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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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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프랑스·독일 국경마을 스트라스부르

‘프랑스와 독일이 공존하는 곳’ 스트라스부르에 가다
우뚝 솟은 첨탑, 그 거대하고 섬세한 경이

  • 기사입력 : 2015-03-05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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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텐베르크 광장에서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았던 스트라스부르 노트르담 대성당.

    독일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프랑스의 작은 마을로, 파리 동역에서 TGV(테제베)를 타고 2시간 20분여를 달리면 도착할 수 있는 스트라스부르.

    국경을 맞대고 있는 곳이었기에 지난 수세기 동안 독일과 프랑스가 번갈아 지배해 온 땅. 이 때문에 독일과 프랑스가 공존하고 지금은 프랑스의 영토이지만 지명은 ‘Strasbourg’의 독일식 이름으로 남아 있는 것이라고 한다.

    나의 여정은 파리를 출발해 스트라스부르를 거쳐 이탈리아로 가는 것이었기에, 파리 동역(Gare de l’Est)에서 프랑스의 고속철도, TGV를 타고 스트라스부르로 이동을 하는 일정이었다. 오전 10시 55분 출발하는 기차. 호스텔에서 제공하는 바게트, 시리얼과 요거트를 먹고서도 역 대합장에서 파는 달콤한 크로와상과 신선해 보이는 샐러드, 그리고 커피 한 잔을 사들고 기차에 몸을 실었다. 여행지에서 사진을 찍고, 걸으며 구경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맛있는 현지인들이 먹는 것, 하는 것, 보는 것을 따라하는 것 또한 여행을 즐기기 위한 방법이라 생각하기에 망설임 없이 한 끼의 점심을 기차에서 해결할 수 있었다.

    파리에 다시 여행을 오게 된 것도, 스트라스부르를 여행지로 넣은 것도 어느 케이블 TV에서 보았던 스트라스부르 노트르담 대성당의 웅장함을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함이었다. 그런 설렘을 갖고서, 두 시간의 기차 여행 끝에 도착한 스트라스부르. 역시 생각만큼 구시가가 큰 곳은 아니었기에, 어렵지 않게 예약을 해두었던 숙소로 이동을 했다. 구시가를 둘러보는 여행 일정이라면, 구시가 내의 대성당 근처의 숙소를 예약하는 것이 편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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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텐베르크 광장의 회전목마.

    스트라스부르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는 곳이기에 발걸음이 닿는 곳곳을 구경하는 여행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는 그러한 여행을 하고 싶었기에 특히 스트라스부르에서는 구시가만을 둘러보는 것으로 여행을 한정했다. 구시가는 도보로 끝에서 끝까지의 거리가 20분이 채 되어 보이지 않았다.

    나는 대성당 근처에 모여 있는 호텔 중 저렴한 곳을 인터넷을 통해 미리 예약을 하고 방문했다. 짐을 풀기가 무섭게 그토록 보고 싶었던 스트라스부르 대성당으로 곧장 걸음했고, 나는 한동안 그 자리에서 멍하니 대성당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성당의 웅장한 그 모습을 사진에 담고 싶어 이리저리 사진을 찍어봤지만, 구시가에서 우뚝 솟은 첨탑을 렌즈에 다 담는 것은 어려운 수수께끼와 같았다. 대신 대성당 앞 광장의 여러 기념품 상점을 돌아다니며 대성당이 그려져 있는 마음에 드는 엽서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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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 저녁, 노트르담 대성당의 레이저쇼.

    여행 후, 스트라스부르 책자를 다시 보며 알게 된 사실이지만, 1870년대와 제2차 세계대전 때 파괴됐던 성당의 모습을 프랑스 정부가 끝없는 정성을 기울여 복구를 했다 한다. 이런 노력 덕분에 노을이 질 때면 붉은빛으로 물든 스트라스부르 대성당의 모습을 현재에도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또한 여름 저녁에는 스트라스부르 대성당 라이트쇼를 감상할 수 있다. 해가 진 뒤에 대성당 외벽에 형형색색의 레이저를 쏘아 음악에 맞춰서 하는 공연이니, 6월 말에서 9월 초까지 여행을 하는 여행객이라면 놓치지 않고 볼 것을 추천한다.

