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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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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비경 100선] (93) 창녕 화왕산

찬바람에도 꿋꿋이 춤추며 봄 맞는 억새
정상부 분지 에두른 화왕산성
그 안쪽으로는 드넓은 억새바다

  • 기사입력 : 2015-03-12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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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녕 화왕산 정상부에 펼쳐진 억새밭. 능선 가장자리는 화왕산성이 둘러싸고 있다.

    창녕 화왕산(火旺山, 757m)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을의 억새를 떠올린다. 그러나 4월이 되면 진달래의 붉은 물결이 산을 가득 메운다.

    ‘큰 불의 뫼’란 뜻을 가진 창녕 화왕산(757m)은 4계절 구분 없이 관광객들이 붐비는 명산이다. 봄에는 가파른 산기슭을 온통 붉게 물들여 시뻘건 불길이 타오르는 듯한 진달래와 철쭉이 장관을 연출하고, 여름에는 억새의 초원과 계곡, 가을에는 은가루를 뿌려 놓은 듯한 억새의 군무, 겨울에는 설경의 장관과 함께 기암절벽도 볼거리다. 이러한 특유의 산세 때문에 늘 등산객들이 붐빈다.

    화왕산은 과거 화산활동이 활발해 불뫼·큰불뫼로 불렸다. 화왕산이란 이름도 여기서 유래했다. 그러나 화왕산(火旺山)의 중간 글자는 언젠가부터 ‘王’자에서 ‘旺’자로 바뀌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우리나라 지명을 제멋대로 고치면서 ‘日’자를 붙였다는 설이 있고, 홍수 피해가 많은 창녕 지역에서 물의 기운을 화왕산의 불기운으로 억제하기 위해 ‘旺’자를 사용했을 것이라는 설도 있다.

    산 정상의 분지는 화왕산성이 에워싸고 있다. 산성 입구인 서문은 현재 흔적조차 없고 동문 부근에는 석벽 등 흔적이 남아 있다.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 곽재우 장군이 화왕산성을 근거지로 삼고 왜병을 물리쳤다고 한다. 의병전승비가 자리하고 있다.

    동문에서 남문터로 내려가는 길 잡초더미 사이에는 분화구 3개가 있다. ‘삼지(三池)’ 또는 ‘용지(龍池)’라고 불린다. 창녕 조(曺)씨 시조에 얽힌 이야기가 전해진다.

    능선 가장자리 쪽엔 급경사면을 따라 화왕산성이 축조돼 있다. 성벽 안쪽으로는 억새밭과 진달래 군락지다.

    정상부 분지를 에두른 화왕산성도 이채롭다. 축성 시기는 불확실하지만 가야시대의 성으로 추정된다. 둘레는 2.6㎞쯤 된다. 화왕산성엔 임진왜란 때 혁혁한 전공을 세운 ‘홍의장군’ 곽재우(1552~1617)의 무용담이 야사(野史)로 전해온다.

    홍철릭을 떨쳐입고 수성에 몰두하던 곽 장군은 성벽 위로 새끼줄을 치고 그 위에 베를 걸어 시야를 가린 뒤 기병들을 배회하게 했다. 멀리서 이를 보던 왜장은 수많은 복병이 있는 것으로 판단, 산 뒤편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과연 배후의 방비는 부실했고 이상한 궤짝만 잔뜩 널려 있었다. 왜장은 군량미가 담긴 궤짝인가 싶어 뚜껑을 열게 했는데, 그 안에서 벌떼가 쏟아져 나왔다. 왜군들은 혼비백산했고 곽 장군은 재빨리 병사를 풀어 왜군의 선봉을 도륙냈다. 이튿날 새벽 왜군은 재차 공격을 감행했다. 곽 장군은 이번엔 궤짝을 왜군 진영으로 던지게 했다. 전날 혼쭐이 난 왜장은 궤짝을 불태워 버리라 명령했다. 한데 궤짝에는 폭약이 잔뜩 들어 있었다.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궤짝들과 곽 장군 휘하 정예병들의 공격을 받은 왜군은 또다시 대패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4월이 되면 진달래는 서쪽과 북쪽 사면의 절벽을 따라 대규모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산성 서문 환장고개, 허준 드라마 세트장, 정상 능선, 산성 동문, 관룡산 능선을 따라 쭉 이어진다. 성벽 사이로 보이는 진달래밭의 풍경과 드라마 세트장의 초옥과 어우러지는 진달래밭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정상부 분지의 경계를 따라 진달래 꽃테를 두른 듯한 능선의 풍광도 아름답다.

    드라마 ‘허준’의 세트장도 그대로 남아 있다. 작은 초가집에서 허준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만 같다. ‘대장금’ ‘왕초’ ‘상도’ ‘영웅시대’ ‘주몽’ 등도 화왕산 일대에서 촬영했다.

    화왕산은 창녕읍에 차량을 세워두고 자하곡매표소(화왕산 서쪽)나 옥천매표소(동쪽)를 통해 등산하면 화왕산성까지는 왕복 3시간이면 충분할 정도로 그다지 높지 않은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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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덮인 화왕산 암릉.

    겨울산행의 맛을 아는 이들도 화왕산을 빠뜨리지 않는다. 수북한 억새들이 기를 꺾지 않고 있는 데다, 눈 덮인 화왕산 또한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화왕산에서 맛보는 또하나의 즐거움은 배바우나 산마루에서 아래쪽으로 내려다보는 호쾌함에 있다. 산 아래 창녕읍내 시가지는 물론 멀리 창녕군을 통째로 감싸고 도는 낙동강의 물줄기와 1억4000만년 된 자연늪지인 우포늪이 한눈에 들어온다.

    눈 내린 겨울철에는 성문에 들어서면 화왕산의 설경이 탄성을 자아내게 하고, 화왕산 정상의 능선을 따라 18만8000㎡의 억새 숲을 둘러싸고 있는 역사의 숨결을 담은 화왕산성은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화왕산 산행을 마치고 시간이 나면 주변의 각종 문화유적을 비롯해 생태계의 보고 우포늪을 탐방하고 피곤한 몸을 국내 최고의 수질을 자랑하는 부곡온천에서 온천욕으로 푸는 것도 좋을 듯하다.

    ★ 화왕산 등산로
    1코스(1시간 20분)= 창녕읍~자하곡매표소~환장고개~정상
    2코스(1시간 40분)= 창녕읍~자하곡매표소~산림욕장~장군바위~정상
    3코스(2시간)= 옥천매표소~관룡사~허준세트장~정상
    4코스(2시간)= 고암 청간마을~일야봉산장~샘터~정상

    글·사진= 김병희 기자 kimb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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