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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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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꿈꾸자, 경남](8) 소외없는 사회 꿈꾸는 '단잠'

지역이슈 영화로 소통하는 공공미디어…러브 리어카 프로젝트도

  • 기사입력 : 2015-02-26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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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성용(오른쪽 앞) 공공미디어 단잠 대표와 직원들이 창원시 중앙동의 사무실 계단에 앉아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성승건 기자/

    ▲작은 독립영화사에서 사회적 기업으로

    단잠의 시작은 창원에서 독립영화를 만들던 허성용 감독과 김달님 작가의 만남이었다. 이들은 독립영화 ‘굿바이 마산’을 함께 찍게 된다. 그리고 생각한다. ‘지역 사회와 함께하고, 그 이야기들을 즉각적으로 표현하고 싶다.’ 이들의 의기투합으로 하나의 기업이 탄생한다. 사회적 기업 ‘공공미디어 단잠’이다. 허 감독은 대표, 김 작가는 팀장이 됐다.

    “영화 제작은 즐거웠지만 뭔가 부족했어요. 사실 영화 작업은 긴 시간을 필요로 하잖아요. 시나리오를 적고, 촬영하고, 편집하고, 후반작업 과정들을 거치다 보면 최소 몇 개월에서 몇 년이 소요돼요. 그러다 보니 하고 싶은 메시지를 빠르게 전달하는 데는 약한 점이 있더라고요. 보다 지역의 소외된 이슈를 발빠르게 전달하고 싶었고, 사회적기업을 준비했어요. 대안언론이 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하고 싶은 일(영화)도 하고, 좋은 일(공익 미디어 사업)도 하고 또 밥벌이(홍보영상 제작)도 할 수 있는 길이었다.

    2012년 6월, 예비적 사회기업으로 출발한 단잠은 지난해 6월 ‘예비’를 뗀 진짜 사회적 기업이 됐다.

    뜻을 같이하는 직원들도 생겼다. 박해욱 실장(43), 기획팀 이은지(28)·이수진(28)씨, 제작팀 박창근(30)·김자양(27)씨 그리고 요리사 김광숙 어머님이 그 멤버들이다.

    김 팀장은 “단잠이 사실 다른 기업에 비해 보수가 적은 편이긴 하지만, 직원들 모두가 단잠이 하는 일을 좋아하고 행복해한다”며 “농담처럼 ‘복지만큼은 삼성’이라는 말도 하곤 한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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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편영화 ‘세월’ 촬영 모습.

    ▲영화로 지역사회를 말하고 전하다

    “지역의 이야기는 지역에서 해야 더 큰 힘을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허 대표의 말이다. 지역의 이야기를 오랜 시간 찍어 온 지역 감독인 그는 단잠을 통해 더 본격적으로 지역에 밀착하고 있다.

    대표적인 작업이 밀양 송전탑 이야기를 다룬 다큐영화 ‘오래된 희망’ 제작·상영이다.

    지난 3년간 단잠은 영화사 파란만장과 함께 밀양을 찾아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았다. 밀양 송전탑 이야기를 담은 첫 영화였다. 이들은 필름에 담긴 500시간을 2시간으로 다듬었고, 지난 26일 창원에서 첫 상영회를 가졌다.

    ‘오래된 희망’ 상영회 후 그 주인공인 밀양의 한 할머니는 “4개 면 할머니들이 몸을 던져 싸운 이야기를 훌륭하게 담아낸 대작”이라며 감격했다. 상영회 이후 상영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허 대표는 “지역의 소외된 이야기를 단편적이지 않게, 전체를 볼 수 있는 영상을 만들어서 지역민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단잠은 마산의 어촌 이야기를 담은 독립영화 ‘세월’을 막바지 작업 중이고, 계속해서 지역 이야기를 심도 깊게 다룬 영화를 남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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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숙학교 아이들과 두 달간 진행한 ‘소공감 프로젝트’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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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 미디어교육.

    ▲영화로 소통하고 나누다

    지역의 소외된 곳을 찾아가 영화를 전달하는 일도 그들의 주력 사업이다.

    베리어프리 영화제와 비폭력 영화제가 그 대표적인 활동이다.

