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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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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새바람같이는- 이영광

  • 기사입력 : 2015-03-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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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다시 넝마를 두르고 앉아 생각하네

    당신과 함께 있으면, 내가 좋아지던 시절이 있었네

    내겐 지금 높새바람같이는 잘 걷지 못하는 몸이 하나 있고,

    높새바람같이는 살아지지 않는 마음이 하나 있고

    문질러도 피 흐르지 않는 생이 하나 있네

    이것은 재가 되어가는 파국의 용사들

    여전히 전장에 버려진 짐승 같은 진심들

    당신은 끝내 치유되지 않고

    내 안에서 꼿꼿이 죽어가지만,

    나는 다시 넝마를 두르고 앉아 생각하네

    당신과 함께라면 내가, 자꾸 좋아지던 시절이 있었네

    ☞ 그리운 데가 있다는 말, 나의 목이 자꾸만 향하여 기울어지는 데가 있다는 말, 그 말은 삶의 비밀입니다. 저절로 휘파람이 나오고 얼굴에 광채가 오르며 걸음에 기운이 용솟는 사람, 그는 분명히 사랑하는 사람인 것입니다. 세상은 그렇게 그 한 사람으로 인해 찬란히 빛을 뿜는 낙원이 되는 것이지요. 그런 까닭에 실연은 모든 세상의 빛이 일시에 꺼져버리는 일, 모든 휘파람, 신바람이 소멸해버리는 사건입니다. 바람은 끊임없이 도는 생명의 기(氣)를 닮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높새바람같이 걸어지지 않고 살아지지 않는다는 말은 아름답습니다. 살아내야 할 생 앞에 나는 그저 넝마처럼 구겨져 있는데, 아무리 다짐해도 그 사랑은 포기가 되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던 빛나는 ‘나’의 모습은 추억처럼 눈앞에 떠오릅니다. 꽃 피는 시절이 돌아옵니다. 꽃 피는 이치 속에 꽃 지는 이치를 단단히 다짐하는 일. 그런 일은 비단 사랑하는 자들만의 일일까요? 조예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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