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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정월대보름! 화려한 마을 축제의 부활을 꿈꾼다- 정정헌(마산대 외래교수)

  • 기사입력 : 2015-03-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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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격변하는 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는 극심한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살고 있다. 전통적인 농경사회에서 196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공업화시대로, 다시 1980년대부터는 정보화시대로 이행되면서 전통사회의 가치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자연히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전통 마을공동체도 급격하게 해체됐다. 축제 역시 예전에는 절기(節氣)에 따라 각기 그 외양을 달리해 전승됐지만 지금은 어느 하나라도 온전하게 계승·발전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정월 대보름날에 행해졌던 다양한 놀이들 중에 풍물이나 제의는 현대 축제에서 행사의 분위기를 잡는 역할 정도로 미미하게나마 남아 있어 이를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 그저 착잡할 뿐이다.

    현재의 축제는 구성원 간의 일체감이나 자생력, 전승력이 매우 낮다. 그것은 무엇보다 특정 주제나 지역 특산물을 소개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자발적인 마을축제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축제란 본래 그 수행 주체의 직접 참여와 체험이 전제되는 행사요, 이러한 전제가 충족돼야 한다. 따라서 현재 행해지는 대부분의 축제가 전통적인 축제가 아닌 기형적 형식과 내용을 가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이 축제인 이상 축제의 본의에서 벗어난 단순한 관광자원이나 놀이판 정도가 아닌 전통과의 연결고리를 지닐 필요가 있다. 전통과 연결된 축제일 때 그 생명력도 질길 뿐만 아니라,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도 클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어느 축제든 역사성과 현장성을 고려한 축제의 재현은 축제문화로서의 가치를 높일 뿐만 아니라, 그것의 전승력과 관광자원의 측면에서도 의의를 가지게 된다. 역사적 현장이라는 뿌리 의식을 바탕으로 이뤄진 축제는 문화재적 가치를 지니기 때문에 쉽사리 없어지지도 않는다. 과거에 집단적 의례로서의 축제가 전통적인 문화와 예술의 산실이었던 점을 생각해보면, 결국 정월대보름의 축제를 지키는 것이 전체적으로 보아 전통문화를 보존·계승·발전시키는 첩경임을 알 수 있다.

    전통시대 정월대보름의 놀이는 마을공동체 측면에서 보자면 그야말로 아주 잘 구성된 연극적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가정의 평안을 염원하는 지신밟기를 서막으로 마을의 무사를 기원한 동제 (당산제), 마을공동체의 결속과 풍요를 기원한 줄다리기에 이어 저녁 무렵에는 불의 축제인 달집태우기로 대미를 장식한다. 온종일 그야말로 신명난 마을 잔치판을 벌였던 것이다. 물론 이날 행해지는 대부분의 놀이들은 한 해의 불행을 막고 행운을 기원하는 주술적 성격의 놀이로 짜여 있다.

    이런 점에서 정월대보름의 놀이는 한국 축제의 모형을 잘 간직하고 있다. 진정한 전통축제는 과거와의 교감, 전통의 계승이라는 측면을 고려하고 수용해야 한다면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자원을 정월대보름 놀이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축제가 지역정체성을 조장해내고 상징화할 수 있는 기제라고 한다면, 여기에 가장 충실한 역할을 해온 것도 다름 아닌 정월대보름의 놀이인 것이다.

    자생력을 잃어 가고 있는 마을 축제를 부활시키기 위해서는 문화 정책적 차원에서도 고려돼야 할 것이며, 다방면의 지원도 필요하겠지만 이에 앞서 무엇보다 우리 것을 지키려는 의식의 전환이 선결돼야 한다. 이제는 진정한 한국인의 축제를 꿈꿀 때도 됐다. 정월대보름의 잔치가 화려한 축제로 계승되고 부활하기를 기대해 본다.

    정정헌 마산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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