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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태 四柱 이야기] 사람 잡는 도박

  • 기사입력 : 2015-03-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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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해도 예성강 포구에 드나들던 당나라 상인 하두강(賀頭綱)은 바둑 고수였다. 그가 한 번은 예성강에 이르러 아름다운 여인을 발견했다. 하두강은 그녀의 남편에게 접근해 ‘내기 바둑을 두자’고 꼬드기고는 져준다. 진 대가로 그는 많은 재물을 내준다. 그러고는 남편에게 ‘아름다운 부인’을 걸고 내기를 하자고 다시 제안한다. 재미를 붙인 남편은 더 많은 물건을 갖고 싶어 자신의 처를 두고 바둑을 뒀다. 하지만 이길 리가 없다. 하두강은 여인을 배에 싣고 당나라로 출발했다. 배가 떠나가는 것을 보고서야 어리석은 남편은 스스로의 아둔함을 뉘우쳤다. 눈물을 흘리고 땅을 치며 탄식하며 부른 노래가 전해지지는 않지만, 이름하여 노래제목이 ‘예성강 전편’이라 전해진다.

    사주를 감명하다 보면 도박 얘기를 종종 듣는다. 건전한 바둑은 도박이 아니지만 큰돈을 건다면 도박이다. 시작을 했다가는 빠져나오기가 힘드니, 마약, 도박, 선거, 이 세 가지는 중독성이 강해 한 번 발을 디디면 끊기 힘든 것이라는 세간의 말이 영 틀린 말은 아니다.

    한동안 잘나가던 개그맨이 도박을 해서 방송에 출연정지를 당했다고 야단이더니, 유명 트로트 가수의 부인이 도박으로 거액의 빚을 지고 가산을 탕진해 법정에 섰다.

    또 요즘은 공무원들이 근무시간에 도박을 해서 징계를 받았다고 하고, 또 다른 트로트 가수의 억대도박설이 인터넷 검색 순위에 올랐다. 본인은 절대 아니라고 기자회견까지 한다. 도박에 얽힌 기막힌 이야기들이다.

    도박까지는 아니겠지만 어제는 1등 복권에 두 번이나 당첨됐다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노총각이 내방을 했는데, 말로만 듣던 ‘인생역전’을 실감했다. 전기요금을 못 내 전기가 끊기고 수돗물이 나오지 않은 곳에서 살다가 복권 한 장 당첨되는 바람에 요즘은 애인도 생기고 집도 사러 다닌다고 한다.

    이 사람의 사주를 보니 온통 재물로만 이루어진 종재격(從財格)으로 짜여졌다. 아쉬운 것은 진종(眞從)이 아니고 가종(假從) 사주다. 진종의 사주는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 운에서 부침이 있으나 평생 부유하게 산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가종은 빈한(貧寒)한 집에서 태어나 운이 좋을 때 발복(發福)해 운이 지나면 망(妄)한다‘고 나온다. 그래서 지금 가지고 있는 돈이나 잘 관리하라고 일러 주었다.

    다시 글의 앞으로 돌아가, 남의 부인을 가로채 당나라로 향하던 하두강을 보자. 잘 가던 배가 바다 한가운데 이르러 빙빙 돌면서 나아가지 않는다. 급히 점을 치니 ‘절개 있는 부인을 돌려보내지 않으면 배는 반드시 가라앉을 것’이라고 했다. 뱃사람들은 그만 겁을 먹고 하두강에게 권고해 부인을 돌려보냈다. 무사히 돌아온 부인이 노래를 불렀으니 이름하여 ‘예성강 속편’이다. 속편 또한 곡조도 가사도 전하지 않는다. 짐작해보면 남편의 도박으로 인해 일어난 일이니 그 원망의 노래가 아니겠는가.

    패가망신의 길인 줄 알면서도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 도박이다. 도박의 끝은 파멸이고, 도박을 해서 돈을 벌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사주팔자 볼 필요도 없다. 부귀라는 것이 사방의 가난이 모여 생기는 것일진대, 도박은 남의 돈을 빼앗아 자기 호주머니에 넣는 것이니, 그 폐해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재물에 눈이 어두워 굳이 패망의 길을 가는 것을 보면 세상사 참 기이하다. 아서라, 세상 사람들이여, 도박일랑 쳐다보지도 말지어다.

    역학연구가·정연태이름연구소 www.jname.kr (☏ 263-3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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