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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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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맘 되기 (1) 두 번의 유산 그리고 임신

  • 기사입력 : 2015-03-06 07:4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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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작하면서 :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이름, 엄마라고 합니다. 그러나 위대는 커녕 위로가 필요한 15개월차 초짜 엄마가 임신과 출산,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엄마라면 누구나 겪는 평범한 이야기지만 또 누구나 다른 특별한 일상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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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신 테스트기.

    2013년, 나는 세 번의 임신을 했다.

    첫 임신은 결혼 후 3개월 만이었다. 임신 5주차 만난 작은 아기집은 갑작스런 하혈 후 사라졌다. 애써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려 했다. 처음이었고, 병원에서도 임신 초기 자연유산은 산모 10명 중 3명이 겪는 일이라고 했다. 하혈로 아기집이 자연스럽게 빠져 나갔기에 신체적으로 체감할 만한 후유증도 없었다. 부모님께도 알리지 않았다. 그 다음날 출근을 했고, 주말에는 예정됐던 여행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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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럭이 초음파.


    두 번째 임신은 2개월 후였다. 공허해진 마음에 임신을 서둘렀다. 테스트기 두 줄을 확인하고는 잘 자랐으면 하는 마음에 무럭이라는 태명도 지었다.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 마음 편하게 평소처럼 생활했다. 무럭이의 심장소리를 들은 날, 가족과 지인들에게도 소식을 전했다. 다시 찾아 온 아기 천사에게 감사했고 하루하루가 소중했다. 그러나 기쁨은 길지 못했다. 임신 9주차 진료에서 의사 선생님은 말했다. "아기집이 성장을 멈췄네요."

    상처는 컸다. 분만실에서 중절수술이 진행됐다. 회복실에서 전신마취가 깬 후 소리 내 길게 울었다. 회사에는 1주일 유산 휴가를 신청했다. 엄마가 끓여주신 미역국을 마시고, 신랑이 지어온 몸조리 한약을 삼켰다. 

    "첫 유산 때 조리를 잘 했어야 하는데…." "임신 초에 조심해야 하는데…." "또 가지면 되는데 뭘…." 주변에서는 위로와 걱정이 이어졌다. 나는 아이를 잃은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엄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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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수첩.

    병원에서는 계류유산(임신 20주 전, 자궁 내 사망한 태아가 잔류하는 유산)의 원인을 명확하게 알려 주지 않았다. 수정난에 문제가 있어서 태아 스스로 성장을 멈출 수도 있고, 태아를 공격체로 인식한 엄마의 자궁이 태아를 공격해서 성장을 멈추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 밖에 다양한 원인에 대해 설명했지만, 결국 정확한 원인을 진단할 수는 없다는 결론이었다.

    답답했다. 난치병을 앓는 기분이었다. 인생이 엉망진창 꼬여버린 것 같았다. 길에서 마주치는 모든 아기 엄마들이 부러웠다. 매달 꼬박꼬박 진통제를 먹어가며 생리통을 겪어낸 지난 20년이 억울했다. 여성의 몸으로 엄마가 될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자괴감에 괴로웠다. 친한 친구의 임신소식을 들은 날 밤에는 분노와 질투에 잠을 설칠 정도로 예민해졌다.

    그렇게 한 없이 뾰족해진 마음을 다듬어 준 건 공감이었다. 친구 빈과 인이도, 회사의 승과 용과 정과 현 선배, 또 친구의 가족, 지인의 지인 난임 경험기(?)가 쏟아졌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도 있었고, 처음 듣는 이야기도 많았다. 신기하게도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꽤 둥글어졌다.

    그렇게 나는 일상생활로 돌아온 듯 했다. 그러나 임신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확신이 없었다. 그때 그 고통을 겪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높았다. 산부인과에서는 검진상 별다른 문제가 없으니 치료법도 없다고 했다. 한의원에서 자궁을 튼튼하게 한다는 한약을 지어 먹는 것이 최선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혼자 점집을 찾았다. 유산 경험을 맞춘 역술가에게 마음이 빼앗긴 나는 그가 점지(?)해 준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그런 불확실한 희망이 오히려 위안이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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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력 이미지.

    그리고 또 다시 나는 임신을 했다. 점지한 그 날이 오기 전이었다. 유산 후 5개월 만이었고, 나의 세 번째 임신이었다. 조고운 기자 lucky@knnews.co.kr

     <*다음 회에서는 임신을 유지하기 위한 고운맘의 고군분투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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