홉 마리가 살았다는 용유담은 지리산에서 흘러내린 맑은 물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여름철 피서지로 최고지만 어디 여름뿐만이랴. 사철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용유담은 겨울에 더욱 신비로움을 발한다.



    청아한 물 위로 펼쳐지는 벼랑과 거울 같은 물에 비친 산 그림자, 도원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하염없이 도취되게 한다.

    용유교에서 본 용유담의 전망은 상류와 하류의 경치가 명확히 구분된다. 상류 쪽에는 마치 정으로 쪼은 듯한 기암괴석들이 절벽을 따라 수놓고 있다. 기암괴석 사이에 소나무들은 겨울 찬바람에도 푸른빛을 발해 더욱 절경을 이룬다.

    하류 쪽에는 고운 모래가 쌓여 있고 상류 쪽 각진 바위와는 달리 둥그스럼한 바위들이 널려 있다. 마치 석공이 바위를 쪼아 상류의 절경을 만들다 남은 바위들을 하류에 남겨놓은 것 같다. 만약 용유담의 바위가 사람의 작품이라면 그 석공은 보통의 경지가 아닌 장인이었으리라.

    신선들이 여흥을 즐기던 곳이라는 용유담은 그만큼 전설도 많이 간직하고 있다. 아홉 마리의 용이 살았다는데, 벼랑으로 펼쳐진 기암괴석을 보고 있자면 용이 앞다퉈 승천하는 모습이 연상된다.

    그 옛날 마적도사는 이곳에서 나귀를 기다렸다. 종이에 쇠도장을 찍어 나귀에게 부쳐 보내면 식료품과 생필품을 싣고 왔다. 나귀가 용유담에 와서 크게 울면 마적도사가 쇠막대기로 다리를 놓아 나귀가 용유담을 건너오곤 했다. 하루는 마적도사가 장기를 두고 있는데 용 아홉 마리가 놀다가 싸움을 시작했다. 용이 싸우는 소리에다 장기에 골몰하고 있던 마적도사는 나귀의 울움소리를 듣지 못했고 기다리다 지친 나귀는 죽어서 바위가 됐다. 마적도사는 나귀가 죽은 사실에 화를 못 참고 장기판을 부수어 버렸다. 장기판의 부서진 조각들이 용유담의 바위로 흩어졌다.

    지금도 용이 싸우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장기판 조각으로 용유담 위로 펼쳐진 수많은 바위들, 거세게 휘몰아치는 물줄기가 상류 쪽 바위틈 사이에서 넌지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쏟아지는 폭포소리는 용이 서로 싸우며 내는 거센 숨소리 같다.

    또 하나의 전설은 가사어에 대한 전설이다. 옛날 지리산 서북쪽에 달궁사라는 절이 있었는데 그 절 곁에 저연이라는 못이 있었다고 한다. 그 못에 물고기가 살았는데 등에 스님의 옷인 가사 같은 무늬가 있어 가사어라 불렸다. 가사어는 해마다 가을이면 물을 따라 용유담에 내려왔다가 봄이 되면 연못으로 돌아갔다.

    전설 속의 가사어가 혹시 지금도 있지 않을까. 한참을 쳐다본 용유담이 구름 사이로 내민 햇살에 반짝였다. 그 가사어는 용유담의 물 빛깔로 남은 게 아닐까.

    한 쌍의 원앙이 용유담을 찾았다. 유유히 수면 위를 노닐다 절벽 쪽으로 날아 자취를 감춘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산 위쪽으로는 산촌마을이 보인다. 이런 자연을 품은 마을이 부럽다. 삶에 찌든 도시인들에게 이보다 더한 힐링(치유)의 장소가 있을까.

    김용훈 기자 yhkim@knnews.co.kr


    ☞용유담 가는 길

    지리산 용유담은 차로도 갈 수 있다. 용유교까지 도로가 잘돼 있어 산행을 하지 않고도 가능하다. 하지만 지리산의 절경을 같이 겸해 보는 것을 어떨까. 지리산 둘레길은 느리게 성찰하고 느끼며 에둘러 가는 수평의 길이다. 총 5구간으로 나눠져 있는데 용유담을 접할 수 있는 길은 4구간으로 금계~동강 구간이다. 함양군 마천면 의탄리와 휴천면 동강리를 잇는 15㎞의 길로 이 구간은 지리산 자락 깊숙이 들어온 6개의 산중 마을과 사찰을 지나 엄천강을 만나는 길이다. 금계~동강 구간은 사찰로 가는 고즈넉한 숲길과, 등구재와 법화산 자락을 조망하며 엄천강을 따라 걷는 임도 등으로 구성된다. 금계에서 숲과 마을을 따라 걷다 보면 큰길을 만나는데 그곳에 용유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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