    베리어프리 영화란 시청각장애인도 볼 수 있도록 특별히 제작된 영화를 말한다. 이를 도내의 시청각 장애인분들과 노인 요양 시설, 장애인 시설을 중심으로 무료 상영했다.

    또 집단이 개인에게 하는 폭력들을 이야기하는 ‘비폭력 영화제’ 개최, 노인과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무료 미디어 교육도 진행했다.

    학교 밖 청소년, 성폭행·성매매 피해 청소년, 저소득층 아동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화 활동 교육도 그들이 나누는 가치 사업의 일환이다.

    범숙학교 아이들과 두 달간 ‘소공감 프로젝트-오프닝 크레딧’ 교육을 진행해 ‘포대아이’ 영화를 제작, 하라 단기 쉼터 청소년과 함께 두 달간 ‘다시 시작하는 이름들을 위하여’를 만들었다. 청각장애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SNS 미디어 교실 ‘나도 블로거’ 수업도 진행했다.

    허 대표는 “지역적 한계나 신체적 물리적 한계로 인해 영화(미디어)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없는 영상으로 소외된 이들에게 꿈을 주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라며 “아는 만큼 꿈도 보인다고 한다. 보고 배우고 즐겁게 하다 보면 또 다른 꿈이 하나 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사회적 기업이나 공공기업을 대상으로 공공미디어 콘텐츠도 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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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체장애인 미디어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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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소득층 노인들을 위한 ‘러브 리어카 만들기’.

    ▲하고 싶은 일은 다 한다

    이들의 열정은 넘쳐서 때때로 카메라를 벗어나기도 한다.

    지역문화기획이란 이름으로 벌인 사업들은 이색적이다 못해 이질적이다. 지역민들에게 헌 책을 기증받아 쌀 1봉투와 바꿔 독거노인을 돕는 ‘쌀-책 교환장터’, 폐지수집 저소득층 노인을 위한 ‘러브 리어카 만들기’, 지역 빵집 살리기 운동인 ‘빵빵빵’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김 팀장은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일이라면, 범위를 제한하고 싶지는 않다”며 “러브 리어카는 최초 선물 3개만 우리가 만들었고, 이후 경남자봉센터와 삼성테크윈과 연계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좋은 사업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는 일은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하는 일의 종류는 중요하지 않다. 일의 가치가 우리의 생각과 맞는지가 중요하다”는 이들은 “앞으로 단잠에서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조고운 기자 luc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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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허성용 단잠 대표

    “지역 영화의 가능성 보여주고 싶어… 우리가 만든 영화 단잠처럼 행복했으면”

    ▲단잠은 무슨 뜻인가요? 짧은 시간의 영화이지만, 우리가 만든 영화를 보고 나면 마치 단잠을 자고 난 것처럼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의미다.

    ▲단잠의 강점은 뭔가요? 요즘 ‘영상’이라는 것은 누구나 찍을 수 있고 누구나 어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만드는 영상에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글로는 표현하기 힘든 메시지가 존재한다. 화면으로만 표현할 수밖에 없는 감정들이다. 그런 메시지와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영상을 만드는 게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잘 만들어진 영상의 영향력은 아주 크다. 특히 요즘은 SNS를 활발히 이용하는 세대가 많다 보니 공유를 통해서 쉽고 빠르게 퍼져나가기도 한다. 2013년에 통영오광대를 기록한 영상 한 부분을 단잠 계정의 페이스북에 업로드한 적이 있었는데 순식간에 150명이 넘는 사람들이 공유를 했고 6000여명이 영상을 봤다.

    ▲단잠은 무얼 먹고 사나요? 주변에서 걱정이 많다. 도대체 너희는 뭘 먹고 사느냐고. 그래도 다행히 입에 풀칠을 할 만큼 수익 사업을 하고 있다. 주요 수입은 지역 기업과 지역 단체의 홍보영상이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받는 제작비이다.

    ▲단잠의 꿈은 뭔가요? 우리의 꿈은 오랫동안 살아남아서 지금처럼 우리가 좋아하는 일들을 지속하는 거다. 이를 위해선 지금처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또 지역에서도 충분히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도 보여주고 싶다. 길게는 지역에서도 상업영화로 돈도 벌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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