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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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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실신한 청년에게- 김경모(경상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 기사입력 : 2015-03-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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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가스나 스시에 못지않게 우리에게 익숙한 일본음식이 라멘이다. 이제는 북쪽의 홋카이도에서부터 남쪽의 규슈 지역에 이르기까지 그 지역을 대표하는 라멘이 있고, 도쿄 인근 요코하마에는 라멘 박물관이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 라멘이 일본에서 최근까지 지속된 장기 불황의 산물이라는 설이 있다. 일본은 거품경제가 꺼진 1990년대 초 이후 최근의 우리나라처럼 청년실업이 만연하기 시작했다. 소위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된 것이다. 기업이 제공하는 마땅한 일자리가 부족해진 상황에서 일본의 많은 젊은이들은 작은 자본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았고 여기에 일본인 특유의 큐고쿠(窮極)를 추구하는 심성이 더해져 지역마다 특색 있는 라멘들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라멘의 역사는 이제 와서 좋은 결과를 낳았지만 그 시작은 궁여지책(窮餘之策)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이를 궁즉통(窮卽通)의 상황으로 바꿔 놓은 것이다.

    지난 18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청년실업률은 11.1%로 전월 대비 1.9%포인트 증가했다고 한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해서도 오른 수치이다. 반면에 일본의 청년 실업률은 6.4%이고 대학생 취업률은 80%로 이마저도 대비 감소한 것이란다. 50% 내외의 우리나라 대학생 취업률에 비하면 부러운 수준이기도 하다.

    신조어는 시대상황을 약간 비틀어 반영한다. ‘청년실신’, ‘이케아 세대’ 그리고 ‘열정 페이’ 등은 최근 심각해진 우리 사회의 청년실업과 관련한 신조어이다. 청년실신은 청년실업과 신용불량자를 합성한 것이고, 이케아 세대는 뛰어난 능력을 지녔지만 낮은 임금과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젊은 세대를 표현한 것이고, 열정 페이는 무급 또는 최저임금으로 청년들의 열정을 착취하는 행태를 비꼬는 표현이다. 이 시기 우리 시대 젊은이들의 슬픈 자화상을 느끼게 해 주는 말이다.

    이전 세대보다 더 많이 준비하고 더 똑똑해진 우리의 젊은이들이 자신을 실현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마땅치 않다는 상황은 또 다른 풍경을 낳고 있다. 졸업 유예와 재학 중 해외 연수는 이미 필수로 정착된 지 오래고, 자식의 취업에 쓰일지도 모르는 학점을 올리기 위해 대학을 배회하는 헬리콥터족이 생겨나고 있기도 하다. 우리의 궁여지책인 셈이다.

    저출산에 고령화 때문에 사회복지 비용은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장기적으로 감당해야 할 청년들의 취업이 점점 어려워진다는 사실은 일단 경제적인 측면에서 큰 문제이다. 나아가 청년 실업의 증가는 사회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가 그 해결을 위해 동참해야 할 문제이다. 정부가 각종 재정사업을 통해 청년실업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나 기업이 보기에 결정적으로 투자여건이 나아지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상황에서 기업 부문에서 확대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고용을 유지하고 있는 공공부문도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대기업이 제공하는 일자리와 공공부문의 일자리에 대한 전통적인 선호가 매우 강하게 남아있다. 일자리의 안정성은 물론 상대적으로 높은 급여 수준 때문이다. 채용하려는 기업과 취업하려는 청년 사이에 수요 공급의 불일치가 있기 때문에 취업을 원하는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는 주문도 있다. 그러나 이것도 또 하나의 궁여지책이다. 이제는 스스로를 고용하는 취업 형태에 대해 이전보다는 더 적극적으로 생각해 볼 때이다. 그리고 이런 젊은이들에게 취업전선에서 밀려난 사람이라는 평가를 결코 해서는 안 된다.

    이 같은 상황이 이 시기 대학과 사회가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두고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이들이 스스로를 고용하는 창업에 마음과 눈을 돌릴 수 있게 하는 유인가 높은 프로그램과 자금을 제공해야 할 이유이다.

    김 경 모

    경상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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