    발걸음을 옮겨 강가를 따라 걷기를 수십 분. 갈증도 나고, 다리도 아프기에 물을 사러 돌아다니다 지나가는 아주머니께 용기를 내어 길을 물었다. 하지만, 나에게 들리는 것은 독일어 같으면서, 불어 같기도 한, 내가 미처 배우지 못했던 언어였다. 길에 서서 몇 분간 이야기를 하다, 아주머니께선 길 잃고 헤매는 청년이 안타까웠는지 손짓으로 따라오라셨다. 그 순간, 생각지도 못하게 1층 높이의 창문이 열리며 “한국인이세요?”라는 반가운 말이 들렸다. 궁하면 통한다 했던가, 한국인 아내와 함께 스트라스부르에서 지내는 프랑스인 아저씨가 자상하게 근처의 마트를 간단하게 알려주는 것이 아닌가. 창밖에서 한국어가 들리는 것 같아 반가운 마음에 창문을 열었다고 했다. 그분의 친절한 설명 덕분에 어렵지 않게 근처의 마트를 찾을 수 있었고, 그곳에서 시원한 생수와 맛있어 보이는 샌드위치를 사들고 운하 근처로 와서는 나무 그늘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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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하 옆 커다란 나무 그늘 밑에서 휴식을 취하며 바라보았던 구시가의 모습.

    운하 옆 큰 나무로 가는 길은 낮은 펜스로 막혀 있었지만, 뜨거운 태양을 피해 그늘에서 쉬고 싶은 나의 간절함을 막을 수는 없었다. 땀이 식으니 문득 ‘여기를 넘어와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 걱정은 이내 없어지고 말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그늘 밑에서 책을 읽는 사람, 누워서 쉬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서 안도를 했고 나도 그들처럼 바람에 부대끼는 버드나뭇잎 소리를 들으면서 꿀맛같은 시간을 잠깐 동안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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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양각색의 꽃들로 장식되어 있는 다리 위.

    운하가 구시가를 감싸고 있기에 곳곳에 거리를 잇는 다리가 각양각색의 꽃으로 장식이 되어 있는 곳. 낮에는 운하에 비치는 햇살과 그리고 밤에는 은은한 조명과 함께 어우러져 무작정 길을 따라 걷고 싶은 곳. 프티 프랑스(Petite France: 작은 마을)가 있는 곳. 누군가가 유럽으로 여행을 간다고 하면, 놓치지 않고 들르라고 말을 하고 싶은 곳. 스트라스부르.

    문득 몇 개월이 흐른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나무 그늘 밑에서 책을 보거나, 누워 있을 시간조차 없이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그때의 시간이 잊지 못할 스트라스부르에서의 또 다른 기억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됐다. 도시 곳곳에 큰 나무와 벤치, 그리고 그늘이 있는 곳이기에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스트라스부르를 다녀온 그 누구라도 그곳을 항상 그리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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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행 TIP

    유레일 패스 이용 땐 파리-스트라스부르 구간 예매 필수

    기차여행 계획 땐 철도 관련 애플리케이션 이용하면 편리

    △파리에서는 약 1시간 간격으로 TGV가 많이 편성돼 있어 스트라스부르로 이동을 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 하지만 유레일 패스를 이용해 여행을 계획한다면 파리-스트라스부르 구간은 필수 예매가 필요하기 때문에 미리 역 창구를 통해 실물 기차 티켓을 발권한다. 그렇지 않고 개별적으로 기차 티켓을 구매한다면 조금이라도 서두르는 편이 여행 경비를 아낄 수 있는 방법이다. 유레일 패스를 이용한 기차 여행을 계획한다면 Rail planner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여행 일자의 기차 운행 시간과 소요시간, 예약의 필요 유무를 알 수 있다. 또는 인터넷에서 최신 타임테이블을 pdf 파일로 쉽게 구해 동일하게 이용할 수 있다.

    △프랑스를 출발, 도착하는 기차 여행이라고 하면 프랑스 국영철도 SNCF의 홈페이지,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 것이 유용하다. 여행 일자, 출발지와 도착지를 통해 기차 편명 및 기차 종류, 객실 등급에 따른 비용까지 한 번에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직접 예매를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발권 대행 사이트, 업체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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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현
    △ 1988년 창원 출생
    △연세대 원주캠퍼스 정보통계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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