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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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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그랬을 수도 있었는데…- 최환호(경남은혜학교 교장)

  • 기사입력 : 2015-02-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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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한 설문조사 결과, 평균적인 사람이 일생에 걸쳐 내리는 결정은 77만3618건에 달한다. 그중 14만3262건에 대해선 후회하게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반 성인의 경우 어떤 옷을 입을지, 저녁 식사로 무얼 먹을지부터 시작해 하루에 약 27건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의 5분의 1 정도에 대해 후회를 하게 된다고 한다. 어차피 자기결정의 총합이 인생 아니던가.

    결정에는 일상적인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 국가, 세계사를 좌우할 것도 있다. 때론 가장 사소한 결정이 삶을 영원히 바꿔놓을 수도 있다. 최근 다양한 심리적 실험과 대중문화 분석, 행동과학, 신경과학, 사회학, 정치학, 인지심리학 분석을 통해 밝혀낸 인간본성에 관한 샘 소머스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의 행동과 선택을 결정하는 가장 강력한 요소는 성격도, 인종도, 문화도 아닌 다양한 사회적 배경과 상황이다…. 우리는 생각보다 주변상황에 좌우되어 행동한다(‘무엇이 우리의 선택을 좌우하는가’).” 그러니까 사업, 사랑, 협상 등 삶의 모든 것은 보이지 않는 그때 그 상황의 힘에 좌우되기에, 늘 자기결정에 따른 일말의 후회를 할 수밖에 없다.

    회한으로 가슴을 쥐어뜯는 것은 자신이 저지른 행위와 일에 대한 잘못을 알기 때문이다. 유일무이하게 후회하며 괴로워하는 존재, 바로 인간이기에. 하여 전 세계에서 10여 년간, “만약 과거로 돌아가서 삶을 다시 산다면 당신 인생에서 어떤 부분을 바꾸고 싶습니까?”란 질문에 대해 공통적인 후회의 순서가 매겨졌다. 1위 학업, 2위 직업·경력, 3위 사랑·인간관계, 4위 자녀양육 순이었다. 당신은?

    흔히 알고 있는 후회에 대한 인식. 후회를 가급적 피해야 하고, 가능하면 후회해서는 안 되고, 후회 없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장 이상적인 삶이란 전혀 후회 없는 삶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고 후회심리학의 석학, 닐 로즈는 조목조목 반박한다.

    그의 주장인즉, 내가 후회한다는 것은 내가 주체적으로 살아왔다는 뜻이다. 역으로 후회가 없는 삶은 자신의 삶을 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것은 내 삶이 아니라는 의미다. 놀라운 인식전환을 요구하지 않은가? 한마디로 후회는 유익한 것이다. 그것은 배고프면 음식을 먹는 것만큼이나 건전한 삶을 위한 필수 영양분이다. 더하여 명쾌한 방법의 통찰. “질질 끄는 후회보다는 정확하고 짧은 후회를 하라”는 거다.

    17세기 미국 시인 존 그린리프 휘티어가 그랬다. “혀로 하거나 글로 쓰거나 하는 모든 말 중에서 가장 슬픈 것은 이것이다. ‘그랬을 수도 있었는데….’” 이 말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은 평생 우울과 회한의 지난한 인생을 사는 사람이다. 하긴 나폴레옹조차 루소의 무덤 앞에서 그랬다. “우리 둘은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고.

    지금까지 후회가 고통스러웠다면 이제부터 즐겨보면 어떠할꼬? 본래의 내 모습, 빛나는 내 삶을 찾으려면 후회를 즐겨야 할 것을. 그렇게 하려면 그동안 뭔가 아는 척하며, 자신을 속여 온 짓거리부터 즉시 타파해야 할 터. 성철 종정의 죽비 소리. “니 자신을 속이지 말거래이.”

    바람직한 후회의 실제적 연구들에 의하면 성공한 사람일수록 후회를 발전의 텃밭으로 활용했다. 보통사람들에 비해 후회를 더 강하게 경험하고 빨리 극복했으며, 미래를 위한 발판으로 이용하고, 자신을 개선하고 즉각 해결책을 구축하는 데 후회를 십분 활용했다.

    당신, 후회하는가? ‘그랬을 수도 있었는데…’라고. 하지만 후회하는 방법과 태도에 따라 누구는 비탄의 골짜기로 떨어지기도 하고, 누구는 환희의 정상으로 오를 수도 있을 터.

    최환호 경남은혜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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