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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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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김미숙

  • 기사입력 : 2015-03-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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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가는 것만 알았지

    함께 가는 길은 알지 못했다

    낯선 수도승에게 물으니

    그도 몰라 헤매다 산으로 왔단다

    이 세상엔 물어도 아는 이 하나 없고

    저 세상은 언제나 통화 중이다

    지친 마음 까치놀로 돌아눕는 저녁답

    오늘도 사람들은 저 혼자 잘도 간다

    ☞ ‘현대’라는 단어 속에는 개인주의가 잘 포장돼 있습니다. 세련된 포장지로 잘 감싸진 개인주의는 서투르게 이기주의를 표면화하지 않지요. 그것은 민첩하지 못한 짓이며 또 촌스러운 짓일 테니까요. 가장 현대적인 사람의 특징은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가장 개별화된 사람의 특징으로 오해되고 있는 듯합니다. 선택도 개인이, 문제 해결도 개인이, 책임도 물론 개인이 지는 것이지요. 참 합리적인 것 같지만 사실은 너무도 냉혹하고 삭막하고 무서운 현실이지요. 그래서 현대인들은 강인한 개인이 아니고서는 대부분 파편으로 깨어져서 소외된 채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혼자 가는 것만 알았지/ 함께 가는 길은 알지 못했다”라는 담담한 진술 속에 체념이 담긴 긴 고뇌의 흔적이 스며 있습니다. 그 고뇌가 깊었다는 것은 다음 연에서 확인되는데요, “낯선 수도승에게 물으니/ 그도 몰라 헤매다 산으로 왔단다”라는 풍자적 표현이 그것입니다. 지친 마음에 피멍이 들어 돌아눕는 저녁에도 여전히 세상은 완강하게 냉정하지요. 더불어 산다는 일이 낯설어진 지 오래인 세상이지만 오늘은 잠깐 눈을 들어 함께 피는 매화, 산수유, 개나리, 목련, 진달래, 더하여 이름도 모르는 풀꽃들의 얼굴을 들여다보시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그들이 열어 놓은 ‘봄’이라는 그 ‘길’을 말이지요. 조예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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